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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 : 재앙의 정치학 - 전 지구적 재앙은 인류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ㅣ Philos 시리즈 8
니얼 퍼거슨 지음, 홍기빈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2021년 11월 중순에 접어들었지만 전 세계는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에 빠져 있다. 지난 2년여의 시간 동안 매일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실천하면서 우리나라는 전 국민 70%가 넘는 백신 접종률을 기록하며 11월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한 위드 코로나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확진자가 2천 명에서 3천 명을 넘어서고 있고, 위중증 환자도 500명 대로 여전히 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둠 재앙의 정치학>의 저자인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 주목하고, 신음하고 있는 세계 앞에 재난의 역사와 그로 인한 전 지구적 재앙의 역사를 되돌아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고대 로마의 폼페이, 중세의 페스트, 현대의 체르노빌과 코로나19 대유행까지, 반복되는 인류의 재난 사건들을 역사적 관점에서 살펴본 내용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p.25
팬데믹의 가장 중요한 귀결은 국내 정치가 아닌 지정학의 영역에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2차 냉전은 이미 팬데믹 이전에 시작되었지만, 모든 정황과 증후로 볼 때 미국에서의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계속될 것이다.
p.26
서방 국가의 정부들은 대만과 한국만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성공적으로 억제하는 데 실패했지만, 그 때문에 백신 접종만큼은 제대로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역사는 어떨 때는 저주받은 재난이 줄줄이 이어지는 사태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또 어떨 때에는 재난이 인간들의 창의적인 대응을 끄집어내기도 한다. 성공이 사람들의 자만을 키우는 경향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본문이 600페이지가 넘고 주석만 해도 100페이지가 넘는다. 제목처럼 가볍게 읽을 수 없는 책이다. 니얼 퍼거슨은 앞으로도 인간 사회의 재난은 반복될 것이라며, 선진화된 정치 시스템이나 최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다음에 찾아올 재난을 완벽하게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인류가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회복재생력과 함께 위기에 더 강한 사회·정치적인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책에서는 인류가 직면했던 '재난의 일반사'를 다루고 있는데, 니얼 퍼거슨은 코로나19가 1918년 발생했던 스페인 독감 이후 가장 강력한 재난에 봉착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인류는 왜 수많은 재난을 겪었음에도 코로나19를 예측하지 못했는지, 왜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지 못하고 수백만 명이 죽는 또 다른 재앙을 맞이하게 됐는지 묻고 있다.
p.63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게 되어 있다. 일부 의학자들은 기대수명을 100세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모두 죽을 거란 사실엔 변함이 없다. 생명은 때가 되면 끝나기 마련이란 문제의 해법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영생불사란 여전히 꿈일 뿐이며...
p.108
앞으로도 살펴보겠지만 역사는 모델로 만들어 설명하기엔 너무나 복잡한 과정이며, 이는 터친과 달리오가 선호하는 비공식적 방식들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코로나19가 종식되진 않았지만 역사학자로서 이에 대한 언급이 늦었다고 생각한다며, 더욱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면 무언가 제대로 된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 아니라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때문에 아직 진행 중인 재난에 대한 이야기까지 포함하여 재난의 역사를 쓴 이유에 대해 우리의 실수와 오류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난의 일반 이론에 대해 재난이란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다며 불확실성의 영역에 속한 문제라고 전제했다. 또한 천재와 인재, 즉 자연적 재난과 인공적 재난이라는 시의 분명한 이분법은 성립할 수 없다고 봤다. 조기 경보가 발생했을 때 재빠르게 대응한다면 '재난을 계기로 더욱 강해지는' 것까지는 몰라도 회복재생력을 극대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p.222
고대 로마 시대의 의사 갈레누스에 따르면 천연두는 젊은이, 늙은이, 부자, 빈자 모두 똑같이 괴롭혔으나 특히 노예들을 많이 감염시켰고(고 갈레누스의 노예 모두의 생명을 앗아갔)다고 한다. 증상은 열, 갈증, 구토, 설사, 검은색의 피부 발진 등이었다. 이 전염병은 약 192년까지 계속되었고 이집트에서 아테네에 이르는 지역의 인구를 급감시켜 도시와 촌락이 모두 황폐해졌다.
p.315
미국 자본주의, 소련 공산주의, 영국 제국주의, 이 셋 중 무엇이 최악일까? 한 역사가는 1870년대와 1890년대 인도에서 발생한 기근 사태들을 "빅토리아 시대 말기의 홀로코스트"라고까지 묘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나쁘고 잘못된 비유다.
과학기술과 의학기술의 발달로 삶의 질은 높아졌고 기대 수명도 늘어났다. 하지만 과거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죽고 있다. 매년 5,900만 명, 매일 16만 명의 인구가 숨을 거둔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잊고 지낸다. 저자는 우리는 반드시 죽고, 또 언젠가는 인류 전체가 종말을 맞는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무감각해졌다고 언급했다. 현대판 종말론보단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등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재앙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권력은 타력할 것이고, 전염병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많은 재앙들이 계속될 전망이다. 그런 와중에도 앞으로 다가올 많은 일들은 인류 역사가 반복해온 규칙들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니얼 퍼거슨은 이러한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역사와 위대한 문학 작품에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재난이라는 거대한 마침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순서로 찾아올 것이지만, 모두가 죽는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잊어버리고, 웃고 즐기는 쾌활한 삶을 이어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p.639
대니얼 디포 [전염병 연대기]
무서운 페스트가 런던을 덮쳤다네,
1665년이었다네,
이 병이 수십만의 사람들을 쓸어가
모두 사라졌다네, 하지만 나는 살아 있다네!
이 포스팅은 21세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