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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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타는 여자친구와의 데이트가 있었다. 하지만 대학 동아리에 중요한 일이 생겨서 약속 한시간 전에 양해를 구하고 약속을 취소했다. 음.. 내가 너무나도 싫어하는 일인데.. 하지만 쇼타의 여자친구 아야카는 직접 만나 이야기 할 것이 있었다. '지금 당장 날 보러 오지 않으면 헤어질거야"라는 문자를 받은 쇼타는 술을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비가 오는 가운데 차를 몰고 아야카에게 가다가 잠깐 한눈을 판 사이 무언가 부딪히는 것을 느꼈다. 백미러에 비친 신호는 빨간신호였고, 자신은 음주상태였다. 쇼타는 자리를 벗어나고 말았다.

결국 쇼타는 뺑소니범으로 검거되었고, 재판에서는 사람을 치었는지 몰랐다. 파란불이었다라고 주장하며 4년 10개월을 받았다. 출소를 한 후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부모님은 이혼했고, 막 결혼을 하려던 누나는 결혼 할 수 없게 되었고, 엄마와 누나는 엄마의 처녀적 성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쇼타는 '마카키'라는 성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보겠다고 했다.

쇼타는 재판에서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여자친구의 요구에 길을 나섰음에도 드라이브를 하고 싶었다고 했고, 사람인줄 몰랐고, 파란 신호였다고 했다. 하지만 뺑소니 사망사고에 대한 사법적인 벌을 받았다. 가족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20대 초반에 5년여의 수감생활을 했고, 앞으로 그는 제대로 된 직업도 갖지 못할터이다. 과연 그는 속죄한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젊은 청년의 인생이 이렇게 평생 암울하게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생각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꾸었다. 이는 쇼타가 사법적인 벌을 받고 안받고를 논할 것이 아니라.. 애초에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었다. 자신만의 문제로 남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그리고 가족 모두가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어느 도망자의 고백을 듣게 된다. 자신이 의도했든 안했든 저지른 악행에 대해서는 진정한 속죄를 해야지 변명을 해서는 안되다는 것을.. 그저 사법적인 책임은 다 했을지 모르지만 진정한 속죄라는 것은 어떤 것인지 알게 해주는 그런 이야기로 깊은 울림을 전해주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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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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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신뢰를 좀 쌓읍시다. (p.9)

아! 당황스러워라~ 이 책의 첫문장이다. 일단, 신뢰를 좀 쌓읍시다요^^ 소설과 위스키로 엮은 미스터리 판타지. 그런데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과 신뢰를 쌓기 위해서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 신뢰가 쌓이고 나니 읽어나가는데 훨씬 수훨해 지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많은 책들이 신뢰를 쌓지 못한다면 마지막까지 읽는데 무리가 따르니 말이다. 사실 나도 책이 내게 말을 걸었던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책은 아니고 작가였다. 주제 사라마구의 < 도플갱어 >를 읽을때 그런 경험을 했다. 넋을 놓고 읽다가 갑자기 말을 걸어오는 작가 덕분에 정신을 번쩍 차렸다는.. 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나는 책을 읽다가 주의를 환기하는 작가의 한문장 때문에 '어라' 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벤은 책을 선택할때부터 그 책이 자신을 불렀다.

그리고 또 하나. 울프 노인에게서 받은 위스키. 다른 사람의 경험을 전해주게 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경험이 사람을 만든다는 점을 이해했고, 사람들에게 자신을 바꿀 방법을 제공했어(p.135)"라는 말이 꽤 인상적이다. 기억이란 것은 그저 머릿속에 저장한 자료일 뿐이고, 경험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것에 왜 내 고개가 끄덕여 지는지 말이다. 사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난 후에 그저 어떤 기억만으로 정형화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경험과 선택을 통해서 스스로를 변화시켜 가고 있다. 요 며칠 집중적으로 내리는 폭우에 사람들마다 다른 행동을 보이는 것이 그런 맥락이 아니였을까 생각도 하게 되었다.

사실 요아르 블룸의 이야기는 처음 읽어 본 것이다. 독특한 이야기가 은근 매력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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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는 너를 보았다 YA! 4
김민경 지음 / 이지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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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인어를 좋아했다. 간절히 바란다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인어가 있는 세상으로 가거나, 인어를 실제로 볼 수 있도록 밤마다 빌기도 했던 인아에게 어느날, 인어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눈을 뜨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꾸만 인아에게 연화라고 부른다. 그리고 인어를 잡아달라고 의뢰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게 무얼까.

인아는 혼란스러웠다. 낯선 곳에서.. 그리고 그토록 인어를 보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건만.. 인어 사냥꾼이라니... 인아가 있는 이 곳은 '인어 사냥꾼 전문 양성소' 인데다가 인아는.. 아니 분명 자신은 인아이지만 다른 이들이 연화라고 알고 있는 자신은 최고의 인어사냥꾼이 아니던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참으로 독특한 이야기를 만났다. 인아와 연화가 몸이 바뀐것 같은데, 그녀들이 살고 있는 세상 또한 다른 것 같다. 공간까지 이동을 하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게다가 인어를 사랑하는데, 인어 사냥꾼으로 눈을 뜨다니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꽤 좋은 실력을 가진 연화(인아)가 갑자기 인어사냥에 소극적으로 변하면서 왜 자신이 이 곳에서 눈을 뜨게 되었는지를 찾아가는 여정이 매우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 이야기는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또한 십대 청소년 작가라고 한다. 이렇게 재밌고 독특한 소설을 작가가 아직 십대라니 앞으로 작가의 다음 이야기도 매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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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양정숙 지음 / 예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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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현대사회에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많은 일들을 잊고 잠깐 동안이라도 휴식의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는데.. 읽다 보니 휴식의 시간이 되기 보다는 내게는 어째 고민의 시간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아마도 읽은 시기가 문제였지 싶은데 말이다. 「객석」, 「死者와의 對話」, 「비밀」, 「눈 먼 자의 꿈」, 「돌아오는 길」로 구성된 이 5편의 이야기 중에 「돌아오는 길」이 특히나 읽으면서 많이 고민하게 했다.

「돌아오는 길」은 미국으로 입양간 세 남매가 나름 피아니스트로, 의사로, 사업가로 성공해 친모를 만나러 한국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그리는 이야기이다. 부모님은 보육원 출신으로 오로지 의지할 곳은 두 내외뿐이었다. 그래도 알뜰하게 돈을 모으며 사글세에서 전세, 그리고 내 집 마련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아파트 현장에서 추락사고를 겪었고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통장의 잔고는 빠른 속도로 소진되어 가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깊은 고민을 했고, 세 아이를 보육원에 맡기게 되었다. 입양과 파양을 반복하던 삼남매는 미국으로 입양되었고, 다행이 살뜰히 보살펴주는 양부모덕에 안정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얼마전 있었던 사건이 생각났다. 현장체험 학습 신청후 실종되었던 아동이 끝내, 부모와 함께 차디찬 바다속에서 발견되었던 일 말이다. 우울증 치료를 받고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생활고를 겪었던 부모는 아이와 동반자살을 했는데.. 과연, 동반자살이 맞느지, 아동살해 후 자살인건지...어린 자녀들에게는 선택권이 없는 이 사회적인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맞는 것일까. 또한 이 이야기의 세 남매도 물론 어머니 입장도 알겠지만, 그렇다고 버려졌다고 생각을 지울수 없는 세 남매 상황도 이해가 된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판단할 수 있는 것일까.

사실 이 소설들을 읽으면서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는 점들이 있었다. 38살 막내를 결혼상담소를 통해서라도 결혼시키려 하는 어머니, 그리고 교육의 기회를 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들이 그리 유쾌해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분명 그런 일들이 당연시 되던 시절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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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고수 - 신 변호사의 법조 인사이드 스토리
신주영 지음 / 솔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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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억울한 사람이 있어선 안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억울한 사람이 많이 있다. 관습적으로는 합당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법무구를 피해가지 못한다면 억울하지만 그 일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세상 모든 사람이 법에 대해 자세하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조인의 도움을 받아야 할터이다.

요즘 꽤 주목받고 있는 변호사가 있다. 바로 드라마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는 우영우 변호사이다. 실제로 자폐를 가진 변호사도 있다고 하지만, 혹자의 말에 의하면 '동화'같은 이야기이다. 드라마에서는 물론 패소하는 상황도 있지만 극적이고, 정의가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만..어찌보면 법정이야기보다는 경도지만 장애를 갖고 있는 우영우 변호사의 성장을 바라보는 것에 더 중점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이 낯설지 않은 이야기는 드라마의 한 에피소드의 실제 모델이 된 사건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 2자유로' 건설을 위해 노선을 정했는데, 고양시 덕양구의 어느 마을은 두 동강이 나고 소음과 매연을 뒤집어 쓰게 된 주민들이 도로 구역결정 취소 청구소송과 효력정지 신청을 하게 되었다. 드라마에서는 2회 분량으로 이 에피소드를 다뤘지만 상당히 오래 이 사건은 진행되었다.

어떻게 사람 사는 데를 자동차전용도로가 깔고 지나가게 합니까? 우리 보고 그 소음과 매연을 어떻게 견디라는 거예요? 환경영향평가? 여기 도로구역 근방에 노루 몇 마리, 새 몇 마리 관찰된다 그러는데 우리는 안 보이나요? 우리가 그 노루나 새만도 못합니까?(p.160, 161)

법적으로 하자가 없고, 국책사업이라고 하지만 참 그 씁쓸함은 어쩔 수 없다.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고, 사업이지만, 결국엔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일까. 이 일은 주민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 했지만 결국 1심에서 패소했고, 항소를 했지만 또 패소하고 말았다. 이 상황을 저자는 '재판은 아프다'라고 말한다. 드라마에서는 '팽나무'가 마을 사람들의 손을 들어주게 되었지만, 현실에서는 공사중 발견된 구석기 유물 8천여 점이 대거 출토되어 일부 수정이 되었던 듯하다. 법은 주민들을 외면했지만(나름 이유들이 있었겠지만) 4만년전에 살던 구석기인들이 일부나마 도로건설 계획을 수정하게 해주지 않았나.

사실 세상에 억울한 사람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타당해 보이기도 하지만 억지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어찌 일방적인 자기 이익만을 내세울수 있을까. 그래서 보다 억울해 하는 사람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변호사들은 치열하게 그들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혜를 찾아가는 변호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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