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책이란 말씀이야!
정미 지음, 김송이 그림 / 책과나무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물상의 창고에 갇힌 '책이야'. 사실 책이야는 학교 창의 활동으로 책만들기를 했는데, 그때 책 표지에 붙어 있던 책 속 캐릭터이다. 아직 책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책이야는 누군가가 책을 완성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왜 고물상이냐. 책만들기를 했던 아이가 고물상 앞에 떨어드리고 말았는데, 분실물 보관함에 버려졌다가 고물상 창고로 오게 되었다. 책이야는 비닐로 코팅된 종이 인형인데, 어서 아이들이 상상력을 더해 자신을 책으로 완성시켜 주었으면 하는데, 창고에서 만난 낡은 책 속에서 불쑥 나타난 할아버지에게서 '상상의 책방'에 대해서 듣게 된다. 그곳에서 책이야는 아이들을 만날수 있을 테다. 하지만 그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게임 캐릭터가 득실되는 PC방을 지나가야 한다. 과연 책이야는 상상의 책방으로 갈 수 있을까.

아마도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책을 읽으려는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는 게임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책 캐릭터와 게임 캐릭터와의 대결 구도를 설정한 것 같다. 만약에 아니라면 내가 어른이어서 그렇게 느낀 것일까. 요즘엔 책을 손에 든 사람보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사람들이 많다. 오죽하면 건널목에 신호등을 보도블럭 끝자락에까지 설치했을까. 길을 걸으면서도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린 사람들을 보면 이해할 수가 없다. 정말 급한일 때문이라면 모르지만,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보느라 사람들이 많아서 복잡한 길에서도 타인에게까지 불편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책이야는 어딘지 모르게 그 옛날 '말괄량이 삐삐'를 생각나게 한다. 엉뚱하지만 상상력이 풍부한, 어쩌면 지금의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포도청 다모로 일하고 있는 '설'. 얼굴 한쪽에는 계집종이라는 뜻의 한자 '비'(婢)가 낙인 찍히듯 인두로 지진 자국이 있다. 언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도망치다가 잡힌 후의 일이었다. 하지만 언니는 오라버니의 무덤을 꼭 찾으라고 했었다. 열두해가 지나도록 연락 없는 오빠가 죽었다고 생각을 했다.

정조가 승하한 직후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이다. 다모로 일하는 설을 보고 있자니, 그 옛날 드라마 "다모"가 떠올랐다. 설을 꽤 신임하는 한종사관까지..마치 예전 드라마의 추억과 함께 이 소설은 드라마 한편을 보고 있는 듯하다.

젊은 여인의 시신이 발견된다. 입고 있는 화려한 옷으로 보아 양반일테다. 여성 피해자를 검시하는 일이 다모인 설의 역할이다. 피해자는 오판서 대감의 여식이다. 오 소저는 '종으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몸종인 소이에게도 글을 가르치기도 했었다. 아마도 조선 후기시대이기도 하고 '잃어버린 이름'들이라는 사람들은 여성들, 노비들, 서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생각하고 있는데, 가제본이다 보니 결말까지 읽지 못해서 더 두고봐야할 듯 싶긴하다. 그래도 설은 자신의 상관인 한종사관에게 충심을 드러내면서 그가 은근하게 받는 모함까지 진실을 밝혀내고자 노력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설의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소설이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청소년시기부터 캐나다에 살고 있어서 우리 문화보다는 서양문화에 더 익숙했던 허주은 작가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번역이 필요한 소설이기도 하다. 조선시대의 이야기가 영어로는 어떻게 씌여지는지 괜시리 궁금해지기도 한 이야기이다. 작가의 < 붉은 궁 >도 읽었었는데, '이 책은 제가 한국 역사에 바치는 첫 번째 러브레터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을 보니 < 붉은 궁 >보다 먼저 집필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설의 활약도 궁금하고 혹시 설의 오빠와 한종사관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생기는데, 아무래도 결말을 향해 가봐야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120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족과도 같았던 옛파트너 메리 랭커스터는 데커에게 새벽에 전화를 건다. 기억이 사라지던 메리는 자신의 딸이 잠시동안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 큰 충격이었을까. 모든 것을 기억하던 데커와는 반대로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메리는 잊기 전에 모든 기억을 안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데커 시리즈는 그의 가족이 모두 살해되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 늘상 외롭고 어두워 보였는데, 어째 이 시리즈를 읽어가면서 데커에게 새로운 가족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단짝과 같았던 재미슨은 정식 FBI 요원이 되서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고, 새로운 파트너 흑인 싱글맘 화이트를 만나게 된다. 화이트는 데커와 겉도는듯 했지만, 아이를 잃었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서로 마음을 열면서 사건에 임하게 된다. 두 사람이 맡은 사건은 부촌에 사는 판사와 그 경호인의 사망사건이다. 1층에서는 경호인이, 2층에서 침실에서 판사가 죽은채 발견되었는데, 두 사람의 살해 방법이 각가 총과 칼로 인한 것이었다. 데커는 하나의 사건현장에서 조심스레 두개의 사건이 아닌지 의심을 하면서 사건을 풀어나간다. 완벽한 기억력을 자랑하던 데커가 네번째 이야기 < 폴른 >에서부터 하도 머리를 강타당해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했었는데, 인지 연구소에서도 변화가 생겼다는 편지를 받게 된다. 이번 사선을 해결하면서도 간혹 어떤 이미지를 연결시키는데 명확하지 않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아무래도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가 데커인가보다.


"위험이 가중된다는 건, 우리가 진실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진실에 다가갈수록 데커에게 위험을 가중된다. 어쩌면 데커는 확신에 차오르고 있겠지만, 이 시리즈를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혹시나 그 위험이 데커를 우리에게서 앗아갈까 두려우면서도 이 책을 놓지 못하는 것 같다. 옛 파트너 메리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새로운 파트너가 생겼고, 눈엣가시 같지만 내칠수 없는 데커가 FBI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지켜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마
나혜원 지음 / 사유와공감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혜원 작가의 소설집 < 해마 >에는 6편의 이야기가 있다. 「변호할 권리」, 「상흔」, 「해마」, 「마리모」, 「아귀 마을」, 「해방」에는 주변인으로 상처 받고 , 그로 인해 정신적 트라우마를 가지고 사는 이들이 등장한다. 사실, 나는 단편에 조금 약한 편이다. 내용을 이해하기도 전에 끝나버리는 바람에 내가 지금 무엇을 읽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동안 근육을 키웠을까. 어째 이번 이야기들은 잘 읽어나갔다. 어찌 보면 단편에 익숙해졌기도 했고, 이야기들이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한 듯하다.

특히나 「마리모」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교직을 이수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유연이 등장한다. 학교앞 캠패인에 사인하고 받은 '마리모'. 마리모는 담수성 녹조류의 일종으로, 물이끼 정도로 생각하면 무난하다고 한다. 언젠가 마리모를 본 적이 있는데, 마리모를 키우는 게 뭔재미가 있을까 생각도 해봤는데.. 어쩌면 유연이가 마리모와 닮은 것 같다. "일 년에 두세 번 마리모는 스스로 바닥에서 수면으로 떠오르기도 한다고 전해집니다. 일본인들은 마리모가 물에 떠 있는 모습을 보는 이에게는 행운이 찾아오다고도 하고, 사랑이 이루어진다고도 하며, 혹은 오랜 소원이 이루어진다고도 말합니다."(p.115) 아마도 유연은 바닥에서 수면으로 뛰어오르는 그 날을 기다려왔던 것 같다. 하지만 그리 녹록치 않았다. 마리모와 함께 있을 체리새우를 구입했지만, 서서히 물에 적응할 시간을 두지 않아서 죽게 만든다. 유연은 자신에게 꼭 맞는 체리새우를 만나길 바랬지만, 현실을 참으로 가혹하다. 참 슬프다....

우리는 누구나 상흔을 안고 살아간다. 어떤 상흔은 알아봐달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어떤 것은 속으로 꾹꾹 가슴 속 깊이 담아두기만 한다. 그런 상처를 딛고 일어나면 좋겠지만, 그다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더 마음에 다가온다. 어찌보면 현실적이라 더 마음아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로 데이즈
루스 웨어 지음, 서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주인공 잭은 게이브와 기업의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기 위해 모의 사이버 공격을 실행하는 펜 테스터이다. 이 소설을 읽는 초반에는 그 사실을 몰라 살짝 긴장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날은 좀 이상했다. 잭은 천장 패널을 하나 부러트렀고, 차를 너무 가까운 곳에 댔다. 새벽, 아무도 잭이 하는 일을 설명해줄 사람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음식을 시켜놓고 기다리겠다는 남편과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예상보다 늦어졌던 귀가시간 잭은 살해된 게이브를 발견하고 만다. 공황상태에 빠졌던 잭은 신고가 늦어졌고, 유력 용의자로 의심받기 시작할 때, 생명보험이 개시되었다는 메세지를 받게 된다. 분명 경찰은 잭을 범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대로 잡힐 수는 없다. 누가 게이브를 살해했는지 밝혀야만 한다. 잭은 그대로 경찰서를 빠져나가 도주하게 된다.

잭이 경찰의 추적을 피해서 진실에 다가가는 8일간의 여정이다. 여정이라는 표현은 좀 어울리지 않다. 좀 더 긴박한 단어가 떠오르질 않는다. 담을 넘다가 다친 상처가 계속해서 잭의 도주를 힘들게 하지만, 곳곳에서 잭을 도와주는 낯선 이들도 존재한다. 어찌보면 매우 가깝다는 사람들이 간혹 해가 되는 경우가 등장한다. 너무나도 가깝고 믿었기에 실망감이 더 큰지도 모르겠지만, 누구인지도 전혀 모르지만 베풀어주는 작은 친절에 더 눈길이 가게 된다.

이 소설은 진실이 밝혀지는 그 날을 "제로 데이즈"라고 설정하고, 사건이 발생한 날로부터 천천히 거슬러 올라간다. 시간 순서대로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마치 시간을 역행하는 것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부상에도 불구하고 간발의 차이로 추적에서 벗어나는 잭의 도주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원래 소설을 기반으로 영상물로 제작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이야기는 영상물로 제작하면 꽤 스피디한 도주활극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