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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 - 소나무부터 코로나바이러스까지 비인간 생물들과의 기묘한 동거
곽재식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9월
평점 :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에 살다 보니 별난 일들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시도 때도 없는 모기의 습격이다. 여름은 기본이고 봄, 가을에 어떨 때는 겨울에도 가끔 나타난다. 단층에 살 때는 극성스럽게 달려드는 모기떼를 피해 모기향도 피우고 모기장을 치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
아파트 고층으로 이사하면서 이젠 모기와 안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여전히 한밤중 단잠을 깨우는 불청객은 보무도 당당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온다나...
<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에서도 '빨간집모기(Culex pipiens)'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팬데믹 상황에 빠진 지난해와 올해, 너무나 다사다난한 일들이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모기로 인해 단잠을 설치는 일은 별일 아닌 것처럼 생각될 정도다.
이 모기가 말라리아를 전염시킨다는 사실이 19세기 후반 무렵이라고 하는데, 로널드 로스는 1897년 8월 20일에 현미경으로 모기의 몸속에서 열원충을 확인함으로써 이를 증명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말라리아라는 병을 경험한 것은 수천 년 고대부터라고 하는데, 19세기 후반이 되어 원인을 알기 전까진 모기만 없다면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모기 화석에서 공룡의 피를 발췌하고 복제 기술을 이용해 지구 상에서 사라졌던 공룡을 다시 부활시키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말 흥미로웠던 기억이 새롭다. 한편 20세기 후반 이후 전 세계 사람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말라리아의 공포에서 벗어났다고 하는데, 코로나19에서도 해방될 날이 곧 오길 간절히 바라본다.
<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에서는 식물, 곤충, 그리고 고양이 같은 사람이 아닌 같은 아파트에 동거하는 또 다른 입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파트는 오늘날 도시를 상징하는 가장 일반적인 주거 양식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SF 소설가이자 공학박사인 저자가 우리에게 익숙한 주거 공간인 아파트를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현미경과 망원경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어렸을 적에 읽었던 <파브르 곤충기>나 <시튼 동물기>처럼 미지의 세계로 탐험하는 것 같은 설렘을 준다. 이 책의 저자는 오랜 시간 화학 업계에 종사해 오면서 수많은 화학 실험을 접하면서 물벼룩이나 아메바 같은 친숙하지 않은 실험 생물들 말고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생물들이 달라지는 환경에 따라 서로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는지 조사하고 살펴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파트 주변에 대한 탐구는 소나무부터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들에 주목하고 있다. 이 책에는 소나무, 철쭉, 고양이와 같이 우리에게 친숙한 생물들뿐만 아니라 아메바, 지의류, 미구균 같이 낯선 생물들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가장 크고 가장 쉽게 눈에 띄는 생물부터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생물의 순으로 짚어 가며 여러 생물들이 도시와 아파트에 적응해 살아가는 흥미로운 광경을 책 속에 잘 담아냈다.
도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생물들의 생존 전략에 대해 역사적인 문헌은 물론 노래 가사나 과학적 사실 등을 근거로 들며 상상했던 이상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읽은 수많은 책들 중에서도 이 책은 정말 강추다.
이 포스팅은 북트리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