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그리워졌다 - 인생이 허기질 때 나를 지켜주는 음식
김용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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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을 먹는 걸 나 역시 너무 좋아하지만 유명하다는 맛집을 찾아다니며 먹을 만큼 음식에 대한 깊은(?) 열정을 갖고 있진 않다. 어쩌다 지나가는 길에, 혹은 특별히 기대하지 않고 들어간 집에서, 별생각 없이 국밥 한 그릇 시켜서 먹었을 때, 한 숟가락 입에 넣은 것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맛이 느껴지고 그 맛을 음미할 때쯤 지나간 시간과 추억들이 떠오를 때다. 




<밥이 그리워졌다>는 청국장 같은 진한 향과 그리움을 간직한 책이다. 정갈하고 깔끔한 반찬 사이로 진하게 끓여낸 청국장이 놓인다.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입에 넣고 구수한 청국장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걸 느낀다. 그 향을 따라 지나간 시간과 음식을 함께 먹었던 사람들에 대한 추억이 영화 필름처럼 빠르게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평소에도 음식을 주제로 한 영화나 책을 즐겨보는 편이다. 음식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추억이 담겨 있어 그들의 사연을 듣고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주목하는 건 음식을 먹는 중에 혹은 먹고 나서 청국장의 진한 냄새처럼 온몸에 짙게 밴 추억에 잠길 때다. 




영화 <라따뚜이>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프랑스 최고 요리사를 꿈꾸는 생쥐 '레미'다. 어느 날 프랑스 최고의 음식 평론가 '안톤 이고'는 레미가 만든 '라따뚜이'를 먹고 어린 시절에 엄마가 해준 요리 맛을 느끼고 감동한다.


내가 기억하는 인생 국수는 학교에 들어갈 무렵, 어머니를 따라 마을에서 열린 합동결혼식에 참석했을 때였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잔치국수는 너무 맛있었다. 마을잔치로 열린 결혼식에는 다섯 쌍이 합동결혼식을 올렸는데 많은 사람들이 빨리 먹을 수 있도록 잔치국수를 음식으로 내놓았다. 미리 삶아 놓은 국수 그릇에 가마솥에서 우려낸 뜨끈한 멸치육수 국물을 부어 주었다. 형들과 함께 두 그릇을 비우고도 입맛을 다셨던 그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밥이 그리워졌다>는 5가지 주제로 소제목을 붙이고 10개씩 음식을 나눠 총 50가지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먹이는 것의 거룩함에 대하여 칼국수', '죽음 앞에서 사랑을 선지해장국', '먹는 자와 튀기는 자 치킨' 등 음식과 얽힌 사연을 소개하는 소제목만 읽어도 침이 고였다. 그리고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감이 높아졌다. 


책을 읽는 동안 내 몸에 스며든 음식 향기를 맡으며 지나간 시간 속에 함께 했던 이들과의 추억을 온몸으로 느끼며 잠시 몽환적인 생각에 잠긴다. 지금은 떠나고 없어서 만날 수 없는 그립고 보고 싶은 이들과 함께 먹었던 냉면, 만두, 빈대떡, 떡국 등등... 그러고 보면 참 소소한 음식들이다. 




<밥이 그리워졌다>에서도 저자는 자신이 먹었던 음식을 통해 당시에 느꼈던 행복과 서글픔 등을 다양한 사연들로 풀어냈다. 그 이야기 속엔 노래 가사도 들어 있고, 전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도 들어 있다. 이 책은 내가 올해 읽은 에세이 중 최고다.


오늘 점심엔 잔치국수를 먹었다. 어렸을 적에 맛보았던 그 맛은 아니지만 먹는 내내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었다. 음식과 관련된 맛나고 재미난 에세이를 써 보면 좋지 않을까. 이 책은 페이지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면 그 음식들 챕터별로 읽어도 좋다. 누구든 읽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은 에세이다.


참고로 이 책은 컬처블룸 카페 소개로 인물과사상사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책을 읽고 주관적인 관점에서 분석해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1922462486

모든 음식에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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