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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 대한민국 - 산과 물로 읽는 新 용산 르네상스 로드맵
김두규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5월
평점 :

새 정부가 들어서고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면서 황룡이 물을 마신다는 '용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존에 대통령실이 잘 갖춰져 있는 청와대를 뒤로하고 용산으로 옮긴 이유에 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많은데, 풍수지리적인 관점에서 옮겼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풍수, 대한민국>은 국가기관 풍수 자문위원인 김두규 교수가 풍수로 풀이하는 국가의 운명에 대해 소개하한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대통령 집무실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곳이어야 하는데, 대통령이 국가와 국민의 운명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에서는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을 메인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말은 어디에 터를 잡느냐에 따라 의식이 결정되고 향방이 좌지우지된다는 뜻이다. 특히 풍수에서는 길지 즉, 길한 땅에 대해 관심이 많다. 새로운 대통령 집무실이 된 용산이 어떤 곳이길래 집권하자마자 이리도 급하게 집무실을 옮겼는지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의문을 풀 수 있을지 궁금했다.
p.31
한 나라의 건국 시조(태조)는 천 년 사직을 염두에 두고, 한 기업의 창업주는 오백 년 기업을 생각한다. 당연, 후손들이 딛고 일어서야 할 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업다. 그래서 생겨난 동아시아 터 잡기 예술이 풍수이다. 풍수는 문자 그대로 바람과 물이다. 바람은 잡을 수도 볼 수도 없어서 논하기 어렵다. 반면 물은 볼 수도 있거니와 만져볼 수도 있어 구체적이다.
p.54
산주인 수주재
어떤 터의 길흉을 읽고자 하면 이 문장만 알면 된다. '산은 인물을 키우고 물은 재물을 늘려준다'는 뜻이다. 좋은 산이 있으면 훌륭한 인물이 나고, 적당한 수량과 흐름이 좋으면 재물이 번창한다는 뜻이다. 결국 풍수는 '산과 물' 두 가지로 귀일한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구비하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p.59
산과 물, 둘 다 필요하다. 그러나 둘 가운데 무엇이 더 급한가? 산 풍수일까, 물 풍수일까? 당연, 물이 중요하고 그렇기에 물 풍수가 더 중요하다. 하루 중 물 마시는 것이 바람 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하루 삶에 한정되지 않고 한 공동체의 지속적인 삶과 관계가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풍수로 대한민국 미래를 논하겠다는 이 책의 저자는 대한민국과 조선왕조 말, 이웃 일본과 중국, 그리고 조선이 멸망시킨 고려왕조의 풍수관을 가지고 살펴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가 말하는 것처럼 미래 대한민국의 국운을 위해 어떤 풍수관과 어떤 대통령 집무실 터를 가져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납득이 되진 않았다.
다만 저자의 설명처럼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동일한 대통령 집무실 공간이라 하더라도 터가 다르기 때문에 인간의 의식에 끼치는 영향이 다르다고 보는 시각에는 조금 동의가 된다. 하지만 국운이 달라질 수 있음을 현 대통령이 일찍이 간파하고 용산으로 옮기게 됐다는 말은 지나친 비약처럼 들린다.
용산이 그렇게 좋은 곳이었다면 왜 전직 대통령들은 용산으로 옮길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더욱이 풍수지리설에 따라 터를 잡았다는 조선의 왕들은 왜 경복궁이나 창경궁, 덕수궁 같은 궁궐을 용산에 짓지 않은 것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당시와 지금은 시대적인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p.109
한국 전통 풍수에서는 사신사를 사산으로 설정한다. 이와 달리 일본 풍수에서는 사신을 언덕(현무), 연못(주작), 흐르는 물(청룡), 큰길(백호)로 본다. 조선과 일본의 풍수 내용이 처음부터 달랐던가? 그렇지 않다. 산 풍수를 수용하든 물 풍수를 수용하든 풍수 용어는 동일하다. 다만 그 지칭하는 대상이 다르다.
산 풍수에서 사신사는 '청룡·백호·주작·현무' 즉, 사방을 둘러싼 네 개의 산을 지칭한다. 물 풍수에서 사신사는 언덕, 연못, 흐르는 물, 큰길'로 상정한다. 풍수 고전 <금남경>이 출전이다.
p.166
대통령의 용산 집무실 이전으로 서울의 명당 구조가 바뀌고 있다. 명당이란 사람이 활동하는 일종의 '판'이다. 명당 구조가 바뀐다는 것은 판이 바뀐다는 뜻이다. 판이 바뀌면 권력과 부의 판도가 바뀐다. 서울의 명당 구조가 바뀌고 있음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p.168
불변의 것은 산과 물이며, 변하는 것을 길(도로)이다. 북악산(인왕산)과 청계천이라는 산과 물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길은 바뀐다. 그 길따라 권력과 부가 움직인다. 한때 대기업 사옥들이 남대문 태평로 세종로 혹은 서소문로 태평로 세종로 주변에 포진했던 것도 서울역과 김포공항으로 가는 길목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국력이 강해짐에 비례하여 산간 지역에서 평지로 그리고 바닷가로 도읍지를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풍수에서는 고산룡(高山龍)→평지룡(平地龍)→평양룡(平洋龍)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니 이제 외적을 막아낼 만큼 지금은 국력이 강해졌기 때문에 평지로 도읍을 정함이 옳다는 주장이다.
이때 반드시 요구되는 것이 횡수(橫水), 즉 비껴 지르는 강이 필요한데, 현재 용산이 바로 그와 같은 땅이고 한강이 횡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이왕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할 바에야 5년의 집무실이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의 영원한 집무실이 되게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용산의 진혈처를 찾아 세계에 내놓을 '대통령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대한민국이 패권국가로 나아가야 하는 길목에 들어섰다며, 새 정부 출범으로 신 용산 르네상스 시대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의 기대가 맞을지 5년 후에 다시 살펴 봐야겠다. 풍수라는 것은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야 확인할 수 있는 법이니까.
이 포스팅은 매일경제신문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