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 베니핏 - COST BENEFIT
조영주 외 지음 / 해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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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활 속에 얼마나 많은, 혹은 얼마나 다양한 '가성비'를 적용하고 있는가? '코스트 베니핏(Cost Benefit)'. '비용편익, 비용효과'로 번역되는 이 말은 '가성비(가격대비성능비)'를 뜻한 말로 널리 쓰이고 있다. 가성비는 소비자가 지급한 가격에 비해 제품 성능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큰 효용을 주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요즘은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 즉, 가격대비 만족도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만족감을 주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코스트 베니핏>에서는 돈이 권력인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잘한 물건을 구입하고 생사를 다투는 일까지. 비용과 편익의 잣대로 고민하는 우리 일상에 가성비를 적용한다면 어떨까 하는 물음에서 출발하고 있다.


조영주, 김의경, 이 진, 주원규, 정명섭까지. 다섯 명의 소설가는 저마다 가진 문체의 힘으로 자본주의 시대에서의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무엇일지에 대해 옴니버스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먼저 조영주의 「절친대행 - 당신의 친구가 되어드립니다」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재연이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 함께 있어줄 누군가를 찾는 이야기다. 절친대행사에서 절친 선희를 구매한 이후 재연은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다. 시간과 노력, 정성을 들이지 않은 우정도 진짜 우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과거에도 친구, 연인 대행을 해준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디지털 문화가 일상이 되고,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게 되면서 현대인들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SNS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의경의 「두리안의 맛」 은 파워블로거 윤지에 대한 이야기다. 윤지는 코로나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공짜 태국 팸투어에 선발되는데... 설레는 마음으로 첫 해외 여행길에 오른 윤지에게 블로거로서의 정체성과 맞바꾼 고가의 태국 여행은 스스로를 블로거지라고 느끼게 하는데...


p.35

선희와의 첫 만남은 최악이었다. 하지만 폭발하고 나니 두 번째부터는 좋았다. 대화가 끊길 때면 명혜 욕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나고 나니 재연은 선희와 만나는 걸 정말 기대하게 됐다.


p.57

윤지는 끝까지 예의를 갖춰 약을 올려줬다. 불쾌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자신의 사적인 공간에 저런 댓글을 다는 것도 싫었지만 윤지 역시 형편이 좋아 여행을 다니는 처지도 아니었기 때문에 억울했다.




이진의 「빈집 채우기」에서 주인공 '나'는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혼수 장만에 열을 올리는 이야기다. 예비부부들을 위한 온라인 웨딩고시 카페를 비롯해 혼수용품 가격 비교 사이트를 전전하고 있다. 영끌을 해서라도 식기세척기만은 사고야 말겠다는 '나'의 모습은 지금, 현재의 우리 모습이 아닐까.


주원규의 「2005년생이 온다」는 한얼고등학교에 입학한 세 학생 '자유주의, 조병수, 유혜리'의 사적 공부 모임 ‘2005년생이 온다’에 대한 이야기다. 특이한 이름의 자유주의는 조기 은퇴해서 파이어족으로 사는 것이 지상 최대의 인생 목표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10~20대의 MZ세대는 디지털 1세대로 불리는 40~50대와 확연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이 바라보는 자유와 조기 은퇴의 기준은 무엇일까.


마지막으로 정명섭의 「그리고 행성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모티브로 한 SF소설이다. 27세기 어느 날, 우주 여객선이 외계행성 XG 2214에 불시착하고, 열 명의 조난자 앞에 소형 구조선 호버크라프트 호가 나타나, 조난자들은 자신이 탈출 로켓에 타야한다고 주장하는데...


p.101

"혼수 장만은 다 했어?"

"거의 다 되어가. 처음에는 재밌었는데 이제는 그냥 대충 사고 후딱 끝내고 싶어."

"그렇지? 원래 그래."


p.149

이후 자유주의는 일단 현장 답사를 해야 한다며 유혜리와 조병수를 강남 이곳저곳으로 데리고 다녔다. 주로 지하철 2호선을 이용했다. 오후 시간인데도 강남역에서 삼성역까지 아우르는, 이른바 자유주의의 말을 따라 인용한 '자유주의 벨트'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p.191

"비상 탈출 우주선을 타고 나간 사람이 이곳으로 구조대를 데리고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대한 빠른면 4.5일, 늦으면 16.6일입니다."

리모스의 얘기를 들은 승객들이 술렁거렸다. 얼굴을 살짝 찡그린 나이가 다시 물었다.

"그럼 어떤 선택을 해야 하지?"





가성비는 결국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시간을 들인 만큼 만족도를 따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 가성비를 이익과 효율성 측면에서만 고려해 친구와의 만남이나 여행, 결혼, 조기 은퇴 등 우리의 삶에 적용하는 것이 맞는 일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성비를 찾아 지금도 SNS 채널에 접속하고 있진 않은가?






이 포스팅은 해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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