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 - 올드 사나에서 바그다드까지 18년 5개국 6570일의 사막 일기
손원호 지음 / 부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취재 차 주로 미국을 다녀온 나로서는 아랍 지역은 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서인지 아랍 관련 소식을 듣다 보면 늘 <아라비안나이트>를 읽었을 때처럼 낯설지만 신비롭고 흥미진진한 느낌을 받는다. 아랍 하면 이슬람, 모하메드, 사막, 피라미드, 모스크, 난민, 테러,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같은 단어들이 떠오르는데, 대부분 학창 시절에 배웠던 세계사 정도의 지식만 갖고 있다.


<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은 마치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을 보는 것 같다. 저자는 18년 동안 이집트, 예멘,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까지 5개국에서 생활하면서 자신이 경험했던 아랍에 대해 직접 느끼고 경험했던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그는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아랍 세계를 단정 짓고 이해하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며 지리적으로 광대할 뿐 아니라 헤아릴 수 없는 역사적 깊이로 아랍 세계에는 우리가 모르는 신비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고 소개했다.



그가 첫 번째로 소개한 지역은 이집트였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이집트는 피라미드와 파라오가 떠오르는 나라다. 그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 이집트에 도착해서는 시샤(shisha)라는 물담배를 피워보고 싶었다고 한다. 카페에서 시샤와 커피를 즐기며 아랍어 회화까지 연습했다고 하니 이 책의 저자는 친화력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곳은 총 11개 층으로 되어 있고, 책을 800만 권 소장할 수 있는 규모다.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남아 있지 않지만 고대 도서관의 찬란했던 학문과 예술의 부활을 염원하며 2002년에 개관했다고 하는데, 피라미드를 보러 가는 것보다 더 가보고 싶은 곳이다.


p.48

19세기 독일의 역사가 요한 구스타프 드로이젠은 "헬레니즘 시대야말로 그리스 문명의 팽창 시대"라고 말한 바 있는데, 그 중심이 바로 알렉산드리아였다. 이 시대에 알렉산드리아에서는 듣기만 해도 기가 죽을 법한 학문적 성과를 이루어 냈다. 유클리드는 기하학 원론을 완성하여 점, 직선, 삼각형, 원 등의 용어 정의부터 이들 사이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 체계를 밝혀냈다.



그는 이집트에서 6개월의 연수를 마치고 나서 예멘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9개월간 예멘 전통 복장을 입고 아라비아반도의 향취를 느끼며 그들의 삶에 동화됐다고 한다. 시바 여왕이 호령했던 예멘 땅이 보수적으로 된 이유에 대해 소개하는 한편, 예멘 난민이 제주도로 온 까닭에 대해서도 짚었다.


아라비아반도 일부 지역은 수천 년간 이어진 가부장적 의식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남성이 여성의 자유를 속박하는 일은 여전하다고 한다. 예멘도 그중 한 곳이라고 하는데, 뉴스에서 봤던 검은 천으로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검은 천으로 덮는 의상이 히잡이 아닌 니캅이라는 것도 새로 알게 됐다.


p.81

예멘 시장에 가면 많은 남성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그들이 가정적이어서가 아니라 아내의 외부 활동을 최대한 자제시키기 위해서다. 차를 탈 때도 일부 보수적인 예멘 남성들은 아내가 조수석에 앉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이 책에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이자 바벨탑이 있던 중세 이슬람 제국의 중심이자 <아라비안나이트>의 배경으로 나오는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서 생활했던 일들에 대해서도 소개되어 있다. 그는 석유공사 소속으로 이라크에 파견을 가야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라크로 가는 직항이 없어서 두바이를 거쳐 바그다드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는 '바그다드 선수촌'이라고 부르던 바그다드 주재관 시절에 직접 테러의 현장에서 느끼고 경험했던 일들을 한 편의 소설 속 이야기처럼 소개했다. 영국이 이라크라는 나라를 세우고 통치했다는 역사적인 기록을 소개할 때는 35년간 일제강점기로 지냈던 우리나라의 암울했던 시절과 교차됐다. 사담 후세인에 대한 일들도 뉴스로 접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 책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p.225

1979년, 사담 후세인이 이라크 정권을 잡았다. 수니파 중심의 바트당을 통해 일당 독재 체재로 나라를 다스렸던 그는 이라크 국민 사이에서 강하고 무서운 지도자로 이미지를 굳혔다. 반항했다가는 언제 목이 날아갈지 모르는 세상이 되었다.



수천 년간 거친 사막 지대에서 지내 온 원조 아랍인들과 함께 지냈던 아랍에미리트에서의 생활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이처럼 <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에서는 뉴스 소식란으로 접하는 단편적인 아랍의 모습이 아닌, 저자가 보고 느꼈던 매혹적인 아랍의 진짜 모습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와 접하게 된다.


저자의 관심은 아랍어에서 시작해 아랍인으로 그리고 그들이 살고 있는 땅 이집트에서 예멘으로, 이라크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로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가보지 못한 나라에 대한 동경심과 함께 아랍에 대한 인식들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저자가 2003년에서 2021년까지 만나고 지내온 아랍인과 그들이 사는 곳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한 아랍인을 만들어낸 역사, 문화, 사회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다. 아랍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도서출판 부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