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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 - 미국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 교열국장의
벤자민 드레이어 지음, 박소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2월
평점 :
한국어든 영어든 결국 언어는 말과 글이다. 그중에서도 글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어떤 이슈에 대해 주장하고 일상의 소소함을 전하는 등 다양한 메시지로 활용되고 있다. 말은 한번 내뱉으면 주워 담기 어렵지만 글은 여러 번 다듬는 과정을 거치는데, 기사를 쓰거나 책을 낼 때도 교정과 교열에 공을 들이게 된다.
<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는 미국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 벤자민 드레이어 교열국장의 영어 글쓰기 비결에 대해 소개한 책이다. 이 책은 퓰리처상 수상 작가들을 비롯해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글을 수십 년간 다듬어 온 교열자로서 저자가 작가들과 협업한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교열자(copy editor)로서 좀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도록 역사, 대중문화, 문학작품, SNS에서 가져온 풍부한 예시들을 곁들여 위트 넘치는 화법으로 실용적인 영어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문장을 단순히 난도질하고 단조롭게 고치는 것이 아니라 더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매만지고 다듬어 가장 좋아 보이는 형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p.13
교열 과정을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교열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저자는 이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익혔고, 논쟁의 여지가 거의 없는 명백한 문법 오류부터 얼마간 논쟁의 여지가 있는 표기법과 개인적 취향 때문에 저지르는 실수에 이르기까지 온갖 문제들을 교열자가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도 주의 깊게 살폈다.
p.14
이 책은 원고 속 대화를 잇는 대화다. 능수능란한 작가들마저 발목 잡히는 기본기부터 이미 유려한 글솜씨를 더더욱 유려하게 만들기 위해 고안해 낸, 또는 어쩌다 마주친 자잘한 고급 요령에 이르기까지 여러분이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나만의 비법을 일부나마 공유할 기회인 셈이다.
저자의 말처럼 교열은 요령이 필요하다. 말로 들을 때와 글로 씌여진 것을 볼 때 언어가 주는 효과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저자의 의도를 경청하는 능력과 그 의도를 명확히 드러내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기사를 쓰는 일도 교정과 교열이 필요하다. 후배 기자들의 원고는 선배기자나 편집장이 최종 검토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교열자를 별도로 두고 오탈자를 확인하기도 한다.
기자들이 직접 취재해서 쓰는 기사 외에도 외부에서 기고문을 받아 정리해서 소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글이 문맥에 맞는지 올바른 단어가 쓰여 있는지 등을 주로 보게 된다. 중요한 건 글이 주제에 맞는지, 오탈자는 없는지 등을 살펴봐야 하지만 내 경우에는 저자의 말처럼 글이 자연스럽게 읽히는지 확인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책에는 문장에서 같은 표현이나 단어가 반복되는지 살펴보고, 문장 부호를 올바르게 쓰고 있는지, 문법적인 오류는 무엇인지, 자주 틀리는 영단어, 숫자 표기법, 작가들도 혼동하는 영단어, 교열자도 틀리는 고유명사 등을 주제로 영어로 글을 써야 하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글쓰기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p.26
절대 And / But으로 문장을 시작하지 마라? 아니다. And / But으로 문장을 시작해라.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면 말이다. 위대한 작가들은 언제고 그렇게 문장을 시작한다. 이 책에서 여태 몇 번이나 그랬고 뒤에서 더 자주 그러려고 작정한 본인처럼 꼭 위대한 작가라고 할 수 사람들조차 그렇게 한다. 하지만 아직 서둘지는 마라.
p.109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n'est-ce pas? (미국인들의 병적인 말버릇 you know에 필적하는 프랑스어 표현으로, 영국식 영어로 짜지면 innit(inst't it의 변형에 해당한다)를 굳이 써야겠다면 철자를 정확하게 표기해라. 그리고 프랑스어로 표기하지 않을 거라면 애초에 쓰지를 마라.
이 책은 영어 번역을 하거나 영어로 에세이를 써야 하는 사람들 혹은 영자신문사에서 일하는 기자라면 참고해 볼 만한 내용들이 아주 많다. 간단한 영문을 만드는 법부터 문장부호 사용법 67가지, 외국어와 외래어 표기하는 법, 영문 소설 쓰기의 기본, 교열자도 틀리는 고유 명사, 사소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교열 요령 등에 대해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영어 단어를 외우고 문장을 해석하기도 바쁜데 영어로 씌여진 글이 잘 쓰여졌는지 어떻게 확인한단 말인가? 그러려면 상당한 영어 실력을 갖춰야 하는 거 아니야? 물론 맞다. 이 책에 소개된 영어 예문을 읽고 이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면 아직 이 책을 볼 때는 아니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말대로 우리 모두 잠재적 저자이거나 이미 '쓰는 사람'이다. 매일같이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거나 댓글을 쓰고, 서평을 쓰고, 리포트를 쓰고, 기획안을 내고, 이메일을 보내고 등 무언가를 쓰고 있다. 자신의 글이 눈에 더 잘 띄길 바라고 좀 더 간단하고 명료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영어로 글을 쓰거나 씌여진 글을 잘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이 포스팅은 동양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