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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서양 편 - 지리로 ‘역사 아는 척하기’ 시리즈
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3월
평점 :
학창 시절에 역사를 참 좋아했다. 하지만 지리는 잘하지 못했다. 역사 책은 옆에 끼고 소설책 보듯 수시로 재밌게 읽었지만 이상하게 지도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영어 단어를 외울 때처럼 지명은 잘 외워지지도 않았고, 외웠다고 해도 금방 잊어버리곤 했다.
그래서인지 역사를 설명할 때 지도를 척척 그리는 쌤을 보면서 신기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역사 공부를 지도와 함께 봐야 한다고 이야기한 책이 새로 나왔다.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의 저자는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그곳의 지리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리는 역사를 읽어내는 가장 정확한 도구라고 말했다.
저자는 중동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이 어디이고, 미국의 역사도 영국의 13개 식민지에서 시작해 영토가 늘어나는 과정을 이해하는 등 지리적인 특징을 살피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 책은 문명이 탄생한 중동, 중동의 문명이 전파된 유럽, 유럽의 문화에 영향을 받은 아메리카, 그리고 식민 지배를 받은 아프리카 순으로 배치되어 세계사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p.19
세계사 교과서에는 '4대 문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메소포타미아문명, 이집트문명, 인더스-갠지스문명, 중국문명. 최근에는 전 세계 문명을 동등하게 보려는 시간이 강해지며 4대 문명만 강조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세계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중 이집트-메소포타미아문명은 다른 문명들이 각 문화권으로 성장한 것과 달리. '중동'이라는 하나의 문화권으로 묶이는데요.
이 책은 유튜브 채널 '두선생의 역사공장'에서 역사와 지리, 세계와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중동을 시작으로 유럽과 미국, 아프리카까지 서양의 지리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산맥과 바다 등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읽어 보면 귀에 쏙쏙 잘 들어온다. 여기에 50컷의 일러스트 컬러 지도는 세계사의 흐름을 읽는데 좋게 되어 있다.
저자는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고, 비슷한 역사적 경험이 있어도 그 지역이 어떤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역사는 크게 달라진다고 봤다. 이 책에서 제일 처음에 다룬 '중동'이라는 용어가 유럽적 시각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흥미롭다.
중동은 좁은 의미로 서아시아를 가리키고, 보다 넓은 의미로는 사하라사막 북쪽의 북아프리카까지 포함하는데, 이슬람 문명의 영향을 받은 중앙아시아, 캅카스(코카서스) 3국, 그리고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까지로 보는 시각도 새롭게 알게 됐다.
p.24
이라크(메소포타미아)와 지중해 사이의 땅은 '레반트'라고 부릅니다. 라틴어에서 온 말인데 '태양이 떠오르는 땅'이라는 뜻이었다고 해요.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아랍어로 '해가 뜨는 곳'이라는 의미의 '마쉬리크'라는 단어도 이 지역을 가리킵니다. 동아시아에서 '일본' 같은 지역이 지중해에서는 레반트 지역인 셈이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라는 시간이 유럽이 만든 세상이라는 시각도 흥미로웠다. 유럽에서 나온 자본주의와 산업화, 제국주의, 인종주의 등 지금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려면 유럽을 중심으로 형성된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유럽은 지리적으로 보면 러시아의 우랄산맥과 동쪽 경계로, 포르투갈과 영국, 아일랜드, 북해의 섬 등을 서쪽 경계로 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럽은 거대한 삼각형 모양의 반도로 되어 있는데, 유럽 안에도 반도와 바다가 많다고 하는데 지도로 그려 설명해 주니 귀에 쏙쏙 잘 들어온다. 유럽의 뜨거운 태양과 푸른 바다를 생각하면 '지중해'가 떠오르는데, '땅 가운데 있는 바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넓은 각도에서 지중해의 북쪽을 보면 반도 네 개가 누르고 있는 모습이라는데, 무슨 말인지 한참 보고 나서야 이해가 됐다. 여전히 지도를 잘 볼 줄 몰라서 그런 것 같다.
해외 취재 차 미국에 몇 번 가보긴 했지만 워낙 넓은 땅이라 아주 일부분 밖에는 못 본 셈이다. 워싱턴 DC에 있는 스미소니언박물관도 엄청 컸던 기억이 있는데, 미국은 왜 이렇게 큰 땅덩어리를 갖게 된 것일까? 300년 밖에 안 된 역사를 가진 미국은 어떻게 현재 초강대국이 되었을까? 이 책을 보면 그런 이유들을 단박에 알 수 있다.
p.71
지중해는 가로로 긴 바다예요. 넓은 각도에서 지중해의 북쪽을 보면 반도 네 개가 누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가장 서쪽에는 이베리아반도, 중간에는 이탈리아반도, 가장 동쪽에는 발칸반도와 소아시아(아나톨리아) 반도가 있습니다. 유럽 대륙을 아는 척하려면 이 반도들을 기억해주시면 됩니다.
미국 본토 동쪽에는 대서양이 있는데, 유럽과의 거리는 약 8000km 정도로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다. 서쪽으로는 태평양이 있는데, 아시아에 있는 일본을 기준으로 잡아도 약 1만 km로 더 멀리 떨어져 있다. 즉 다른 대륙에서 미국을 치려면 양옆으로 엄청나게 큰 바다를 건너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북쪽은 얼음 땅, 남쪽은 사막 땅으로 지형적으로 천연 요새의 땅을 갖고 있는 셈이다.
물론 2001년 9월 11일 납치된 항공기를 이용해 미국의 상징이었던 뉴욕의 110층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이 자살테러 공격을 받아 충격을 주었다. 아무튼 지리적인 상황이 현재의 역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유익하고 흥미로운 책이다.
이 포스팅은 21세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