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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 - 신문과 방송을 모두 경험한 기자가 공개하는 우리가 알아야 할 언론과 뉴스의 비밀들
송승환 지음 / 박영사 / 2021년 10월
평점 :
정치, 경제, 법조 분야를 다루고 있진 않지만 IT 분야에서 열심히 취재하고 기사를 써온 입장에서 일부 기자들이 '기레기'라고 평가받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란해진다.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다. 우리나라에서 허위 사실과 과장된 부풀린 기사로 저널리즘의 수준을 현저하게 떨어뜨리고 기자로서의 전문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사람과 그 사회적 현상을 지칭한다는 말로 통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어쩌다 언론과 뉴스는 시민들로부터 기레기로 불리며 불신의 대상이 되었을까? 올바른 사회 정의를 세우겠다며 독재에 맞섰던, 민주주의를 부르짖던 언론은 자취를 감춘 걸까? 요즘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언론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수구언론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이의 득실을 따지기 바쁘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놀음에 바빠 보인다. 2022년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는 현직 기자가 언론 불신의 시대에 성찰적인 기자가 되고자 손을 내민 책이다. 이 책에는 선배의 충고에 따라 매일 기삿거리를 찾고, 취재원을 만나고, 중요한 정보를 듣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쓰기를 반복해 온 기자수첩에서 봤을 것 같은 내용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언론 혐오 시대에 언론과 시민의 간극을 좁히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기자들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시민과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할 수 있는 소통의 창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p.35
국회는 우리 생활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는 법을 만들고 고치는 곳이다. 많은 시민들이 국회를 욕하고, 언론도 국회의원을 비판한다. 하지만 비판에서 더 나아가서 언론은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시민에게 쉽게 설명하고 알릴 의무가 있다.
p.41
기자 생활을 하다 보면 주변 사람들에게서 제보하겠다고 먼저 연락이 올 때가 있다. 제보는 언제나 고맙지만 듣고 보면 100개 중 99개는 기사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 개인적인 고충이나 민원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6년 차 기자가 다양한 현장을 취재하고 제작하고, 보도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경험담을 담담하게 털어놓은 보도 기사용 사연들이 담겨 있다. 이 책에 담긴 다양한 사례들은 저자가 취재 과정에서 꼼꼼하게 분석하고 기록했던 기삿거리와 실제 기사들에 대한 평가들이 들어 있다. 보도 윤리를 지키면서 어느 선까지 보도할 것인지를 놓고 선택과 결정의 기로에서 고민했던 흔적들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대학에서 [저널리즘의 이해]란 과목을 공부했던 일을 비롯해 다양한 기사를 취재하고 쓰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일들이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관심 있게 읽었던 내용은 '유튜브 받아쓰는 기자와 밥그릇 지키기'란 제목의 기사 내용이었다. 저자는 여전히 시민들은 언론사와 기자가 뉴스 생산을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반대로 기자들은 그 환경이 아주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기자가 쓰지 않은 기사라고 해서 정보가 기자에게만 독점되지 않는 시대가 됐다며, 기자의 대항마로 등장한 '유튜버'를 비롯해 포털 네이트의 '판',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등을 꼽았다. 요즘 기자들을 가리켜 '받아쓰기 한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하는데, 이 책에서도 저자는 그러한 취재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SNS 채널이 다양해지고 뉴스거리가 될 만한 정보들이 빠르게 퍼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기자와 언론사들은 자기 밥그릇을 뺏기지 않기 위한 노력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p.107
기자답게 기사를 쓰기 위해 처음에 했던 연습이 서술어에 밑줄 치기다. 사람들에게 방송기자나 아나운서를 따라해 보라고 하면 "현장에 나가 있는 송승환 기자를 연결합니다" 같은 상투적인 표현과 특유의 억양을 따라한다.
p.111
서술어가 '했다'처럼 단정적으로 끝나는 문장이 많은 기사일수록 잘 취재된 기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취재가 제대로 되지도 않았는데 모든 내용을 단정적으로 쓰는 건 위험한 기사다.
최근 포털에서 연합뉴스가 퇴출되면서 언론 개혁이냐, 혹은 언론에 재갈 물리기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문제가 된 것은 국가기관 통신사인 연합뉴스에서 일반직원이 홍보용 돈을 받고 쓴 광고성 기사에 기명기사를 뜻하는 바이라인을 써서 문제가 됐다. 언론사들이 일종의 취재 관행처럼 돈을 받고 광고성 기사를 쓰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광고비를 받고 썼다고 알리지 않은 것도 문제다. 한때 유명 유튜버들이 뒷광고를 받고도 안 그런 척했다가 큰 논란을 빚은 것처럼 이번 일도 파장이 계속 될 전망이다.
어찌 됐건, 기레기라고 불리는 것에는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기자 스스로도 제목 장사로 불리는 알맹이 없는 낚시형 제목에, 클릭 수만 유발하는 기사를 쓰고 있진 않은지 반성할 때다. 또한 특정 세력을 비호하거나 감싸는 듯한 기사를 쓰거나 특정 제품에 대해 홍보하면서도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은 것처럼 속인다거나 팩트체크 없이 추측성 속보 기사를 난발하고도 아니면 말고 식의 풍조는 사라져야 한다. 물론 모든 언론과 기자들을 기레기라며 일방적으로 싸잡아 손가락질해선 안 된다.
이 책은 언론이 시민들에게 다시 신뢰받기 위해서는 취재 과정을 공개하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 기사를 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해하기 쉽게 기사를 써서 알 권리를 보장하고, 좋은 기사를 평가하는 지표도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학생은 물론 예비 언론인이나, 기성 언론인들도, 그리고 다양한 채널에서 활동하는 유튜버나 프리랜서 기자들도 참고해 보면 좋을 책이다.
이 포스팅은 박영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