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읽고 마음을 쓰다 - 3분 응시, 15분 기록
즐거운예감 아트코치 16인 지음 / 플로베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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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재미있는 예술 향유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런데 말이다. 나는 아무리 ‘쉽고 재미있는’이라고 해도 미술은 참 어렵다. 그래도 나름 다

른 분야들을 괜찮은데 유독 미술에 대해서만 맥을 못 춘다. 근데, 이 책을 읽다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바로 내가 까막눈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답답한 것이 있으면 그 너머의 세계를 알고자 한다.(p.51)

어쩌면 나는 미술에 대해 알려고 나름 찾아보기도 했지만, 아마도 재능은 없다 하더라도 끈기가 없는 것이 더 큰 문제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그림을 이해할 때도 각자의 히스토리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책을 읽을 때도 자신이 경험에 따라 느끼게 되는 점이 다르듯 그림도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그림에 감동받는 포인트가 달라진다. 그렇게 그림에 가까이 다가가며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는 “2부 우리를 치유하는 그림 글쓰기“ 중 마지막 ‘상실’ 편이다. 요즘 들어 하늘은 물끄러미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낮이고 밤이고 하늘을 쳐다본다. 꼭 엄마가 나를 내려다 보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해진의 「하늘과 들과 나무」라는 그림은 뭔가 공감이 간다. 지금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 말고 저렇게 언덕에 올라가서 하늘을 쳐다보면 한걸음 가까이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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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미용실 - 교제 살인은 반드시 처단되어야 한다
박성신 지음 / 북오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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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죽어야만 헤어질 수 있는 것일까. 항상 의문이었다. 남녀가 사귀다가 어느 한쪽이 죽어야만 헤어질 수 있는 것인가 말이다. 하지만 그 '어느 한쪽'은 대부분 여성이다. 연인간에 벌어지는 폭행과 살인 사건을 우리는 '데이트 폭행'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폭행'에서 끝나지 않고, 더 나아가 '살인'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른바 명백한 '교제 살인'이라 불러야 한다.

찬서는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찬서가 돌이 되었을 때 엄마는 아빠와 이혼했고, 위자료 대신 찬서를 데리고 나왔다. 그 뒤로 아빠는 본 적이 없었다. 무산을 내려오고 나서 만난 남자는 엄마는 물론 찬서에게도 살갑게 대했다. 하지만, 얼마 안있어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바람피는 유부남이 누구나 그러하듯 곧 이혼할거라 했다. 엄마는 그와 헤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엄마를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그의 손에 엄마는 죽었다. 불길에 휩싸인 엄마는 찬서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손을 내저었다. 남자는 죽어가는 엄마를 보고 낄낄거릴 뿐이었다. 그때 찬서는 8살이었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후, 찬서는 그가 출소한다.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경찰을 그만두고 무산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그녀 앞에 로라미용실 정원장이 등장했다. 찬서에게 탐정을 제안했다. 찬서 바로 직전 탐정은 똘이라는 강아지를 찾으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찬서는 그렇게 로라미용실 윗층에 자리잡은 로라탐정소의 탐정이 되었다.

이 소설에서는 여성을 상대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왜 사회는 남녀간의 사건에 대해서 남성에게는 관대하고 피해자인 여성에게는 가혹한 것인지 모르겠다. 실제로 자신을 범하려던 남자의 혀를 깨물어 절단된 사건이 있었다. 예전에 영화로도 제작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실제로 성추행범이나 강간범이랑 그냥 결혼하지 그러냐는 말을 판사나 검사들이 했었다는 이야기도 예전에 들었었다. 그 이야기가 책속에서 나오자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가 아니라, 예전부터 그리고 여전히 가해자들은 떳떳하고 피해자들만이 상처받는 세상이 아니겠는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아니 바뀌어야 한다.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명명하지 말고, 그녀들을 보호해야하고, 가해자에게 엄벌을 처해야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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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계 1 - 한양의 사람들
최성현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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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말기를 배경으로 한 조선판 「대부」의 첫 시작을 알린 작품.

작가는 이 < 묵계 - 한양의 사람들 >을 시작으로 근현대에 이르는 총 9부작 장편 소설의 집필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이 첫편을 읽어본 내 머릿속에는 '어떻게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지?', '과연 근현대까지 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이 될까?'라는 의문들로 들끓었다. 사실, 나는 「대부」를 보지 않아서 어떻게 견주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로 빠져드는 속도로 봤을때, 굳이 견주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냥 이 이야기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말이다.

한양의 돈줄을 쥐고 있는 인왕산패. 그 곳의 대주(大主) 하우도. 그는 외거 노비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부가 멍석말이로 맞아 죽고 난 어린 우도는 목숨을 겨우 연명하다가 인왕산패의 젊은 두목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알짜배기 부자인 하청수의 눈에 들어 정적들을 해치우며 그를 거부로 만들면서 그의 양아들이 되며 하우도가 되었다. 자꾸만 커져가는 우도를 견제하던 청수의 계략을 알아채고, 먼저 청수를 치고 인왕산패 대주가 되었다. 그 때 만났던 양반 출신의 책사 이륜. 그로 하여금 인왕산패는 이만큼 성장했다.

우도의 아들 상익. 상익은 우도의 포부를 채워주기엔 조금 부족하다. 그러던 어느날, 상익은 김조순댁 하녀를 겁간하고 죽이는 현행범으로 체포되고, 우도는 아들을 내치고 이륜이 아들 강하를 후계자로 삼으려 한다. 하지만 원래 인왕산의 주인이었던 청수의 딸이자 상익의 친모인 하씨 부인은 우도를 겁박하여 상익을 다시 한양으로 돌아오게 되며, 상익에게 어떻게 인왕산의 주인이 될지 궁리해보라 한다. 인왕산의 부와 힘의 근원은 본래 하씨 부인일터이다.

"조선의 뒷골목을 장악한 무뢰배 조직을 조선 최대의 거상으로 만들려던 한 사내, 그리고 그의 아들이 펼쳐내는 희망과 절망, 복수의 대서사시"라는 글귀를 보더라도 이 < 묵계 >의 주인공은 이륜과 그의 아들 이강하일 터이다. 이륜 만큼이나 강하도 우도의 신임을 얻고 있는데, 하씨 부인 또한 인왕산의 패권을 얻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게다가 인왕산패에게 위협이 될만한 송도의 월악산패의 도라지 또한 자신이 주군으로 삼던 이의 죽음으로 인해 이를 갈며 한양에 입성하게 되었다. 이륜과 강하는 이 틈에서 어떤 행보를 보이게 될까.

1권의 책장을 덮으며, 이미 이 소설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묵계가 이미 성립되고 말았다. 조용히 다음 2편의 이야기를 기대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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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슛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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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호 작가 이야기는 두말 않고 읽어보게 되는데, 이 소설 < 레디 슛 >도 마찮가지였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전혀 생각치 못했던 반전. 역시 고호 작가다.

교도소에 복역하던 혜수. 같은 방에 있던 언니에게 귀가 솔깃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옛날에 졸부 하나가 제 아이를 가진 첩을 버렸는데, 30년만에 복수를 하러 나타났다. 자신은 졸부의 손녀를 죽이라는 사주를 받았었다고 했다. 나머지 수고비를 받기 위해 출소한다고 좋아했던 언니였는데, 그녀가 돌연 사망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나, 첩이었던 노인은 치매까지 앓게 되었고, 그녀의 아이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혜수는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철저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요양 보호사를 가장하고 노인의 집을 드나들던 혜수는 노인이 앞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보다 일이 쉬워질 거라 생각했지만, 이 노인도 그리 호락하지는 않다.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노인인데, 스마트폰에는 도로 씨씨티비를 볼 수 있는 앱이 깔려 있었다. 정말 노인은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일까. 그녀를 돕는 조력자는 누구일까. 과연 혜수는 계획대로 노인의 재산을 가로챌 수 있을까.

고호 작가의 이야기는 딱 내 취향과 같다. 그래서 이제껏 출간된 이야기들을 모두 읽었는데, 이번 이야기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반전을 맞이하게 되었다. "누군가 한명은 가짜를 연기하고 있다!"라고 하는말 때문에, 어느쪽이 연기를 하는가 주의깊게 봤었는데, 전혀 생각지도 않은 부분으로 일이 진행되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허를 찌르는 고호 작가의 이야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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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가게 글월
백승연(스토리플러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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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월"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다. '글이나 문장'을 이르는 말이며 '편지'를 달리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편지를 참 많이 썼었는데, 요즘은 낯선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소설을 읽어보 휴대폰이 등장하지 않으면 좀 답답해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이 소설은 참 정겨운 느낌이 든다. 게다가 실제 있는 '편지가게'다 보니, '글월'에 찾아가면 효영이를 만날 수 있다라는 기분마저 든다. 설마... 정말 만나는건 아니지?

공부를 참 잘했던 언니였다. 그야말로 집안의 기대주였는데, 언니가 사기를 당했다. 그 와중에 엄마가 크게 다쳤다. 효영은 결국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접을수 밖에 없었다. 사라졌던 언니가 효영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언니의 편지를 피해 서울로 도망쳤다. 그리고 대학 동문인 선호가 운영중인 "글월"에서 일을 하게 된다.

"글월"에는 독특한 '펜팔 서비스'가 있다. 편지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그리 낯설지 않을 수 있다. 나도 예전에 펜팔을 해봤으니까. 대신 펜팔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편지를 한통을 쓰고, 사람들이 써놓은 편지 한통을 선택을 하게 된다. 답장을 써도 되고, 꼭 그러지 않아도 되고.. 답장이 도착하게 되면 글월에서 '답장이 도착했다'라는 연락을 해준다. 예전의 펜팔과 다른 것은, 만나지는 않더라도 상대방의 정보를 아는데, 이 펜팔을 상대방이 누군지는 알지 못한다라는 것이다. 어쩌면 익명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인 것 같다.

편지라는 건 결국 어느 정도는 물리적인 시공간의 거리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 같아요. 편지지 위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옆 사람한테 건네는 건 아무래도 멋이 없잖아요.(p.389)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글월을 검색하게 되었다. 익명의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편지..너무나 빠르게 변화해지는 요즘 세상에 잠시 걸음걸이를 늦출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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