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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 - 인간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
김경훈 지음 / 시공아트 / 2021년 2월
평점 :
지금, 우리의 시각으로 다시 읽는 사진 속 뒷이야기
어느 날 지인이 보내온 사진을 보다 보면 그때의 기억이 영화 필름 돌아가듯이 되감았다고 천천히 돌아간다. 수많은 취재 현장을 다니며 기사를 썼고 그 기사에 맞는 사진도 함께 찍어서 게재해 왔는데, 지금은 그 많은 기사나 사진이 어디에 있는지 일일이 찾기도 어렵다. 예전에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인화해서 잘 나온 사진은 골라서 앨범에 넣어 보관하고 기사 자료로도 썼다. 하지만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SNS에 공유하는 걸로 사진을 소비(?) 하고 있다.
<사진을 읽어 드립니다>를 썼던 김경훈 로이터 통신 사진기자가 두 번째 책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을 선보였다. 전작이 유명한 사진들을 통해 사진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방식이었다면, 이 책은 사진을 통해 사회적인 이슈들을 끄집어내는데 초점을 맞췄다.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사진에 담긴 의미와 사진 한 장이 어떻게 사회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 사진기자가 전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2019년 퓰리처상, 2020년 세계보도사진전 수상 등 다수의 보도 사진상을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는 저자는 '우리 모두가 사진기자가 된 세상에 살며'라며 프롤로그에서 말문을 열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진에 관심을 가졌다는 그는 대학을 거쳐 신문사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며 다양한 사진을 찍어 왔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크고 무거운 DSLR 카메라를 메고 거리를 걷는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사진기자들만이 할 수 있었던 일들이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DSLR 카메라와 비슷한 수준의 이미지를 기록하고 재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뉴스 속보의 경우, 사진기자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현장을 지나던 일반인이 촬영한 사진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먼저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며, 예전에는 사진기자들이나 가능했던 스토리텔러의 역할도 일반인들이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진이 전달하는 이야기의 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속 이야기는 때로는 세상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하지만, 때로는 오해와 편견으로 읽히기도 하고, 때로는 고의적으로 혹은 악의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해석되기도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책은 다양한 사진들의 뒷면에 기록된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꺼내어 읽고,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시각으로 생각해 보자고 제안하고 있다.
저자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 뉴스를 사진으로 전달하는 일을 해오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잘 알려진 사진의 뒷이야기에 대입해 풀어 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진기자의 역할을 하게 된 우리 모두가 사진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조금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 보자고 이야기했다.
'제 사진이 가짜라고요?' 이 책 가장 앞에 실린 ‘중남미 캐러밴 모녀 사진’은 저자와 동료들에게 퓰리처상을 안겼는데, 온두라스 가족이 최루탄을 피해 급박하게 움직이던 당시의 모습이 담겨 있다. 중남미 캐러밴들은 가뭄과 흉작으로 인한 빈곤으로부터, 갱단에 가입하지 않기 위해 등 보다 나은 미래의 꿈을 안고 지금도 미국으로 불법 이민을 감행하고 있다. 사진을 찍을 당시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모든 지역에 높은 장벽이 설치되고 있었다. 저자는 이 사진이 가짜 뉴스라는 말도 안 되는 의혹에 시달려야 했고, 사진 속 주인공들도 의심을 샀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현장의 모습을 담은 여러 언론사 사진과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이러한 가짜 의혹은 거짓으로 일단락됐다. 그는 이 사진에 대해 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여 영원히 남긴다는 속성을 갖고 있다며, 사진을 찍고 한참 뒤에 다시 보면 수많은 것들이 묘사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면 요즘 가짜 뉴스에는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도 조작되고 있고, 수많은 거짓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얼굴은 물론 목소리까지 위변조해 가짜와 진실에 대한 공방은 앞으로 더 가열될 전망이다.
이 책에는 베트남전의 반전 여론을 일으킨 사진, 미국 흑백 인종 갈등의 불을 지핀 ‘더럽혀진 성조기’ 사진, 달에 처음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의 사진, 1845년에 촬영된 세계 최초의 음식 사진, 2020년 전 세계에 ‘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을 일으킨 조지 플로이드 체포 당시 사진 등 시간과 장소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다양한 사진들에 담긴 재미나고 궁금한 이야기의 뒷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무심코 내가 찍은 사진이 누군가에게는 보여 주기 싫은 장면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누군가의 사진에 원하지 않는 나의 모습이 찍혀 있을 수도 있으니 사진을 찍을 때는 책임이 뒤따른다고 말했다. 또한 이 책에 담긴 사진들의 시공간은 제각각이지만, 이들이 결국 말하고 싶은 것은 모든 사진은 의미가 있고 역사를 남길 수 있다며, 사진을 찍는 모든 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오랜 만에 DSLR 카메라를 들고 나가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이 드는 2021년 3월의 일요일 오후다.
이 글은 시공아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27492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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