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일제 침략사 - 칼과 여자
임종국 지음 / 청년정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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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조선 침탈에 대한 역사를 되돌아봐야 하는 것은 뼈아픈 실책에 대한 반성인 동시에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 일제강점기 36년 동안 침략의 이면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던 것들도 많이 있다. <밤의 일제 침략사>는 정사에서 다뤄지지 않은 야사로서 일제의 밤의 얼굴을 밝히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한일합방(지금은 을사늑약으로 부른다)과 동양척식회사 등 일제가 조선을 삼키기 위해 자행했던 일들이 일제가 보여 준 '낮의 얼굴'이라면 요정과 기생, 여자 등을 동원해서 이 모든 일을 조종한 것은 일제의 '밤의 얼굴'이라고 말했다. 책을 읽다 보면 기생과 매춘을 이용한 일제의 전략적인 접근이 있었다는 사실에 얼굴이 화끈거리면서도 힘이 없어 굴복한 나라의 암울했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p.14

조선 종이에 주(酒), 효(肴) 두자를 써 붙임으로써 족했던 이 고급요정은 공사관 아래쪽 주자동에 있었는데, 웬 게이샤를 두었겠는가? 나카이라 해서, 말하자면 식모 겸 작부 두어 명이 하숙을 하며 통근하고 있었으며, 이들을 거느린 정문루의 주민은 그해에 한국으로 건너온 이몽이었다.


p.23

일인들의 내왕이 빈번해짐에 비례해서 매춘업이 번성하자, 그에 따른 수요를 위해서 '오키야'가 1906년에 문을 열었다. 이것은 기생, 창녀를 유숙시키면서 주문에 응해서 출장 매음을 하게 하되, 제 집에서는 유흥을 하지 않는, 즉 말하자면 알선 매춘업이다.



저자는 낮에 일어난 모든 일들이 한밤 기생집에서, 요릿집에서 돈과 여자를 이용해 달성한 것이었다는 것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되짚어 보고 있다. 일제에 협력한 매국노를 매수할 때, 일본에서 차관을 들여올 때, 철도 부설권을 따낼 때 등 정사에서 소개된 것들 이면에는 밤에 일어난 일들로 인해 달라졌던 시대상을 짚고 있다. 특히 그는 일제가 한 손에는 대포를 거느리고, 한 손에는 기생을 거느리고 조선에 건너왔다고 이야기했다.


1906년 3월 초대 총감 이토의 부임행렬 속에는 그의 정부인 화류계 여자가 섞여 있었다는 것이다. 1894년 청일전쟁 출병 일본군의 진주와 함께 시작된 묵정동에 자리잡기 시작한 공창가는 1904년 러일전쟁 이후로 거대한 인육시장으로 번성해 갔다고도 전했다. 한때 번성했던 공창가들이 일제로부터 비롯된 문화였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는다. 우리 주변에 일제의 잔재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p.67

이들 출입기생·출입건달들에게 이토는 심심찮게 메모를 보냈다.

오늘밤 요전의 그 '말'을 데리고 오시오. 만일 요전의 그 말에 유고 있으면 필적할 만한 다른 말을 물색해 보내시오.

통감 체면에 게이샤라고는 못하니까 대신 '말'이라는 은어를 썼다.


p.172

1908년 12월, 자본금 1천만 원으로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설립되었다. 농업척식에 필요한 이민의 모집·분배며 자금의 배정·공급 등을 담당한 약칭 동척은 총독부 조선군 사령부와 함께 조선에서 침략의 3대 원흉으로 군림하였다.




조선의 기생은 손님들 옆에 한 명씩 앉아서 술을 따라주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일본 요정에서 조선의 지배층을 접대할 때 그들의 문화에 어색해 할 것을 대비해 기생들을 하나씩 옆에 끼고 앉아서 먹여주게 한 것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처럼 이 책은 일제강점기 동안 일제의 무서운 침략은 실제로는 밤에 이루어졌다는 점을 하나씩 밝히고 있다.


일제가 밤의 밀실을 통해 어떻게 침략과 착취, 억압의 음모들을 진행했는지, 그로 인해 수많은 친일 매국노들이 탄생했다는 추악한 진실들을 엿볼 수 있다. 일제에 항거해야 할 고관대작들이 어떻게 성을 사고파는 현장에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지냈는지, 술과 향락에 빠져 독립을 위한 저항 의식을 망각했던 부끄러운 역사의 단면을 통해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이 포스팅은 청년정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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