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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 - 본격 식재료 에세이
이용재 지음 / 푸른숲 / 2022년 5월
평점 :
요즘 마트에 가면 이렇다 할 식재료를 산 것 같지도 않은데 10만 원이 훌쩍 넘을 때가 많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오르고 있는 시장 물가는 우리집 오늘 식탁에 어떤 식재료를 쓸 것인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료의 신선도를 따져보기도 전에 너무 비싸다고 생각되면 손에 들었던 걸 내려놓고 다른 채소나 과일을 찾게 된다.
그런데 나는 식재료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렸을 때부터 즐겨 먹던 시금치, 배추, 오이, 무, 당근 등을 주로 먹게 되는데 이번에 읽게 된 <오늘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에서는 '세심한 맛'이라는 이름으로 신문에 연재됐던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들을 새롭게 정리하고 묶어서 소개했다고 한다.
p.27
허브 보관법
허브는 연약하다. 매일 물을 갈아주면 적어도 일주일은 바라볼 수 있는 꽃보다 더 빨리 시들어버린다. 게다가 향이 말린 것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의미이지 절대로 약하지 않다. 따라서 소포장으로 팔더라도 처음 몇 장, 몇 줄기만 쓰고 잊고 있다가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군다나 허브는 특수작물이다 보니 싼 편도 아니고 모든 마트에서 팔지도 않는다. 결국 보관을 잘해 사용 기한을 늘리는 게 최선이다.
p.49
최대한 간단하게 닭육수를 낼 수 있는 요령을 살펴보자. 치킨이 금방 튀겨낼 수 있어 배달 음식으로 흥하듯 닭 육수도 다른 동물의 고기에 비해 육수를 빨리 낼 수 있다. 또한 육수치고도 맛은 중립적인 가운데 맛의 켜를 불어넣는데는 효과적이다. 다만 의문을 품을 수는 있겠다. 삼계탕처럼 닭을 푹 고아 먹는 음식이 있는데 닭 육수를 딱히 다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이 책에는 향신료부터 채소, 육류, 해산물, 과일, 유제품과 곡물까지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브로콜리, 토마토, 마늘, 새우, 홍합, 두부 등 약 60여 가지에 대한 식재료가 소개되어 있다. 이 중에는 대부분 아는 식재료들이지만 전혀 모르던 것들도 있었다. 물론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효능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것들도 있었다.
그런데 건축을 전공했다는 저자는 어떻게 식재료에 대한 글을 쓰게 됐을지 궁금하다. 직업과 관심도는 다르다고 하는데, 미식의 시각에서 국산이나 제철이 아닌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도 꼭 필요한 식재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하니 책을 읽기도 전에 재미난 포인트란 생각이 들었다.
p.83
생토마토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으면 새로운 세계의 문이 열린다. 바로 익힌 토마토의 세계다. 한식에 맛을 들인 외국인이 된장국이나 고추장찌개를 끓일 때 국산 장류를 써주었으면 바라듯, 피자나 파스타 같은 이탈리아 음식에는 이탈리아산 토마토를 써야 제맛이 난다. 과연 무엇이 제맛인가? 단단한 단맛 뒤로 짠맛이 살짝 감도는 가운데 다부진 감칠맛이 조화를 이루는 맛이다.
p.124
한식의 전통을 살리자면 새우젓이나 액젓 등 젓갈류와 잘 어울리니, 이를 바탕으로 송송 썬 대파나 쪽파, 마늘, 식초, 참기름 등과 버무린다. 어느 밥상에 올려도 두루 어울리지만 특히 하늘이 맺어준 삼겹살구이와 깻잎쌈의 인연 사이에서 삼각관계의 분쟁 가능성이 없는 공존을 도모하는 데 탁월하다.
이 책은 단순히 식재료에 대해 알려주는 대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익숙한 식재료를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보관하고 가공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요리에 필요한 팁들도 알려준다. 또한 평범한 식재료에 약간의 색다른 맛을 더하는 것만으로도 맛과 향이 놀랄 만큼 달라질 수 있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식재료에 이런저런 양념을 해서 먹으면 더 좋다고 하니 영화 [라따뚜이]가 생각난다.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를 꿈꾸는 생쥐 레이의 재미난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음식과 재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깨닫게 해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오이나 당근을 그냥 뚝 잘라서 먹는 걸 좋아한다. 신선한 원재료의 맛은 그냥 먹을 때 제대로 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182
홍합은 대체로 이류, 혹은 삼류 해산물 취급을 받는다. 물론 나름의 이유는 있다. 현재 국내산 홍합이라 부르는 연체동물은 사실 진주담치(혹은 지중해담치)다. 서유럽이 원산지이며 마산만과 거제, 여수의 가막만 일대에서 대규모로 양식된다. 이런 진주담치가 홍합이라는 이름을 95퍼센트 차지한다. 사실 진짜 홍합은 양식도 되지 않을뿐더러 표면에 따개비 등이 많이 붙어 있다. 마트에서 산 홍합은 깨끗했다고? 양식 진주담치였을 것이다.
p.223
파인애플 같은 열대 과일이 요긴한 틈새가 있다. 한국의 과일은 대체로 뭉툭한 단맛만 두드러지고 신맛은 기가 죽어 있다. 더군다나 즙이 아닌 물이 흥건하다. 그렇기에 비싸지 않고 단맛과 신맛 둘 다 생생하게 겸비했으며 사시사철 안정적으로 먹을 수 있는 파인애플은 매우 요긴하다. 다만 단점이 없지 않으니, 손질이 다소 번거롭다. 부피가 작지 않고 칼질을 제법 해야 한다.
<오늘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는 요리에 조금만 관심을 갖고 있다면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식재료를 세심하게 고르는 법, 저장하는 법,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 등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휴일에 뭘 만들어 먹을지, 어떤 재료를 사용하면 더 좋을지 알게 되어 기대된다.
이 포스팅은 푸른숲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