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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화가 - 한국 문단과 화단, 그 뜨거운 이야기
윤범모 지음 / 다할미디어 / 2021년 5월
평점 :
시인과 화가를 함께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 내 경우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굳이 생각해 보면 창작을 한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시와 그림을 아우르거나, 시를 곁들인 그림을 말할 때 쓰는 '시화(詩畫)'라는 단어를 떠올려 보니 주변 지인들 중에도 있지 않은가? 또, 학창시절 백일장 때 그림을 그리고 옆에 시를 적어 제출했던 기억도 나니, 아주 연이 없는 건 아닌 것 같다.
<시인과 화가>는 한국 문단과 화단에 몸담고 있는 저자의 에세이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국립현대미술관 윤범모 관장으로, 그는 '시인과 화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말'이라고 말했다. 시인과 화가는 자신의 인생을 엮어준 고마운 존재들로 '시는 곧 그림이요, 그림은 곧 시'라고 설명했다.
이 책은 저자가 근대기의 시인과 화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기획해 『인간과 문학』 잡지에 연재했던 내용들을 다시 정리한 것이다. 그는 '문학과 미술의 즐거운 만남'을 기대한다며, 시대의 풍경이 된 문인들과 화가들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책에 소개된 내용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시인 이상과 화가 이상' 편이었다. '박제된 천재'로 불리는 이상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나 소설, 드라마에서도 자주 인용되고 있다. 왜일까? 그는 비밀을 많이 간직하고 있었고, 비밀과 관련된 풍문도 많아 단골 메뉴처럼 창작 소재에 활용되어 왔다.
소년 시절에 시인 이상은 장래희망이 화가였다고 한다. 이 책에 '경성고등공업학교 졸업앨범(1929)'에 실린 사진은 이상이 미술 실기실에서 찍은 것이다. 그는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했는데, 이 책의 저자는 건축분야 자체가 미술의 한 장르라고 소개했다.
이상이라는 필명이 친구인 화가 구본웅이 졸업선물로 주었던 미술도구 상자에서 연유되었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실제로 이상은 19세에 자화상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고, 1931년 제10회 조선미전에 <자화상>을 출품해 입선했다. 저자는 이러한 사실이 놀랍다고 소개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에는 미술가를 위한 어떤 시설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비밀이 없는 사람은 가난하다'고 했던 이상은 젊은 나이에 타국에서 요절했는데, 이 책에는 화가 구본웅과의 친분이 소개되어 흥미로웠다. 또한 <오감도>와 <날개>를 쓴 작가로 유명했던 이상과 잠시나마 혼인했던 변동림(김향안)과의 관계도 새롭게 알게 됐다.
'시인 윤동주와 화가 한낙연' 편도 기억에 남는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로 시작하는 시인 윤동주 <서시>는 사춘기 시절에 암송했던 여러 시들 가운데 하나로 지금도 머릿속에 또렷하다. 영화 [동주]는 흑백 필름으로 소개됐는데,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윤동주에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중국 옌벤에 있는 조선족 자치주 룽징시 명동촌에 있는 윤동주 생가와 용정중학교에 있는 윤동주 기념관 사진도 흥미로웠다. 이곳에는 저항시인 윤동주의 전시품과 그에 대한 소개가 잘되어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윤동주와 같은 길림성 용정을 고향으로 두고 있는 화가 한낙연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다.
중국에서는 윤동주보다 한낙연을 더 높게 평가하고 있는데, 그가 중국 현대사의 물결과 동행한 '인민 예술가'이자, '중국 공산당 동북지구 창시자'로 맹활약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낙연은 중국의 피카소라고 불릴 정도로 미술적인 재능이 뛰어났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사라지고 예전처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때가 되면 만주의 용정에 가보고 싶다.
<시인과 화가>에서 저자는 문인과 화가의 만남이 과거 이야기로만 묻히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한국 예술계의 진정한 통섭과 융합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거나 전혀 알지 못했던 시인과 화가에 대해 다양한 사료와 사진들이 곁들여져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이상, 윤동주 외에도 나혜석과 최승구, 카프의 주역 김복진, 백석과 정현웅, 김용준과 김환기, 박수근과 박완서, 오영수와 오윤 부자 등 저자가 뽑은 시인과 화가들이 소개되어 있다. 목차를 따라 읽어도 좋고 관심이 가는 시인이나 화가의 이야기를 골라서 봐도 좋다.
이 포스팅은 다할미디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424078659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https://bit.ly/2YJHL6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