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 심리학의 눈으로 보는 두 나라 이야기
한민 지음 / 부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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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책을 읽고 블로그에 본격적으로 서평을 쓰기 시작한 지 2년이 넘었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는데,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읽는 분야는 심리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특히 사회, 문화적인 현상과 사람들의 심리적인 요인들이 결합된 이야기의 책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든다.


이번에 읽은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도 그런 책 중에 하나다. 이 책은 한국인과 일본인의 다양한 면들을 문화적인 관점에서 살피는 한편 심리적인 요인을 곁들여 설명해 흥미로웠다. 이 책의 저자인 한민 문화심리학자는 한일 문화에 대해 특유의 분석력으로 조목조목 살피고 있다. 또한, 두 나라 사람들은 어떤 점에서 다르고 닮았는지에 대해 소개하면서 사회, 문화적인 각 나라의 분위기를 통해 어떤 차이점을 보이는지 꽤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이후 일본은 넘사벽의 나라처럼 여겨졌다. 1980년에서 90년대만 해도 일본 애니메이션, 만화, 패션 등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일본 것을 따라하고 닮고 싶어 했다. 하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20여 년이 지난 2022년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K팝을 비롯해 한국 영화, 한국 드라마는 더 이상 일본의 문화가 부럽지 않을 만큼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p.9

일본을 이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고, 2019년 한국에 대한 갑작스러운 일본의 '무역 제재'는 일본에 대한 열등감과 공포를 극대화했던 사건이었죠. 한국이 본격적으로 일본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된 시점은 바로 그 무역 제재를 별다른 타격 없이 벗어나면서부터였을 겁니다.


p.10

오랫동안 '넘사벽'이었던 일본은 더 이상 없습니다. 많은 분야에서 한국은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심지어 어떤 분야는 일본을 넘어서고 있죠.




저자는 사람들에게는 문화와 관계없이 보편적인 욕구 즉 먹고 자고 사랑하고 남보다 우월해지고 싶고 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러한 욕구를 충족하는 방식은 모두 같지 않은데, 한국과 일본이라는 두 나라의 대처 방식을 통해 어떻게 문화적인 차이가 생겨났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한국 문화와 일본 문화 이렇게나 다릅니다'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인 차이와 그러한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2부 '한국인과 일본인의 '종특'의 탄생'에서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문화적 성격이 다른 이유에 대해 짚었다.


3부 '문화를 뜯어보면 숨은 그림이 보인다'에서는 신화, 전설, 민담, 가치관 등으로 이해하는 '민족심리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4부 '한국인과 일본인의 심층 심리'에서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이루는 가장 본질적인 기준인 경계, 선, 벽 등에 대해 소개했다.


p.48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비교할 수 있는 한국의 문화콘텐츠는 드라마와 영화입니다. 일본에도 드라마와 영화가 있고 한국에도 애니메이션이 있지만,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에 두 나라의 문화가 가장 잘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p.68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과 일본의 사이는 좋지 않습니다. 한국인들이 일본을 싫어하는 이유는 두 나라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삼국시대 이래로 임진왜란에 이르기까지 왜국에게 시달린 데다 끝내는 나라를 빼앗기기까지 했으니까요.


p.70

일본은 왜 한국을 싫어하는 것일까요? 일본 정부는 과거사나 영토 문제 등에 대한 한국의 입장에 '어린아이처럼 떼쓴다' '감정적으로 나온다'는 식으로 반응하고 있는데요. 이런 반응은 일본의 문화적 배경에 따르면 상대를 아주아주 낮게 평가하는 어법입니다.



가장 먼저 한국인과 일본인의 다른 점을 소개한 '먹방의 나라 한국 vs 야동의 나라 일본'이란 주제 선정이 흥미롭다. 아프리카 TV, 유튜브 등 1인 미디어가 등장한 이후 '먹방'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적인 현상이라고 봤다. '밥 한 번 먹자'는 말이 인사말일 정도로 우리에겐 밥심이 대단하다. 한국인에게 밥은 사회적 관계를 맺게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반대로 일본은 성진국이라 불릴 정도로 일본의 성 문화는 섬세함과 적나라함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일본은 남녀가 같은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는 혼욕이 발달하는 등 우리의 시각으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성 문화를 갖고 있지만 그들의 사회, 역사, 지리적인 여건을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욕구의 좌절로 인한 불안으로부터 자아를 보호하기 위한 무의적인 기제인 '방어기제'애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속담이나 신화, 전설 등에는 방어기제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잘난 척이나 허세가 우리 속담에 많이 있다고 한다. 또 남을 배려한다는 알려진 일본인들과 아무 말이나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일단 터트리고 보는 한국인들의 성향이 다른 점도 문화와 역사적인 배경을 이해하면 좀 더 쉽게 다가온다.


p.106

일본인들이 생각하기에 한국인들은 깜짝 놀랄 정도로 자기 생각을 마음대로 말해 버리는 사람들입니다. 일본인들은 다른 사람들의 기분 상할까 봐 절대 하지 않는 외모 품평이나 집단 간의 알력 같은 민감한 주제의 이야기들도 한국인들은 쉽게 쉽게 꺼내거든요.


p.155

방어기제들은 현대 한국 사회의 독특한 현상으로 꼽히는 과시성 소비나 빠른 속도로 전파되는 특정 제품이나 업종의 유행 등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한국인들은 자기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자기애적 성격이 두드러지는데요.


p.158

애니메이션이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가 된 데에는 현실에서의 직접적인 갈등을 회피하려는 일본인들의 동기가 우선적으로 전제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요즘 '메이드 인 제팬(made in japan, 일제)'를 우리나라 사람들은 얼마나 선호하고 있을까? 1980년~90년대 전후만 해도 가전제품은 국산보단 일제가 좋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당시 많이 봤던 입시용 학습 교재들도 수학정석이나 성문영어가 대부분이었는데, 일본에서 제작된 것을 우리말로 번역하고 일부 내용을 첨가한 수준이었다.


TV에서 많이 방영했던 건담, 코난, 마징가Z, 캔디 같은 애니메이션은 일본에서 제작된 것이었고, 오락실용 게임기는 물론 가정용 게임기로 인기가 높은 닌텐도나 플레이스테이션 물론 지금도 일본산이 좋다고 생각되는 제품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코로나19 이후, 많은 것들이 변했다.


한국 공연을 왔던 외국 가수들이 떼창을 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반면에 일본은 조용히 박수만 친다고 한다. 이처럼 이 책은 가깝고도 먼 나라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사람들의 수많은 생각과 행동들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됐는지, 그 원인과 결과를 찾는 과정에서 서로 차이점과 닮은 점들이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결론에 이른다.


물론 저자가 하는 이야기가 모두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어 보면 일본, 일본인에 대해 그리고 우리나라, 한국인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포스팅은 부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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