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쓰고, 함께 살다 - 조정래, 등단 50주년 기념 독자와의 대화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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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등단 50주년 기념... 독자와의 대화

홀로 쓰고, 함께 살다





​대학 다닐 때 읽었던 <태백산맥>, <아리랑> 등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조정래 작가의 작품들은 마음 깊은 곳에 응어리진 감정들을 끌어올려 토해내게 하는 힘이 있었다. 이번에 ​조정래 작가 등단 50주년을 기념하는 에세이집을 읽다 보니 평소 궁금했던 질문들에 대해 작가의 답변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홀로 쓰고, 함께 살다>는 독자들이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작가의 집필 의도나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묻고 답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1945년 해방 이후에도 1950년 6.25를 비롯해 수많은 슬픈 역사를 품고 있는 대한민국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벌어지자 세계의 주목을 받는 나라로 바뀌었다.


작가의 작품에는 동족 간의 피비린내 나는 살풍경한 장면들을 비롯해 지금까지도 진영논리에 얽매여 있는 수구세력들, 집단 이기주의 등등. 도려내지 못해 썩고 곪아 터진 우리내 이야기에 소금을 치기도 하고 때로는 약을 발라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건들을 되짚어 보게 한다.


<홀로 쓰고, 함께 살다>는 조정래 작가가 지난 반세기 동안 자신의 작품을 읽고 사랑해 준 독자들에게 전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 작가에게 혹은 그의 작품과 생각을 묻는 질문들을 중심으로 작가가 답변한 내용을 소개했다. 1부 ‘문학과 인생, 인생과 문학’에서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지, 문학의 길을 후회한 적은 없는지, 쓰기만큼 치열한 읽기란 무엇인지, 인생이란 무엇인지 작가에게 궁금한 질문과 답변이 담겨 있다.


2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세계'에서는 대하소설 3부작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과 답변을 실었다. 3부 '문학과 사회, 사회와 문학'에서는 사죄하는 않는 일본에게, 한국 교육의 핵심 문제와 그 뿌리, 국민이란 국가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물었다.




지난 시간에 이어 독자들이 질문한 내용 중에 관심 있게 읽은 대목 몇 가지를 소개한다.


조정래 작가가 학창시절에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는 이야기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독자는 소설가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귀하의 질문에 따라 저의 일생을 돌이켜보니 문학의 길 이외에 제 앞에 놓인 길이 두 가지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화가의 길과 승려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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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물감값 대줄 돈 없다고 하는 아버지의 말을 따라 화가의 길을 먼저 포기했다고 말했다. 나도 중학교 시절에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보단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끌렸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수채화 물감 보다 열 배 이상 비싼 유화 물감을 바르고 그림을 그릴 수 없던 시절이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사촌형은 미대로 진학했다.


미술의 글을 포기했을 때 남은 승려의 길을 갈 수도 있었다며, 노년에 접어들면서 승려로서의 일생도 의미가 있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문학인생이 너무 힘겹고 너무 무거워 떠오른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주변에서 글을 써보라는 이야기를 어렸을 때부터 듣고 자랐지만 아직까지 내 이름을 단 책 한 권 내지 못했다.


50대 이후에 제2의 인생을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작가이 이야기를 듣기 이전에도 쉬울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생을 다할 때까지 뭔가에 도전하고 살 수 있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50대 이후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생각이다.





독자는 <태백산맥>에서 전라도 사투리는 민중의 삶과 의식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며, 전라도 사투리를 작품에 쓴 이유에 대해 물었다. 작가는 '육화'라는 말로 답변을 이었다. 긴 세월에 걸친 어떤 일이나 경험이 영혼에 스미고 아로새겨져 습관처럼 체질화된 것을 뜻하는 육화라고 표현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가 <태백산맥>에서 구사한 전라도 사투리를 취재해서 그렇게 쓴 것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닙니다. 특히 언어는 육화되어 물 흐르듯이, 바람 불듯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므로 작가가 아무리 취재의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자연스럽고 맛깔스럽고 감칠맛 나게 구사할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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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을 처음 읽었을 때 10권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를 손에서 놓지 못했던 건 딱 2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계절의 변화에 대해 세밀하게 글로 그려내듯 표현하는 작가의 필력이 한 몫 했을 했다. 그가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것을 글로 표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계절 묘사를 이보다 잘한 작품이 있나 싶을 정도다.


두번째 이유는 찰진 전라도 사투리에 흠뻑 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염상진 동생 염상구의 말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그 어느 사투리 보다 매력적이었다. 개망나니라고 밖에는 표현하기 어려운 염상구 캐릭터에 전락도 특히 벌교를 배경으로 한 그의 말투는 이보다 더 잘 맞는 말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작품을 쓰기 위해 가본 곳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에 대해 독자가 물었다. 그는 100번 가도 좋을 곳으로 두 군데를 추천했다. 프랑스 파리, 제주도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그건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고, 다른 이의 인생에 개입하고 간섭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여행하십시오. 여행은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유익한 인생의 자양입니다. 단 그냥 떠나지 마시고 사전에 최소한의 상식을 갖추고 가십시오. 그럼 여행은 당신을 성숙한 교양인으로 키워줄 것이고, 그런 여행은 즐거움과 만족감을 열 배로 배가시켜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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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서너 번 정도 짧게나마 갔다 왔다​. 그 시간 동안 제주도의 일부분만 봤을 뿐이지만 참 좋았다. 딱히 뭐가 좋았는지 묻는다면 나 역시 그때 느꼈던 주관적인 생각이라 딱히 밝히고 싶진 않다. 유럽은 아직 가보지 못했는데, 파리가 좋다는 이야기는 주변에서 꽤 많이 들어봤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언제 다시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 버려 안타깝지만 기회가 되면 꼭 가볼 생각이다.





앉아서 글만 쓰고 취재만 하는 기자에 만족했다면 남들 앞에 설 기회는 없었을 것 같다. 작가의 말처럼 쓰는 것이 남들 앞에서 얘기하는 것보단 속 편하지만 때때로 남들 앞에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는 더듬거리거나 머뭇거려서는 안 될 것 같다. 나도 이 분야에서 나름 오랜 세월 버텨낸 필력과 담력에 언변 능력도 늘어가는 것 같다.


이 책에 소개된 조정래 작가에 대한 많은 질문과 답변들은 직접 책을 읽어보고 판단해 보시기 바란다. 한편 조정래 작가의 대표작인 <태백산맥>과 <아리랑>이 동시에 재출간됐다는 소식이다. 아직까지 읽어 보지 못했다면, 나처럼 읽은지 오래되었다면 깊은 울림을 주는 이 소설들을 다시 한번 읽어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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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해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131756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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