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2 - 상 -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 밀레니엄 (아르테)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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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를 읽을때도 그랬지만 2부를 읽은 지금 후회가 막심하다. 왜냐고? 내년 2월에 나올 3부를 기다릴 생각을 하니 답답하기 때문이다. 1부는 그래도 나름대로 이야기가 결말이 난다. 그러나 2부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딱 끊긴다. 말그대로 '다음 이시간에'다. 주말 오후를 2부 2권을 읽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1부가 고립된 섬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미카엘의 활약상을 주로 그렸다면. 2부는 성매매범죄의 깊숙한 이면을 파헤치는 리스베트가 전면에 부상한다. 물론 미카엘도 활약하지만 그는 비중이 줄어든다.

리스베트. 그녀는 여태까지 봐왔던 여자주인공들과 거리가 아주 멀다. 우선 그녀는 예쁘지 않다. 깡마른 체격에 남에게 무관심한 그녀의 성격은 누구에게 정을 주기 어렵다. 어린 시절의 사건으로 성인이지만, 후견인이 두어야 하는 그녀는 오히려 그 후견인에게 강간을 당하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다른 소설의 여주인공이라면 그런 상황에 절망해 울부짖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그러나 리스베트는 다르다. 자신의 천재적인 해커실력과 뒷조사 능력을 발휘해 그 빌어먹을 인간의 약점을 파헤쳐내고, 마침내 철저한 복수를 감행한다.

리스베트는 엄청난 천재다. 모든 한번 보면 기억해버리는 사진 기억술의 소유자며,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천재해커, 게다가 페르마의 정리를 혼자서 해결해낸다. 우리시대의 윤리관이나 가치관에서 자유로운 그녀는 자신의 정의를 믿고 실현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리스베트는 2부에서 누명을 쓰고 스웨덴에서 쫓기게 된다. 스웨덴의 성매매의 근원을 파헤치는 기사를 작상하던 다그와 미아가 암살을 당하고, 그 자리에 있었던 탓이다. 이제 그녀는 자신의 결백뿐 아니라, 신비의 인물 살라를 밝혀내야만 한다.

<밀레니엄> 2부는 1부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정보를 뿜어낸다. 그러나 1부가 고전적인 추리소설에 가깝다면, 2부는 스릴러에 가깝다. 신비의 인물 살라는 2부 내에서 등장했던 인물이 아닌 탓이다. 그러나 여성이 남성의 폭력에 노출된 현실과 여자를 증오해서 함부로 살인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는 2부에서도 유효하다.

비록 소설이지만, 잡지사 기자였던 작가의 전직에 따라 르포에 가까운 형태로 다가온다. 이 책을 절대 함부로 읽지 마라. 당신은 다른 일은 모두 포기하고 이 책에만 매달려야 한다. 낮과 밤이 순식간에 바뀌고 3부를 고대해마지 않게 될 것이다. 마약, 중독, 역작 등 모든 수식어에 합당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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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a 2008-12-24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혹시 '먼지 혹은 폐허나 엘리베이터에서 명상하시는' 그 분이신가요? 맞아도 반갑고 아니어도 반갑고요^^
누구나의 서평은 다 타산지석이 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주작 2009-01-12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그곳은 처음 듣는 곳입니다. ^^ 부족한 서평을 잘 읽으셨다니 감사드립니다.

ggomssang 2009-02-24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소년이었을 때의 기질이 남아있는 글이 반갑네요..
기발한 것들에 대해 눈을 반짝이는 습관을 아직도 갖고 계시군요


주작 2009-02-24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 감사합니다. ^^
 
북변괴사 - 난중기담 첫 번째 이야기
안병도 지음 / 효월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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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변괴사는 작가가 임진왜란 직후 조선에서 있었다고 생각되는 일을 적은 난중괴담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다. 이 책은 허황되기 이를데 없다. 하늘에서 용이 떨어진다. 그리고 항왜장수인 김충선이 목숨을 다해 막아낸다. 그러나 이 사건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거기엔 조선을 뒤흔드는 역모의 기운이 감지된다.

만약 조선시대에 용이 나타났다면? 그리고 그 용이 전설속의 용이 아니라, 다른 별에서 온 외계생명체라면? 누구나 한번은 상상해 봄직한 그러나 상상하기 쉽지 않은 그 이야기를 작가는 말그대로 무한대의 상상력으로 펼쳐내고 있다. 그렇다고 작가가 단순히 흥미위주로 적어낸 것은 아니다. 임진왜란 이후 피폐한 백성의 삶과 당시 북방의 정세, 조선의 화약무기 등을 나름 철저한 고증끝에 적어내려가, 소설의 현실력을 높여주고 있다.

북변괴사는 작가의 자유로운 붓끝아래서 탄생한 판타지물이다. 동시에 정보와 흥미를 동시에 갖춘 수작이다. 이런 책이 아무런 호응을 얻지 못한다니...그저 안타깝기 이를데 없다. 만약 안병도라는 작가가 일본에 태어났다면 이렇게까지 무명에 가까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순신이 일본을 정벌한다는 <일본정벌기>, 심령과학물이라 할만한 <사이버고스트>, 그리고 이번에 나온 <난중기담>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안작가의 고뇌와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읽어보라!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왜 읽히지 않는지, 왜 유명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는 작가의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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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1 - 상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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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알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큰 수확은 주옥같은 소설들을 많이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사교성이 뛰어나지 못했던 나는 혼자서 서점을 기웃거리며 이런저런 책들을 읽으며 '보배'들을 찾았다. 물론 개중엔 정말 하룻밤을 꼴딱 세게 할만큼 멋진 책들도 있었지만, 그건 어쩌다 얻는 수확이었다. 대부분은 지루하고 읽는 시간이 아까운 책들도 눈물을 삼키며 읽어야 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각종 정보(그중에서도 서평)을 통해 그 전까지 몰랐던 많은 책들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8년 내가 읽은 책 중에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는 이 책을 불과 나흘 전에 만났다.

개인적으로 책에 붙어있는 각종 언론의 찬사는 거의 믿지 않는다. '책을 팔기 위한 홍보문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밀레니엄> 1부를 읽고 난 지금은 그 홍보문구들이 오히려 부족하다란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건 물건이다! 나에겐 바이킹이나 연상되고 깍아지는 절벽과 침엽수림등이 연상되는 그곳에서 이런 역동적인 소설이 나올 줄이야. 책의 제목인 <밀레니엄>은 주인공인 미카엘이 근무하는 잡지사의 이름이다.

종말스런 분위기를 띄는 제목만큼이나 1부에서 다루어지는 살인은 '성서'에 입각한 사이코패스의 엽기스러움이 빛난다. 물론 그렇다해도 최근에 각종 스릴러에서 다뤄온 살인에 비하면 오히려 강도가 약한 편이다. 내가 열광하는 것은 엽기적인 살인이 아니라, 고전적인 추리소설을 연상케하는 밀실 공간에서 벌어진 기상천외한 사건을 풀어내가는 방식이다.

<밀레니엄> 1부의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반예르 가문의 촉망받던 영애의 실종 사건(이속엔 엽기적인 살인과 연관성이 있다) 두번째는 기업 비리로 압축될 수 있는 한 대기업과의 힘겨운 투쟁이다.

첫권에선 스웨덴의 현대사와 맞물린 기업의 역사 그리고 반예르 가문의 역사등이 기술된다. 귀찮고 짜증나는 듯한 그러한 설명들은 나중에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소설에는 단 한문장, 한 단어를 버릴 수가 없다. 그 모든 것들은 정교하게 씨줄과 날줄로 촘촘히 짜여있다. 후반부에 가면 그 모든 것들은 '반전'으로 독자를 놀라게 한다.

지금도 새벽 한시 내 뒷통수를 서늘케 한 독서의 쾌감을 잊을 수 없다. 하도 찬사를 들은 소설이라 도서관에서 심심파적으로 빌려왔다가 밤새 읽고, 뒷이야기가 궁금해 2부를 구입했다. 1부 역시 함께 구입했다. 이건 정말 두고두고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장담컨대 올해 국내에 출간된 소설 중 가장 재밌는 책이다. 만약 읽고 재미가 없다면 나를 형틀에 묶고 곤장을 쳐라. 반항하지 않고 당신이 치는 매를 고스란히 맞겠다. 그러면서 나는 두 가지 이유때문에 울 것이다. 물론 첫번째는 육체적 고통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런 재밌는 소설을 읽으면서 전혀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당신에 대한 연민이다.

 

소설의 내용을 말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당신이 느낄 즐거움을 위해 나의 즐거움을 포기하겠다. 꼭 읽어보라.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그 어떤 찬사도 부족한 소설이다. 누군가 말한 것 처럼 죽은 저자가 무덤에서 떨쳐일어나 다음 이야기를 적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 정도다.

책을 읽는 속도는 자신도 모르게 가속도가 붙을 것이고, 당신은 점점 줄어드는 페이지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후회하지 않을 올해 최고의 소설이라 감히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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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남경태 지음 / 들녘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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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접했을때는 제목만 보고 막연히 '사전'이려니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강력 추천을 읽고 결국 구입했다. 그리곤 반했다.

작가는 '자기 멋대로 쓴 것'이라 했지만 상당히 지난한 작업을 통해 엮을 것 이라는 사실은 읽은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으리라 본다. 살아가면서 많이 접하게 되는 용어들이 어디서 유래된 것인지, 남에게 묻기에는 왠지 쑥스럽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답답한 이야기들. 그러한 간지러운 곳들을 지은이는 친절하게 긁고 있다. 누군가가 지적한 것처럼 어서 어서 이 책의 후속편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서 다른 용어들에 대한 지은이의 풍성한 이야기들을 듣고 싶다. 정말 이건 물건이다. 서재에 꽂아두고 심심할때마다 꺼내 읽으면 당신의 일상을 보다 풍성하게 해줄 최고의 파트너라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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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의 비밀 -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
마이클 티어노 지음, 김윤철 옮김 / 아우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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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쓰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공부에 왕도란 없다"란 말은 "글쓰기엔 왕도가 없다"란 말로 고쳐써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 이 한권의 책 때문에 그 당연한 명제를 바꿔야 할지 모르겠다.

이 책을 구입하는 것은 실로 모험이었다.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책값이 전혀 아깝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세계사나 문학시간에나

들어보았지, 그것이 오늘날의 나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곤 생각치 못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2천년전 아리스토텔레스의 위대함에 경탄할 뿐이다.

이 책은 얇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끊임없이 이 책의 독자를 격려한다. 좀더 세세한 이야기가 없는 것이 아쉽지만, 이 책의 역활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된다. 글쓰기, 그중에서도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은 소설가지망생과 스토리작가등에겐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어느 영화사대표가 말한 것처럼 이 책은 무림종가의 비급이나 마찬가지다. 이 책을 정독하고 여기서 말한 것들을 지킨다면 당신은 최소한 재밌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될 것이다. 완독하고나니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 무척 읽고 싶어진다. 당신도 내가 느낀 명쾌함을 이 책에서 느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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