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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 정여울이 건네는 월든으로의 초대장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해냄 / 2022년 2월
평점 :
최근 2~3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내가 찾은 쉼터는 책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되돌아보면 그동안 참 많은 책들과 함께 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탐독하다 보니 약간의 오류도 생기고 있다.
1년 반 전에 읽은 소설을 새로운 소설인 양 읽기도 했다. 마음의 양식을 찾기 위해 읽고 서평으로 기록한 지 3년째로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를 읽고 있다. 정여울 작가가 새롭게 출간한 이 책은 자연주의자로 불리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1854년에 발표한 <월든(미국에서는 '월든 또는 숲속의 생활'로 출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월든>은 출간 당시에는 화제를 얻지 못했지만 20세기 들어 자연의 법칙과 아름다움을 탐구하고 깊은 사색을 통해 진리를 추구한 미국 문학의 최고 걸작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정작가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고향인 콩코드 지역과 월든 호숫가를 다녀오면서 그의 흔적과 주변의 정취에 대해 생생한 사진과 함께 기록으로 남겼다. 저자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 도심 속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주체적이고 건강하며 자연친화적인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월든>은 어떤 책일지 궁금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도서관에서 <월든>을 빌려서 읽어 봤는데, 작가의 말처럼 쉽게 읽히진 않았다. <월든>은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과 닮아 있다. 주어진 자연환경에서 필요한 것을 얻고 소박한 삶을 추구한 소로를 정작가도 닮고 싶었던 모양이다.
<월든>에서 소로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소박한 삶이다. 그는 지금까지 어떤 실패를 했든 괴로워하지 말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유롭게 독립적인 인생을 살라고 강조했다.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는 글도 좋지만 사진을 보는 재미도 굉장히 좋다. 코로나19가 2년에서 3년째로 이어지며 3월 1일 오후 9시에 20만 명의 확진자가 넘었다는 뉴스를 봤다. 코로나 이후 우리는 평범한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다시 한번 깨닫고 있다.
또한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보면서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진진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어쩌면 저자도 소로처럼 자유인으로서 글을 쓰며 자기반성과 성찰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월든>에서 보았던 것처럼 한 번뿐인 소중한 삶을 어떻게 나답고 진정성 있게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하다 소로가 살았고 머물렀던 장소를 돌아보고 싶어지지 않았을까. 저자의 새로운 깨달음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새로운 사진들과 함께 필름처럼 돌아간다.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은 <월든>을 직접 체험하고자 나선 정여울 작가의 에세이다. 1부에서는 열정, 용기, 고독, 존엄, 자유, 저항, 간결함, 치유, 희망 등 소로가 추구했던 삶의 가치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그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았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2부에서는 생활경제, 인문학, 윤리학, 생태학의 4가지 방향에서 <월든>의 문장을 직접 번역해 인용하면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소로의 말이 유효한 이유에 대해 작가의 설명이 이어진다.
나는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나는 소로의 꼿꼿함이 좋다 ▲나는 소로의 따스함이 좋다 ▲나는 소로의 슬픔마저 사랑한다라는 3개의 문장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저자는 소로를 좋아하기 시작하면, 단지 그의 문장이 아니라 그의 세계관 전체에 매혹된다고 말했다.
또한 소로의 수줍은 미소, 고색창연한 어휘력, 고전에 대한 탁월한 독해력, 그리고 무엇보다 탐욕으로부터 무한히 자유로웠던 그의 놀라운 소박함이 좋다고 이야기했다.
어느덧 2022년 3월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일들과 마주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나 전쟁처럼 불가항력적인 일들이 발생했을 때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우리 삶의 균형을 지키고 적정한 삶의 온도를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좀 더 깊은 사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자는 소로의 삶을 찬찬히 깊게 들여다보는 한편 <월든>에 소로가 남긴 문장 하나하나를 애틋하게 아끼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다. 이 책의 본문 곳곳에는 저자가 직접 다녀온 콩코드와 월든 호수의 풍경, 소로와 관련된 굿즈 사진 70여 장이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내게도 월든 호숫가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오길 기대한다.
이 포스팅은 해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