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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부엌 (인사이드 에디션)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난 이런 책이 싫다. 책 속에서 다른 책을 언급하는 책은 정말 싫다. 집에도 읽어야 하는 책이 쌓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유혹에 이끌려 상호대차를 신청하고 말았다. 이런...
난 이런 책이 좋다. 내가 읽었던 책이 언급되는 책은 정말 좋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 소개가 되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다.
퀸스를 졸업할 때 제 미래는 곧은길처럼 눈앞에 뻗어 있는 듯했어요. 그 길을 따라가면 수많은 이정표를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했죠. 이제 전 길모퉁이에 이르렀어요. 그 모퉁이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가장 좋은 것이 있다고 믿을 거예요. 길모퉁이는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어요. 아주머니,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나올까 궁금하거든요. 어떤 초록빛 영광과 다채로운 빛과 어둠이 펼쳐질지, 어떤 새로운 풍경이 있을지, 어떤 낯선 아름다움과 맞닥뜨릴지, 저 멀리 어떤 굽이 길과 언덕과 계곡이 펼쳐질지 말이예요.(p.185)
내가 읽었던 책과 번역은 살짝(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나도 이부분이 좋았다. 보이지 않는 길모퉁이에는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이 소설에 언급된 많은 이들을 쉼없이 곧은길을 달려왔던 이들이다. 싱어송라이터로 주목받고 있는 유명가수, 젊은 판사, 꿈을 접은채 막연하게 시작한 일에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청년.. 그들은 이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 길모퉁이를 돌 수 있는 자신감을 얻어간다.
가끔 나도 번아웃이 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 적이 있었다. 어쩌면 그 짐작이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쉬어가는게 맞는 것도 같지만 아직 어딘가 자연속으로 하루 이틀 숨어버리는 것은 내 스타일하고 안 맞다. 조금 더 젊었더라면 그랬을 수 있겠지만, 지금의 나는 책 속으로 파묻히는게 휴식인 것만 같다. 하지만, 가끔 바라는 것은 캐리어에 책을 한가득 넣고 바닷가 펜션에서 조용히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는 아니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가고싶다. "소양리 북스 키친"이 있다면 더 좋을 것 같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