시로 국어 공부 : 표현편 시로 국어 공부
남영신 지음 / 마리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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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정제되고 함축적인 의미를 담아 표현하기 때문에 알기 쉬운 단어로 씌여지는 경우도 있지만 일제강점기 때처럼 의미를 알지 못하도록 중의적으로 표현하기도 해서 의미를 알기 어려울 때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주말에도 집콕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책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의외로 시집은 별로 읽지 않았던 것 같다. 시를 이해하기 어려워서 안 읽었다기보단 어쩌다 보니 소설이나 심리학, 자기계발서, IT 활용서들을 좀 더 많이 읽었다. 지난번에 읽어 본 <시로 국어 공부: 조사·어미편> 이후, <시로 국어 공부: 표현편>을 읽어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시를 통해 국어 공부를 좀 더 확실하게 다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책을 잘 공부해 두면 시를 음미하고 감상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p.17

시는 예술이고, 예술은 표현을 통해서 우리에게 다가오므로 시와 표현을 함께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문법도 일종의 표현 공부의 하나이지만 여기서는 원리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말이 주는 느낌과 맛을 음미하는 뜻에서 표현을 생각하려 한다.


p.21

시어

특정 시에서만 쓰이는 특별한 단어를 통해서 국어 공부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새로운 단어를 배우는 기회도 되고, 그 시의 특별한 맛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시로 국어 공부> 시리즈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을 장식할 '표현편'으로, 우리 말글 바르게 쓰기 운동을 펼쳐온 국어학자 남영신 씨가 펴냈다. 시를 읽을 때 잘 몰랐던 단어들을 볼 때면 시인들은 어떻게 이런 단어들을 생각해 내서 자신의 시상을 표현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시는 소설이나 에세이와는 형식이나 표현 방법이 다르지만 아름다운 시어들로 적절히 잘 배치함으로써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된다. 또한 좋은 시는 오래오래 살아남아 머리로만이 아닌 입으로도 암송하고, 특별한 자리에서는 시 한 편 읊어줄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시로 국어 공부: 표현편>에서는 시를 통해 표현의 단위로서 단어와 관용구, 그리고 수사법에 대해 공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책은 쉽게 읽기보다는 국어를 잘 공부해 보겠다는 생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소설처럼 술술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시를 좋아하지만 평소에 많이 읽어두지 않다 보니 앞에 읽었던 부분을 되돌아가서 보는 경우도 많았다.


p.23

[그물다]

사그라지다. '그뭄', '그뭄달'의 어원이 된 동사인데, 요즘은 단독으로 쓰이는 경우를 보기가 어렵다. 김삼용의 아래 시에서 어렵게 찾았기에 기꺼이 이 시를 소개하려 한다.


어미소

김사용


산성 넘어 새벽드리 온 길에

자욱자욱 새끼가 그리워

슬픈 또 하루의 네 날이

내 끼인 거리에 그므는도다.


(중략)




이 책에서는 김영랑의 <오메, 단풍 들겄네>, 박두진의 <꽃과 항구>, 유안진의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 박목월의 <산도화 1>, 김소월의 <기억>, 조지훈의 <여인>, 김수영의 <사랑>, 안도현의 <나그네>, 신달자의 <너의 이름을 부르면>, 정호승의 <사북을 떠나며>, 김지하의 <아주까리 신풍神風>, 백석의 <여승> 등 다양한 시들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시인들이 뽑은 시어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한 시를 통해 시에 씌인 단어의 고유의 뜻은 무엇인지, 시구절이 어떻게 생명력을 갖고 살아 움직이는지, 시를 이루고 있는 관용구, 시에서 두드러지게 쓰이는 수사법 등도 배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 시는 감상하는 걸로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국어 시험에서 시가 빠지지 않고 출제되기 때문에 국어를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국어 문법을 정리하는데도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p.66

[로 해서]

'해서'는 '하여서'가 줄어든 말인데, '어떤 장소를 거쳐서' 또는 '어떤 사실로 말미암아'의 뜻으로 쓰인다.


군산으로 해서 목포까지 가기로 했다.

그 일로 해서 결국 사달이 나고 말았다.


p.67

사랑

김수영


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을 배웠다 너로 해서


그러나 너의 얼굴은

어둠에서 불빛으로 넘어가는

그 찰나에 꺼졌다 살아났다

너의 얼굴은 그만큼 불안하다


번개처럼

번개처럼

금이 간 너의 얼굴은






시어들 중에는 일상에서는 별로 쓰지 않는 어휘들도 많이 담겨 있다. 하지만 우리말을 잘 갈고닦아서 사용한다면 더 좋은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특정 시에 쓰이는 특별한 단어로 국어 공부를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며, 초등 국어에서 중고등·수능까지 국어 문법을 종합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 책에서는 시를 더욱 잘 표현해 주는 관용구로, 주로 조사와 어미를 함께 사용하는 관용구에도 주목하고 있다. 국어사전에서도 관용구를 따로 설명하지 않고 있어서 이 책을 통해 좋은 표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관용구를 익혀두면 좋겠다. 또한 수사법은 시를 예술로 만들어 주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다. 이 책에서는 시를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비유법과 강조법, 변화법에 대해서도 공부할 수 있으므로 이번 기획에 잘 배워두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마리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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