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세계사 3 : 서양 미술편 - 알고 나면 꼭 써먹고 싶어지는 역사 잡학 사전 B급 세계사 3
피지영 지음 / 행복한작업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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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갈 일이 생기는데, 현대미술은 알쏭달쏭하고, 바로크나 고딕, 고전미술은 화가 이름 정도만 기억할 뿐, 정작 그림 제목이나 그림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잘 알지 못했다. 전시장을 찾으면 이리저리 두리번거릴 때가 많다. 물론 도슨트를 따라가면서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있으면 '아, 그렇구나!' 하지만, 뒤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리고 만다.


미술이나 음악은 아는 만큼 볼 수 있고 들린다고 하는데, 여전히 초보 감상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B급 세계사 3 : 서양 미술편>은 서양 미술에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들도 좀 더 쉽게 서양의 미술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있다. 특히 알던 그림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었고, 잘 몰랐던 그림에 대해서는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됐다.


이 책은 선사시대 동굴의 벽화부터 현대 미술까지 서양의 미술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주요 사건들 속에 어떤 미술 작품들이 등장했고, 그 그림을 그린 작가들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두루두루 살펴볼 수 있는 유용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별생각 없이 읽기 시작했지만 참신한 설명에 푹 빠져들었다. 도슨트를 별도로 두고 책을 읽는 기분도 들었다.


p.17

처음에 카날레토는 실물만 그렸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눈앞에 풍경을 그림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하면 '상품성'이 높아질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대성당을 배치하고 곤돌라도 그려 넣었다. 난데없는 종탑과 다리도 그림 한 곳에 자리 잡았다. 오늘날로 치면 합성 사진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제대로 미술을 공부한 사람들 앞에 서면 자신도 여전히 B급이고, C급 혹은 D급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저자가 B급이라고 이야기해 주니 책 읽을 용기가 새록새록 생긴다. 미술과 아무런 연결 고리가 없었다는 40대 직장인은 어쩌다 미술에 빠졌을까란 생각을 하다가, 난 왜 다양한 책을 읽고 서평 쓰기에 빠졌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서양 미술의 매력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고상한 척하는 사람들만 미술관을 찾고 관람해야 하는 건 아니다. 누구나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한다. 이런 교양 미술책이 많이 나온다면 미술관의 문턱도 조금씩 더 낮아질 것이다. 이 책을 보다 보면 한 번만 봐도 누구의 그림인지 알아볼 수 있는 그림도 있어서 반가웠다.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이다.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레오나르도는 여러 가지 새로운 기법을 시도했다고 하는데, 그의 탁월한 기법에 새삼 놀랐다. 우선 모델을 살짝 옆으로 돌리는 '콘트라포스토(contrapposto)' 기법을 썼고, 르네상스 시대 그림의 특징인 '선 원근법'을 과감히 포기하는 대신에 '대기 원근법'을 창안했다. 그림의 윤곽선을 없애기 위해 '스푸마토(sfumato)' 기법도 썼다는 것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됐다.


p.102

아우라(aura)는 독일 철학가이자 예술 평론가 발터 벤야민이 만든 말이다. 예술 작품에서 모조품이 도저히 따르고 흉내 낼 수 없는 원본의 분위기와 고상한 품격을 일컫는 것이다. 그래서 이 표현을 연예인 등에게 쓰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 책은 서양 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자부하는 작품들이 어떤 방식으로 인류의 관점을 변화시켜 왔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몇 백 년 전에 그린 그림들과 예술가들이 21세기 현대 사회에서도 영향을 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렴풋이 감이 잡힐 것이다. 또한 어렵게만 느껴졌던 서양미술들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건 좋아했지만 미술사나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은 지루하게 생각했었다. 잘 모르는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처럼 불편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도 좋다. 이 책은 지루하지 않다. 그냥 조금 읽다 마는 그저 그런 교양 미술사가 아니다. 미술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림을 다시 보면 잘 몰랐던 그림도 새롭게 보인다.


저자는 미술의 역사는 생각의 역사이자 관점의 역사라고 이야기했다.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입체감이 들어가면 신과 함께 혹은 나 자신과 풍경이 그림 속에 투영된다. B급이든 C급이든 감성은 A급로 발휘할 수 있다. 좀 더 알고 많이 보면 미술작품이 특정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란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을 보면서 좋았던 점은 컬러풀하게 인쇄된 다양한 미술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p.149

고야의 위대한 작품 <1808년 5월 3일>은 이후 많은 화가들의 귀감이 되었다. 사진처럼 있는 그대로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화가의 감정을 담기 시작했다. 그림으로 전달하는 '전쟁의 참혹함'이란 메시지도 이어졌다.



이 포스팅은 행복한작업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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