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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부모를 위한 SNS 심리학 - 소셜 미디어는 아이들의 마음과 인간관계,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케이트 아이크혼 지음, 이종민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9월
평점 :
디지털 기술로 망각이 사라진 세상에서
우리 아이의 마음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Z세대 부모를 위한 SNS 심리학>은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s)’으로도 불리며 인생 자체가 디지털인 ‘Z세대’를 키우는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의 삶 전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오랫 시간 기억하고 다시 되돌아보는 추억도 중요하겠지만 이제는 아이들에게 ‘망각의 힘’을 선물하자고 권했다.
SNS의 발달로 아이들의 어린 시절이 담긴 사진과 영상 정보들은 끊임없이 기록되고 누군가에게 공유되고 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고 올릴 수 있는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디지털 정보를 만들고 공유하는 일은 쉬워졌다. 반면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정보를 지우는 일은 불가능해지고 있다.
지인 중에는 페이스북에 자신의 일상을 매일 공유하고, 자신의 아이를 모델 삼아 예쁘고 귀여운, 때로는 어설프고 엽기적인(?) 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영상도 열심히 소개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이런 일들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자신만의 삶을 가꾸며 사는 모습을 보면 감탄도 하고 부럽기도 하지만 너무 많은 일상의 공유는 아이들이 자랐을 때 부담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Z세대 부모를 위한 SNS 심리학>의 저자는 자신이 1990년대 초 인터넷 등장 초기부터 미디어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연구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이 유년기 기억을 잊고 정리해 재구성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과정을 방해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Z세대 부모를 위한 SNS 심리학>은 내 정보와 기억에 대한 통제권을 타인이 갖고 흔드는 모양새에 대한 폐해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부모가 공유하고 남기는 사진이나 영상, 검색 기록 같은 정보뿐만 아니라, 아이 스스로 하루 수십 건의 정보를 제공하면서 매 순간 흔적을 남기는 것에 대해 그동안 무신경했던 건 아닐까?
이 책은 이렇게 남겨진 수많은 디지털 흔적으로 인해 아이의 기억은 차곡차곡 쌓여가지만 어린 시절은 끝없이 계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본인의 좋은 추억만이 아니라, 원하지 않는 ‘흑역사’가 디지털 공간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남아서 재생산된다면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방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책은 모든 트윗이나 페이스북 게시글, 인스타그램 이미지는 일단 게시되고 나면 원래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용도로 업체에서 활용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뒤바꿀 수 있다고도 말했다. 페이스북은 자동으로 사진을 태그할 수 있게 해주고, 옛 친구들을 찾아주며, 어딜 가서 무엇을 하는지 자꾸 올리라고 부추기는데, 업체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야 사업이 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와 같은 일들은 다른 SNS나 정보 공유 플랫폼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얼마 안 되는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수많은 ‘공짜 정보(?)’를 얻고 있다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SNS 업체들은 그렇게 넘긴 개인 정보들을 이용해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키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동 심리 전문가들은 아이의 마음이 온전히 성장해 균형 잡힌 인격을 갖추려면 원하지 않는 기억을 포함한 성장기는 반드시 잊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장하면서 인생을 자기 바람대로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수라고도 이야기했다. 하지만 저자는 디지털 기술은 이런 것들을 철저히 방해하고 있다며, 더 나아가 우리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개인 사진첩을 비롯해 정보로 변환될 수 있는 개인적인 관계나 몸짓, 심지어 욕망까지 점점 더 타인의 수중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디지털화라는 시대의 거대한 흐름을 외면하긴 힘들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망각을 방해하는 사회’에서 온전하고 균형 잡힌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때다.
저자는 인터넷 초창기만 해도 사이버 공간은 이런 망각을 돕는 역할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 접속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원래 모습을 잊고, 자신을 다른 인물로 재창조하고 대안 세계를 탐구하는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거대한 ‘정신적 완충지대’로 작용했고, 이곳에서 사람들은 나름의 안식을 누렸다.
하지만 이제는 기억보다 '망각(잊힐 권리)'이 더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기억(기록)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보다 잊히기(삭제하기) 위해 치르는 대가가 훨씬 더 크다는 데서 이것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이나 연예계에서도 과거 사진이나 발언 등에 대해서 디지털로 저장된 데이터를 찾아내 문제로 삼아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킬 때가 있다.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망각의 오류는 심각한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슬프고 힘든 힘들었던 일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에서 지워져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Z세대 부모를 위한 SNS 심리학>은 디지털을 통한 기억의 재생산은 편집과 재구성을 거쳐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 기회를 멈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책을 읽어봐야 하는 이유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글은 현대지성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111456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