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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맨 브라운
너새니얼 호손 지음 / 내로라 / 2021년 6월
평점 :
당신의 신념은 진정 당신의 것입니까?
내노라 출판사에서 새로운 영미 단편소설을 선보였다. <주홍글씨>로 유명한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단편 소설 <굿맨 브라운(Young Goodman Brown)>이다. 청교도인이었던 호손은 1804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항구도시 세일럼에서 태어났다. 그는 자신의 조상이 세일럼 마녀사냥 사건을 불명예스럽게 판결했던 점을 개탄하며, 자신의 성을 'Hathorne'에서 'Hawthorne'로 개명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낭만주의 혹은 암흑 낭만주의로 분류되고 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이 청교도 식민지 시대의 뉴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굿맨 브라운>은 종교적인 색채를 띠고 있어 종교 소설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이해하는 두 가지 개념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퓨리턴(Puritan)'이라고 불리는 '청교도'에 대한 이해다. 청교도는 16~17세기 영국 및 미국 뉴잉글랜드에서 칼뱅주의의 흐름을 이어받은 프로테스탄트 개혁파를 가리킨다. 엄격한 도덕과 주일의 신성화 엄수, 향락의 제한 등을 지키고 있다. 이들은 종교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이주했는데, 이 작품의 배경이 된 '세일럼'도 청교도 마을로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생활방식을 지키고 있다.
<굿맨 브라운>에서 나다니엘 호손은 인간의 본성에 내재하고 있는 악의 존재에 대해 경고하기 위해서일까? 독실한 기독교 마을에서 나고 자란 선한 젊은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또한 어여쁘고 착한 아내의 이름은 '페이스(faith)' 즉 신념, 믿음, 신뢰, 종교적인 신앙이다. 이 소설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와 신뢰하는 마을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어떻게 있는 변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p.17
내가 지금 어디로 향하는지 꿈에서 보기라도 한 것 같았어. 하지만 그럴 리가 없잖아? 실제로 알았다면 신념은 충격에 쓰러지고 말았을 거야. 내 아내는 지상에 내려온 천사 그 자체니까. 이런 일을 알게 해서는 안 되지. 그래, 떨어져 있는 것도 딱 오늘까지야.
어느 날, 굿맨 브라운은 사랑하는 아내 신념과 작별 인사를 하고 어둠이 내리고 있는 숲속 길로 들어선다. 아내에게는 왜 자신이 이곳에 왔는지 숨긴 채, 꼭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설득한다. 그는 숲속에서 한 남자를 만나는데... 그는 굿맨 브라운과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남자는 굿맨 브라운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친구였다고 말하며, 서둘러 가자고 그를 재촉한다. 남자를 따라 숲속 길을 걷던 굿맨 브라운은 그곳에서 자신에게 교리를 가르쳐주었던 구디 클 로이스를 발견하고 놀라는데...
p.43
사람들이 말하길 오늘 밤 멋진 젊은이 한 명이 모임에 합류할 거라고 하던데 놓칠 수가 있겠습니까? 아, 주인께서 함께해 주신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그곳에 도착할 수 있을 텐데요.
그건 좀 힘들겠지만... 나의 구디 클로이스가 바란다면 이 지팡이 정도는 빌려줄 수 있지.
이 소설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아이템은 '암흑 낭만주의(Dark Romanticism)'이다. 이 책에서는 암흑 낭만주의에 대해 감정과 직관 중에서도 언제나 타락할 수 있는 인간의 불완전성과 인간의 어두운 본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인간의 본성은 자신을 파멸로 이끌 죄악과 악함을 내재한다고 이야기했다. 참고로 미국을 대표하는 암흑 낭만주의 작가는 에드거 앨런 포, 나다니엘 호손, 허먼 멜빌 등이 있다.
악마라고 생각한 남자를 숭배하는 의식에 초대된 굿맨 브라운은 자신의 아내 신념과 선한 마을 사람들을 떠올리며 타락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악마의 숲속에서는 이전에 알고 있던 선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숲을 걷던 굿맨 브라운은 더 이상 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노인은 단풍나무 지팡이를 던져주고 떠난다. 혼자 남은 굿맨 브라운은 목사와 쿠킹 집사, 그리고 아내까지도 이교도 모임에 참여하는 것을 알고는 절망한다. 이제 그는 미친 듯이 내달리다 불빛이 비치는 곳으로 가는데...
<굿맨 브라운>에서 작가는 변하지 않는 '신념(信念)' 즉, 굳게 믿고 있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배운 국가관이나 가치관들은 웬만해서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강한 신념에도 변화가 생길 때가 생긴다. 오랫동안 믿고 의지했던 사람들로부터 배신감을 느끼거나 신변에 심각한 위협이 생길 때가 아닐까. 물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의인들은 죽음 앞에서도 자신들의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이 책을 펴낸이는 '이 이야기는 독실한 기독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결코 종교 소설만으로 볼 수 없다'라며, '성장의 과정 어딘가에서 필연적으로 생길 수 있는 의심의 씨앗과 깨달음에 대한 은유를 담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어린 시절부터 배운 교육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은 굳어진 신념을 하나하나 꺼내어 치열하게 검증하는 작업이 아닐까'라며, '이 이야기는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거듭나는 그 험난한 여정에 대한 은유'라고 설명했다.
나다니엘 호손은 청교도적인 신념이 강한 세일럼 마을이라는 폐쇄적인 청교도 공동체를 배경으로, 이곳 사람들을 믿고 의지했던 마음들이 하나씩 깨지는 과정을 한 편의 이야기에 담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종교적인 신념에 대해 묻고 있지만 작품의 배경을 학교나 직장 등으로 옮겨 놨을 때, 그곳에서 바라는 믿음이나 신념을 따를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옮겨 온다면 어떨까?
이 포스팅은 내로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449183499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https://bit.ly/2YJHL6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