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배기를 닦아 뿌링클을 사다 - 조져진 세대의 두 번째 페르소나
이용규 지음 / 좁쌀한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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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와 '뿌링클'이라... 언뜻 매치가 되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다. 뭔가 좀 불편해 보이는 단어를 선택했다는 건 쉽고 편하게 읽히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뚝배기를 닦아 뿌링클을 사다>에서는 잘난 사람들을 위한 신조어 '인싸' 중심의 MZ세대론에 대한 평가에 나름의 이유를 들어 반기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MZ는 밀레니얼(Millennial)과 Z세대(Generation Z)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민지'라는 정체불명의 말로도 사용되며 SNS를 통해, 방송채널을 타고 빠르게 퍼졌다. 언제부턴가 당연한 말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저자는 MZ세대를 이야기할 때 왜 인싸 중심으로만 이야기하는지 지적했다. 정작 중산층이 못되거나 미만인자들은? 지방 거주자나 대학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자들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묻고 있다.


그는 소비지향적인 측면에서만 강조되어 온 MZ세대의 반대편에는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조져진 Z세대(DeGeneration-Z)'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세대론에 대한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도 '이대남', '이대녀'로 불리는 젠더 갈등이 큰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세대나 젠더 등에 대한 논란과 이슈는 비판이나 개선의 목소리는 높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이 나오진 못하고 있다.


p.16~17

Z세대란 누구인가? 대체로 1996년, 1997년부터 2010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 시기에 태어난 이들은 대체로 특정한 경험을 겪었고, 그에 따라 특정한 시각을 공유한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젊기 때문에 특별한 게 아니라, 하필이면 이 시대에 같이 젊었기에 생각과 행동을 한다. 이것이 세대론의 전제다. 그들이 누구인지야 사전적(인구학적) 정의에 가까운 것이다. 그러니 질문을 달리해야 한다. Z세대란 무엇인가?


p.18~19

이들의 모습은 상징하는 바가 있다. 그것은 '서울에 거주하거나 서울 시내의 4년제 대학에 다니는 중산층 이상 18~24세'의 모습이다. 이것은 미디어가 투영하는 밝고 유쾌한, Z세대의 페르소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중략)


이렇게 Z세대의 행동양식인 인싸들의 무엇으로 규정되어 버리면, 여기서 이탈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인싸 페르소나'에서는 대학생이 아닌 이들이 배제되어 있고, 서울에 살지 않는 이들이 배제되어 있고, 중산층 미만의 계급이 배제되어 있다.



<뚝배기를 닦아 뿌링클을 사다>는 크게 2개의 파트로 구분되어 있다. 세대론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은 칼럼, 그리고 한 세대의 상징을 예로 들며 르포르타주 형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파트 1 '또 다른 세대, 또 다른 시선'에서는 연극과 정치학을 전공했다는 저자 자신의 시선으로 세대론이 비추지 않는, 아니 비추려고 하지도 않는, 별로 밝지 못한 세대의 또 다른 단면인 '조져진 Z세대'를 바라보고 있다.


이 책의 주된 이야기 골자 중 하나는 MZ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감정을 갖고 있고, 어떻게 느끼는가에 있다. 이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시선이 머무는 지점으로 여러 가지 사회 현상과 느끼는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2부 '언더독 콤플렉스'에서는 한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그 세대를 표상하는 한 인물의 인생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담겨 있다.


저자는 이를 '본격적인 르포르타주'라고 이야기했다. 언더독의 자의식을 가지고 있고, 어린 날에 굴곡이 많았던 시기를 되돌아보고 있다. 게으르진 않았지만 딱히 내세울 만한 성취를 아직까진 이루어내지 못한, 20대 중반 하층계급 남성으로서 바라본 자기 세대에 대한 이야기이자, 새로운 세대를 바라보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p.92

지금 나는 맨유가 아니라 뉴캐슬 유나이티드라는 전혀 엉뚱한 팀의 지지자가 되어 있다. 맨유는 전성기가 지나 그럭저럭하는 상위권 팀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승리감을 쫓았던 것은 응원팀을 바꾼 이유가 아니다.

얘네들은 더하다. 뉴캐슬은 매년 2부 리그 강등을 걱정하는 구질구질한 팀이다. 이 클럽에 빠져들기 시작했을 때쯤 우리 집은 갑자기 이사를 가서 다른 동네에 정착해야 했었다.


p.160

나를 괴롭힌 건 보다 근본적인 회의감이었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이고 성적에 맞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첫 번째였다. 두 번째는 자존심을 꺾지 않고 삼수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둘 다 내키지 않았다. 아쉬움이나 자존심은 둘째 치고 내년 봄이 너무 답답할 것이었다.




이 책은 한편의 로드 무비를 보는 것 같고,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자전적 소설인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우리 시대의 불안정한 20대의 모습을 반추해 보고 있다. 나의 20대는 어땠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있다. 나 역시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불투명한 미래에 뭘 하면서 살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나 스무살 적에 하루를 견디고 / 불안한 잠자리에 누울 때면 / 내일 뭐하지 내일 뭐하지 걱정을 했지 / 두 눈을 감아도 통 잠은 안 오고 / 가슴은 아프도록 답답할 때 / 난 왜 안 되지 왜 난 안 되지 되뇌었지... 처진 달팽이(유재석 & 이적)이 부른 '말하는 대로'의 노래 가사처럼 말이다.


저자는 세대, 젠더, 가족, 계급, 소비습관, 사랑, 연애, 꿈, 자존감, 열등감, 불안을 달래는 기제, 합리화하려는 심리, 쉬운 자기 연민, 간신히 붙잡는 자기성찰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솔직한 자기의 생각을 소개하는 한편 그들 즉, MZ세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귀 기울여야 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과거 30년 전후에는 'X세대'가 뉴스의 메인을 장식하곤 했다. 지금은 MZ세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기성 언론이나 표에 더 관심이 많은 정치인 혹은 매출 대상이라는 기업의 논리가 아닌, 우리의 아들이자 딸이고, 후배이고, 친구이기도 한 MZ세대들을 좀 더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지켜보면 더 좋지 않을까?



이 포스팅은 좁쌀한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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