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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 시대의 지성, 청춘의 멘토 박경철의 독설충고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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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서태지란 분이 계셨다. 혼자서 90년대의 문화흐름을 바꿔서 우린 그를 ‘문화대통령’이라 부르고 있다. 이분이 데뷔하실 때 부른 노래가 <난 알아요>였다. 당시 가수들은 이를 이해못해서 최저점을 줬는데, 결과적으론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고, 이전까지 가요계역사를 바꿔서 당시 심사위원들을 여태까지 난감하게 만들었다.

 

그런 서태지가 나중에 <이너스비너리> 같은 난해한 곡을 만들었다. 만약 서태지가 <이너스비너리>같은 1집때 발표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장담컨대 100% 망했을 것이다. <난 알아요> <환상속의 그대>는 대중의 기호를 잘 파악하고, 대중에게 다가간 곡이었다. 그리고 그런 곡들이 초대박을 쳤기에 나중에 서태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요즘 10-20대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서태지를 이야기를 거론한 것은 박경철의 <자기혁명>이 너무나 어려운 책인 탓이다! <닥치고 정치>도 그렇지만, <자기혁명>결코 쉬운 책이 아니다. 아니, 너무나 어려운 책이다! 왜? 첫 장부터 괴테의 <파우스트>로 시작해서,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해서 철학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주장이 책을 수놓는다.

 

1장의 제목이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란 제목이 아쉽지 않게 갖가지 철학자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읽는 이를 계속해서 일깨운다. 필자가 <자기혁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 희망을 느끼는 대목은 이런 의미에서다.

 

<자기혁명>은 <닥치고 정치>처럼 풍부한 유머감각이 없다. 아니 전혀 없다! 초지일관 <자기혁명>은 진지하고, 진솔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그리고 계속해서 인류의 어려운 문제와 사회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자기혁명>은 어떤 의미에서 90년대에나 유효한 책이었다. 이런 별 재미도 없고 진지하기만 서적이 <닥치고 정치>를 누르고 사회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것은, 지은이가 오로지 박경철이기에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그는 시골의사지만 누구보다 경제학에 관심이 많았고, 청춘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기성세대로서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런 사회가 된 것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젊은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아는 어른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미안한 마음속에서도 젊은이에게 한조각 꿈과 희망을 들려주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라고 역설한다. 비록 모든 것이 정해져서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조차 50%는 스스로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소설가 조정래씨의 말을 빌어 ‘너는 스스로를 감동시킬 수 있을 만큼’ 노력했는지 묻는다.

 

원래 의사보다는 법학과를 가고 싶었지만, 당시의 사정상 의사를 선택했고, 그런 차선의 선택 속에서도 나름의 행복과 비전을 찾을 수 있었다고 그는 담담히 고백한다.

 

경제학을 공부하기 위해 책을 더 읽기 위해, 담배를 피우거나 다른 시간을 줄이고 공부에 매진했다는 그의 이야기는 스스로는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을 펴내고, MBN의 <경제나침반 180도>와 <생방송 경제공감>등을 진행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다.

 

<자기혁명>은 지난 몇 년간 박경철이 안철수와 함께 ‘청춘콘서트’를 진행하면서 깨달은 점들을 적고 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자기 혁명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건 혼자 잘먹고 잘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철학서가 아니지만 철학을 말하고 있고, 경제서가 아니지만 경제를 말하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 못지 않게 사회정의에 대해 논하고 있으며, 시인이 아니면서 시를, 자기계발서가 아니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방법까지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한마디로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책은, 독자에게 <자기혁명>을 읽으면서 자신의 지적능력의 끝까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할 수 있도록 끝없이 자극하고 있다.

 

취업을 위해 스펙만을 쌓는 것이 미덕이 된 사회에 감히 스펙쌓기가 아니라 시민이 되기 위해, 진정한 성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용감하게 묻는 책. 스스로의 주인이 되고, 이 사회의 시대의 주인이 되기 위해 무엇이 진정으로 필요한지 묻는다는 점에서 <자기혁명>는 베스트셀러로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끝없이 증명하고 있다.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밑바탕에는 보다 나은 삶과 진정한 앎에 대한 욕구가 마치 마그마처럼 들끓고 있다고 감히 판단한다. 그리고 <자기혁명>같은 책들이 널리 읽히고 머리가 터지도록 고민하면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더욱 완성되리라 감히 예언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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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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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객관적인 이유 따윈 없다. 그냥 주는 거 없이 밉다고 싫었다. 예전에 <한겨레>를 읽다가 그가 말하는 폼을 보면 왠지 잘난척 하는 것 같고, 그래서 더더욱 싫었다.

 

그래서 처음에 <나꼼수>도 일부러 듣지 않았다. 근데 이젠 듣지 않으면 대화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서 어쩔 수 없이 반 강제적으로 듣게 되었다. 처음엔 2시간이 넘는 시간 때문에, ‘너무 길어’라고 했는데, 지금은 방송을 기다리는 열혈마니아가 되었다.

 

근데 방송 들어본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닥치고 정치>를 비롯해서 4인방의 책선전이 얼마나 나오는가? 근데 내가 <닥치고 정치>를 사서 읽게 된 것은 전적으로 도올 김용옥 교수 때문이었다. 잘 알려진 대로 <중용> 강의가 EBS에 의해 강제하차 통보를 당하자, 화가 나셔서 광화문 1인 시위도 하시고, <나꼼수>에 출연했다.

 

이분께서 말씀하시길 “<닥치고 정치>를 읽었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많더라. 나에겐 칸트 철학서를 읽는 게 더 쉽다”라는 식의 말씀을 하셨다. 처음에 그 방송 멘트를 들으면서 속으로 ‘선생님. 왜 그러세요? 당대 최고의 지식인지아 철학자인 선생님께서 겨우 김어준의 책을 이해하지 못하시다뇨? 겸손이 지나치십니다’라고 생각했다.

 

근데 막상 <닥치고 정치>를 펴들자, 도올 김용옥 교수의 이야기가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거 정말 만만히 볼 책이 아니다. 320페이지가 넘는 책은 크기도 크고 문장 사이가 넓게 퍼져 있어서 읽기에 편하다. 이런 식으로 구성된 책은 평균 2~3시간이면 다 읽는 편이다. 그러나 필자가 다 읽기까진 평소에 비해 3배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왜? 어려우니까.

 

그렇다고 이 책이 특별히 전문용어를 많이 쓰거나 일부러 어렵게 쓴 책은 아니다. 김어준의 말을 빌리자면 ‘폼 잡는 이론이나 용어 빌리지 않고, 일상의 언어로 정치를 이야기해보자’고 애썼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무학의 통찰’이란 말을 운운하는데, 이거 그냥 포장이거나 웃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정말 <딴지일보>의 종신총수인 김어준은 그런 통찰력을 보여준다.

 

우선 그가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기준을 보자. 그가 좌우를 나누는 방법은, 우는 공포에 기초하고, 좌는 염치에 기초를 둔다고 본다. 하여 우는 자신이 보다 많은 것을 가지려 하고, 다른 이에게 나눠주는 것을 매우 아까워 한다. 자본주의가 승자독식주의가 되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가진 자들이, 가난한 자들을 ‘무능하다’고 질책하는 이유가 여기서 비롯된다.

 

반면 좌는 염치를 안다. 그리고 공포를 인정한다. 대신 공포에 대항하기 위해 돈을 비롯한 권력과 재물을 혼자서 갖는 것이 아니라, 공포를 개개인이 나눠서 서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내린다. 이 얼마나 명쾌하고 멋진 설명인가?

 

<닥치고 정치>가 마음에 드는 것은 애초에 선언한 대로 어려운 전문용어나 이론을 전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김어준의 말대로 자신의 소설적 상상력을 동원한 부분은 적지 않다. 그러나 말그대로 이건 교양서가 아닌가?

 

게다가 <닥치고 정치>는 오늘날 한국의 보수와 진보를 평가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손학규, 문재인, 조국, 유시민, 심상정, 노회찬, 이정희 등의 인물에 대한 평가론도 함께 한다.

 

<닥치고 정치>를 만약 90% 이상 이해하는 분이 있다면, 나는 그분께 무릎꿇고 가르침을 청하고 싶을 정도다. 그만큼 내용이 쉽지 않다. 물론 김어준 총수의 화법은 엽기발랄하다. 흔히 그가 쓰는 ‘졸라’ ‘씨발’ 등의 단어는 마치 요즘 노래가서의 의미없는 어조사나 감탄사처럼 운율을 맞춰 재밌게 읽게 해준다.

 

그리고 거침없는 직설적인 화법은 읽는 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이명박 대통령, 즉 가카의 BBK 사건이나 내곡동 땅 문제 등은, 가카의 넘치는 땅사랑과 돈사랑에 기인하는 점에 감탄하게 된다.

 

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 관해서는 철학이 없는 정치인이라 단언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서민이 겪는 고통을 거의 겪지 않은 점을 든다. 그녀는 권력자의 딸로 태어나서 권력의 정중앙에 살았다. 취업문제나 결혼문제-이혼-육아 등등 일반적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삶의 문제를 겪지 않았다. 그녀는 아버지 박정희를 이어 대통령이 되고자 하나, 이는 ‘효도’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식이다.

 

조국 교수가 너무 고색창연한 단어를 쓰지만 진보엔 이만한 인물이 없다거나, 문재인을 대권후보를 적극 밀겠지만, 그는 보통의 인간의 셈법이 달라, 자기자신마저 옳은 일을 위해 도구화 시킨다는 식의 어법은 그의 통찰력에 대해 많은 인상을 준다.

 

그럼 그의 그런 통찰력은 어디서 온 것일까? “정치를 이해하려면 결국 인간을 이해해야하고 인간을 이해하려면 단일 학문으로는 안 된다. 인간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팩트와 가치와 논리와 감성과 무의식과 맥락과 그가 속한 상황과 그 상황을 지배하는 프레임과 그로 인한 이해득실과 그 이해득실에 따른 공포와 욕망, 그 모두를 동시에 같은 크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통섭해야 한다. 나는 통섭한다” P.292

 

분명 잘난 척을 제대로 하고 있지만, 그는 통찰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른바 지식이나 진보쪽 인사들은 흔히들 어려운 용어를 줄줄 꿰고 라캉이니 마르크스니 해서 지식을 앞세운다. 그러나 사실 인간은 따지고보면 세끼 밥 먹고 밤이면 자야하는 동물이다. 사실 고상하거나 엄청난 이유보다 돈이나 권력 그리고 공포 같은 단순한 이유 때문에 권력의지를 불태우는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닥치고 정치>는 김어준 총수의 화법의 정점을 보여준다고 여겨진다. 이 한권의 책은 단순히 책으로 끝낼 수 없는 것이 우리 시대의 정치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집결체이기 때문이다. ‘정치입문서’라거나 ‘전국민 필수교양도서’라는 말은 그저 책을 많이 팔거나, 괜히 하는 수준의 아니다! 정말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읽어야할 정도로 중요한 팩트와 가치가 담겨져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닥치고 정치>의 미덕은 ‘쫄지 마! 떠들어도 돼. 씨바’에 있다. 현 정권 집권이후, 인터넷에도 자가검열이 판치게 되었다. 이것은 촛불집회이후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이루어진 각종 고소고발 때문이었다. 촛불집회에 나선 예비군 부대와 유모차 부대는 각종 이유로 법정에서 곤혹을 치뤘다. 그런 이야기는 인터넷을 타고 삽시간에 퍼졌고, 모두가 공포에 요염되었다.

 

그런 시대에 김어준은 <나꼼수>를 통해 신랄하게 정치를 비판하고 풍자하며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화법으로 말하고 있다. <닥치고 정치>는 그것의 연장으로, 그의 화법으로 정치를 쉽지만 중요한 대목은 모두 짚어내는 통찰력과 직관력과 정보력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깨어있고자 한다면 <닥치고 정치>는 제목 그대로 일단 닥치고 읽어야할 서적이다.

 

이 책을 읽지 않고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말하거나, 정치를 말한다는 것은 구구단을 간단한 사칙연산도 하지 못하면서 미적분을 하겠다는 말처럼 어리석게만 느껴진다. 그만큼의 무게와 가치를 지닌 서적이라 감히 단언한다! 이말에 내 전 재산에 플러스 500원을 더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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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파괴자 3
안병도 지음 / 피앙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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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흥미진진한 그 작가 안병도의 재기발랄함이 돋보이는 B급 판타지 액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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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파괴자 3
안병도 지음 / 피앙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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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진지한 역사소설을 써온 대중소설가 안병도 작가의 B급 무협활극 판타짓 소설 <무림파괴자> 3권이 지난달 22일 발매되었다.

 

작가의 재기발랄함은 여전하다. 겨우 두페이지에 걸쳐 <스타워즈>를 패러디한 전편 줄거리는 하나의 거대한 농담이라 보는 이의 입에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떠오르게 할 지경이다.

 

늘 그렇듯 모든 소제목은 영화에서 따왔다. 삼덕이 동쪽으로 간 까닭은, 신조협력, 총알 베는 사나이, 복수는 나의 것, 나 홀로 뇌옥에. 영화를 조금 본 이들이라면 바로 ‘아하’라고 떠올릴 만큼 유명한 작품들이다.

 

건사격술을 익혀 중원무림에 한바탕 혈겁을 부른 안진현은 2권 말미에서 제대로 임자를 만났다. 바로 일월신교의 호법인 금사검강이었다. 그는 총알을 칼로 막아내고 그마저도 부족해 총알을 칼로 두쪽을 내는 괴물(?)이었다.

 

목숨이 경각이 달린 그 순간 기연(?)으로 우연히 살아나고, 진현은 택배를 보내려 영천궁에 갔다가 신조를 만나 동료가 된다. <무림파괴자>는 곳곳에 기존의 무협소설과 영화의 내용등을 수시로 패러디하고 있다. 동시에 그러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스토리를 진행하고 있다.

 

체질상 내공을 전혀 쓸 수 없는 주인공은 자신이 고안한 화승총이 금사검랑에게 파해를 당하자, 업그레이드를 한다. 영천궁에서 뜻밖의 아이템을 얻으면서 그는 영천궁의 교주가 익혔다는 대상무공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당대 최고의 무림절기이지만, 익히는 순간 내공이 없어진다는 설정은 아무래도 나중에 주인공이 무공을 쌓게 된다는 복선은 아닐는지 지켜봐야 겠다. <무림파괴자>를 3권을 보면서 재밌는 점은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다는 사실이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갈아죽이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힘을 모으고 함께 나아가게 된다. 허나 일은 뜻대로 풀리지 않고 주인공은 홀로 뇌옥에 갇히게 된다. 독약에 당해 꼼짝없이 주인공이 죽을 위기에 닥친 상황에서 3권이 끝날 때는 작가를 향한 원망이 끓어오를 지경이었다,

 

1,2권이 그랬듯 3권도 너무나 수월하게 읽힌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1, 2권처럼 강렬한 임팩트는 없다. 당연하겠지만, 새로운 판타지적 설정은 이제 익숙해져 버린 탓이다.

 

그리고 주인공을 중심에 두고 뭔가 거대한 음모가 진행되고 있는데,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보니 어렴풋하게만 느껴지고 뭔지 제대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점에서 답답한 느낌이다. 작가도 1인칭 시점으로 벌어지는 현 작품의 한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만큼, 이는 좀더 지켜봐야할 듯 싶다.

 

4권은 이달 하순이나 다음달 초쯤 출간될 예정으로 알고 있다. 아울러 5권 부터는 두달 간격으로 나온다고 하니, 기다리는 독자 입장에서는 참으로 애가 탈 일이다. 벌써부터 우리의 탄검심마가 어떻게 위기에서 탈출할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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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파괴자 1
안병도 지음 / 피앙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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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토리텔링의 귀재라 불려 마땅한 작가 안병도의 따끈따끈한 신작 되시겠다. 제목에서 풍기지만 <무림파괴자>는 ‘무협’의 세계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주인공 안진현은 현실에선 별 볼일 없는 사내다. 그는 4년제 서울 변두리 대학을 중퇴한 학력에 88곳의 회사에 입사원서를 넣다가 88번 떨어진 정말 보잘 것 없는 27세의 남자다.

그 런 진현은 우연히 지하철에서 슈나이더라는 인물에게 밑도 끝도 없이 ‘모험을 떠날 준비가 되었느냐?’란 질문과 함께 검은 색 가방만 딸랑 하나 받은 체, 이계로 떨어진다. 바로 검기를 내뿜고 기인이사들이 살아 숨 쉬는 무협(?)의 세계로 말이다. 그 과정에서 슈나이더는 진현을 무협세계로 보내면서, 그 세계의 일인자를 꺾으면 다시 현실세계로 돌려보내주겠다는 일방적인 통고를 받는다.

-참고로 슈나이더 백작은 안병도 작가의 다른 작품 <사이버고스트>에 등장하는 악당이다. 즉 이 작품에 등장함으로써 작가만의 패러럴 월드를 구축했다 할 것이다-

진현은 자신을 우연히 구해준 탁목자에게 무술을 배우려 하지만, 아뿔사! 그는 천심무허지체로 내공을 전혀 쌓을 수 없는 몸이었다.

포 기직전에 이른 진현은 슈나이더 백작이 준 검은 가방을 열어보곤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거기엔 권총과 총알들이 들어있었다. 진현은 무협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술을 익히는 대신 속사 기술등을 익혀 건사격술의 달인 탄검신마라는 스스로에게 별호를 붙이게 된다.

아 마 여기까지 대강의 스토리라인을 말하면 아마 많은 분들은 <극악서생>을 비롯한 현대인이 이계로 진입한 판타지물을 쉽게 연상할 것이다. 물론 <극악서생>이 상당히 잘 된 소설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무림파괴자>는 그보다 몇수 위의 소설이라는 게 내 의견이다.

고 증에 철저한 안병도 작가는 이번에도 충분한 자료조사와 능숙한 스토리 텔링으로 자신만의 판타지 월드를 완성시킨다. 진현이 쓰는 글록 17에 대한 철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무협인들의 초식과 실제 대결을 펼쳤을 때 어떤 가상 결과를 가져올 지 나름대로 시뮬레이션화 시켜 독자의 눈앞에 펼쳐놓는다.

그 러면서 작가는 단순히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르면서 겪는 혼란도 잊지 않고 서술한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철저히 묘사되는 <무림파괴자>는 현실풍자와 다른 작품에 대한 패러디와 유머가 풍성하다. 가령 예를 들어 처음 언급한 88번 면접과 ‘월급 88만원이 황송하다’란 식의 표현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대한 철저한 풍자라 할 것이다.

아 울러 총기 결합 분해를 ‘운공’으로, 권총을 ‘신병이기’로 둔갑 시키는 작가의 재기발랄함은 매 페이지마다 등장해 독자를 즐겁게 해준다. 그뿐인가? 백수여, 무림행 급행열차를 타라! 너희가 영웅을 믿느냐? 남궁세가에 어서 오세요! 첩혈쌍웅 등의 소제목을 비롯해 작품 곳곳에 유명영화와 애니메이션들을 패러디해 마니아들의 숨은 글 찾기(?)란 재미를 톡톡히 이끌어낸다.

< 무림파괴자>는 제목 그대로 기존의 무협소설과 판타지소설의 공식과 설정 등을 하나하나 깨버린다. 우선 주인공 진현이 10대나 20대 초반이 아닌 20대 후반의 남성이란 점이 그렇다. 오늘날 일본 그렇지만 10대 초반의 소년들이 주인공인 이유는 어린 청소년들과 자기 동일시를 통해 최대한 작품의 유명세를 높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작 가는 이에 철저히 반대방향으로 향한다. 인생의 쓴맛을 본 진현은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황당한 무협세계에 빠진 악조건 속에서 살아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어떤 면에서 진현의 노력은 우습다. 그는 검기로 산을 부술 수 있고,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는 괴물들을 상대로 총을 써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최 신식 병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에겐 세력도 돈도 없다. 오히려 탁목자에게 몸을 의탁하면서 연아라는 눈먼소녀를 책임지게 되고, 유일하게 아군이라 할 수 있는 여운형은 여러 가지 이유로 번번이 헤어지게 된다. 사파가 정파를 누르고 압도하고 있는 세상에서 그는 흉계에 휘말려 일월신교와 맞짱을 뜨는 최악의 상황까지 도래한다.

검 기로 철을 베는 괴물들을 상대로 그는 죽음직전까지 가는 처절한 상황에 몇 번이고 빠져든다. <무림파괴자>는 그동안 <일본정벌기> <광개도태왕정벌기> <난중기담> 등의 역사와 판타지가 혼합된 묵직한 팩션을 쓰던 작가가 가볍고 재밌고 쉽게 읽힐 수 있도록 작심하고 쓴 ‘B급 소설’이다.

따 라서 여기선 이전 작가의 발표작과 달리 정말 쉽게 쉽게 책장이 넘어간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 진현이 내뱉는 지극히 개그스런 대사와 기존의 무협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정상황에 대한 반전(현상금을 노리는 나타나는 산적, 최고실력가의 딸이 걸린 의문의 병, 춘약을 먹고 괴로워하는 미녀)등을 통해 관객에게 엄청난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또한 유명한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제목과 상황 등을 패러디해 넣은 장면과 명칭 등은 찾아내는 재미를 준다.

그 렇지만 작가의 문제의식은 여기서도 명징하게 살아있다. 진현은 자신이 사람을 죽일 수 밖에 없는 현실에 괴로워하고, 무림세계에 대한 나름대로의 고찰을 시도한다. 또한 그러한 진현의 고민과 분석을 통해 우린 그저 재미와 흥미로 보았던 무협과 판타지 세계를 다른 시각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된다.

그 러나 이러니 저리니 해도 <무림파괴자>는 일단 재미있다. 아마 기존 무협소설에 질린 이들이나, 판타지소설에 질린 이들에게 새로운 활력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1, 2권 모두 한참 재밌을 때 끝나버려 다음 권을 찾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끔 만드는 마력을 발휘한다. 아마 독서에 능숙한 이라면 아마 2-3시간만에 현재 출간된 2권까지 단숨에 읽어버릴 정도로 그 중독성이 심하다.

< 무림파괴자>를 읽고 나면 아마 이전까지 안병도를 몰랐던 이들도 기대를 가지고 다음 권을 기다릴 수 밖에 없을 거라고 장담한다. 그만큼 <무림파괴자>는 최근 나왔던 무협+판타지 소설에서 몇 발자국 더 발전한 작품이라는 게 필자의 견해다. 1부만 8권으로 예정된 <무림파괴자>가 1-2권 정도의 완성도를 계속 간직한다면 기존의 <묵향>과 <비뢰도>이상의 인기를 끌지 않을까 싶다(완성도는 <묵향>과 <비뢰도>보다 분명 몇 수 위다). 그만큼 <무림파괴자>는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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