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1. 주식 시장의 역사 - 홍춘욱 -
- 금본위제와 채권의 시대
1939년까지 주식보다 채권의 수익률이 높았던 이유는 금본위제 및 디플레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디플레가 심화되며 채권의 실질적인 이자율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장기 불황의 영향으로 깅버의 실적이 악화된 것이 주식 투자의 성과를 낮추었기 때문이다.
- 브레턴우즈 체제의 성립과 붕괴
1945년-1960년대 까지 세계 경제의 호황이 나타난 결정적인 원인은 1944년 7월 맺어진 브레턴 우즈 (Bretton Woods) 협정 이후 세계 금융 시스템이 안정된 것에 있다. 그 협정의 핵심 내용은 변동 환율 제도가 아닌, 고정 환율 제도로 회귀한다는 것이었다. ...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규모 원조도 세계 경제의 부흥을 가져온 요인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유럽의 여러나라의 경제 상황으로 많은 이들이 유럽의 전후 복구가 중단되고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때 미국은 유럽 경제 부흥 계획 (마셜 플랜)을 통해 유럽에 대한 적극적인 경제 지원에 나섰다.
- 영광의 시대는 어떻게 무너졌나?
영광의 시대는 30년을 넘기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미국의 압도적인 경쟁력이 서서히 약화되고, 나아가 독일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달러를 비축하면서부터 미국의 경상 수지 적자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 닉슨 쇼크, 어떤 후폭풍을 불렀나?
1971년 8월 15일, 닉슨 (Richard Nixon) 대통령은 금과 달러의 교환을 정지함으로써 새로운 금융 질서가 수립되었다. 이를 '닉슨 쇼크 (Nixon shock)' 라 부르며, 금에 대한 교환 의무가 없는 화폐를 '불태환 화폐 (fait currency)' 라 지칭한다. ... 닉슨 쇼크로 금 본위제 (및 고정 환율제)가 붕괴된 이후에는 각국 정부가 자유롭게 정책 금리를 결정하게 되었다. 중앙은행의 영향력이 높아진 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대신 인플레에 대한 기대가 부각되었다.
- 경기 변동이 줄어들다!
금 본위제는 근본적으로 금의 공급이 화폐의 공급을 결정하다 보니, 외부 여건의 변화에 취약했다. 따라서 금 본위제 시대에는 경기 변동이 대단히 격렬했다. 닉슨 쇼크 이전까지 물가는 급등 아니면 급락이 반복되었던 반면, 1970년대 후반부터는 서서히 변동이 줄어들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바로 중앙은행의 '물가 안정' 노력 때문이었다.
- 인플레가 사라진 또 다른 이유 - 정보 통신 혁명
연준을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의 역할 이외에도 1980년을 전후에 발생한 경제적 변화로 인하여 인플레 압력은 약화될 수 있었다. 그것은 '반복적인 (Routine)' 일을 하는가의 여부가 일자리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사실이었다. 왜 반복적인지 아닌지가 그렇게 중요할까? 반복적인 일에는 사람보다 기계 (및 인공지능 등)가 훨씬 더 능숙하기 때문이다.
기업들 입장에서 기계로 대체하기 어렵고 또 혁신을 주도하는 분야 (비반복적인 지식 노동)를 적극 육성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인건비도 비싸고 기계로 대체하기도 쉬운 분야 (반복적인 육체노동)부터 일자리를 줄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인플레 압력은 이중으로 줄어든다.
1) 가장 조직력이 강한 '반복적인 육체노동' 일자리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약화된다. 근로자들의 단합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힘의 균형은 사용자에게 쏠리며, 이는 다시 임금 인상이 생산성의 향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2) 정보 통신 제품이 소비 꾸러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계속 가격이 내리고 성능이 향상되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아지는 과정에서, 전체 소비자 물가의 상승 압력이 약화된다.
- 인플레가 사라진 세 번째 이유 - 세계화의 진전
정보 통신 혁명의 진전 못지 않게 중요한 인플레 억제 요인은 세계화의 진전이다.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 그리고 서유럽과 일본 경제의 발전 과정에서 세계화의 진전이 빠르게 이뤄졌다. 특히 동서독의 통일을 계기로 이전에는 자유 무역 질서에 편입되지 않았단 동구권 사람들이 유럽의 노동 시장에 편입되었다.
- 저물가의 세상이 왔는데, 왜 금융 위기는 빈발할까?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장기에 걸친 저금리 환경을 들 수 있다. 인플레 압력이 약화되며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예금에 저축되어 있던 돈이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는 투자의 경험이 부족한 이의 비중이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 앞으로도 변동성의 시대는 지속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자산 버블'의 위험이 얼마나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연준을 비롯한 세계의 중앙은행은 경기 회복이라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할 때에는 언제든지 '인플레와 맞서 싸우는 파이터' 의 본색을 드러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Chapter 02. 글로벌 경제와 부의 대전환 - 김영익 -
- 세계 경제에서 미국 비중 축소, 중국 비중 확대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 비중은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미국의 비중 1985년 34.7% -> 2011년 21.1%). 미국의 세계 GDP 비중이 줄어든 만큼 늘어나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의 비중 2000년 3.5% -> 2020년 17.4%).
- 한국 경제, 세계 경제의 풍향계
한국의 수출에서 세계 경제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일본 비중의 축소 및 중국 비중의 확대) 월가의 유명 경제 칼럼니스트인 윌리암 페섹은 2021년 4월 30일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 경제를 '세계 경제의 풍향계' 라 했다. ... 한국 수출은 주가와도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면서 변동한다. 2000년 1월에서 2021년 6월 통계로 분석해보면 일평균 수출 금액과 코스피 (KOSPI)의 상관 계수가 0.83으로 매우 높다. 한국의 수출에서 세계 경제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는 만큼, 한국 주식 시장을 보고 글로벌 주가 흐름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는 아시아 중심으로 높은 성장을 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첫째는 각 경제 주체의 높은 부채이고, 둘째는 자산 가격 거품이다.
- 한국 경제도 부채에 의해 성장
한국도 부채에 의해 성장한 대표적 국가 가운데 하나다. 1997년 한국의 외환 위기 (이른바 'IMF' 경제 위기) 는 한마디로 부실한 기업과 은행을 처리하는 과정이었다. 1980년대 후반 '3저 (저유가, 저금리, 저달러 호황)' 으로 한국 경제는 수출이 대폭 증가하면서 단군 이래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고성장 (1986-1988년 연평균 12% 성장)을 이룩했다.
IMF 처방에 따라 30대 재벌 그룹 중 11개가 해체될 정도로 뼈아픈 구조 조정을 했지만, 위기를 비교적 빠른 시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가계와 정부가 상대적으로 건전했기 때문이었다. ... 그러나 그 이후 가계와 정부 부채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1988년 GDP 대비 32.4% 였던 가계 부채 비율이 2020년에는 103.8%로 사상 처음으로 가계 부채가 GDP를 넘어섰다. 여기다가 정부 부채도 급증하고 있다. ... 기업 부재착 다시 외환 위기 전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버팀목 역할을 했던 가계와 정부가 부실해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 자산 가격의 거품 문제도 해결하고 넘어가야
거품은 꺼지고 나서야 알 수 있다. 세계 최대 헤지 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이끄는 레이 달리오는 7가지 기준으로 거품 여부를 판단한다.
1) 가격이 전통적 척도에 비해 높은가?
2) 가격이 미래의 이익을 과대평가하고 있는가?
3) 투자자들이 높은 레버리지를 활용하여 자산을 매입하고 있는가?
4) 투자자 혹은 기업이 미래를 과다하게 사고 있는가?
5) 시장에 신규 참여자가 증가하고 있는가?
6) 시장에 낙관적 분위기가 팽배한가?
7) 통화 정책 긴축 리스크가 거품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가?
주식 시장의 거품 정도를 판단하는 전통적 지표에 따르면 (주식 신용대출, 주식 GDP 대비 주식 시장 시가 총액) 미국 주식 시장이 거품 영역에 들어선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거의 모든 지표가 2000년, 2008년 거품 붕괴 전의 모습니다.
- 부채와 자산 가격 거품 붕괴 원인 : 인플레이션과 금리상승
- 중국이 인플레이션 진원지가 될 전망
그동안 물가 안정을 초래했던 요인들이 변하면서 인플레이션 시대가 올 수 있다.
1) 수요 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 가능성
2) 공급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요인 : 글로벌 가치 사슬 (GVC : Global Value Chain)의 붕괴
3) 인구 고령화로 인한 물가 상승 요인 : 생산 인구의 감소 및 소비 인구의 증가로 인한 물가 상승
4) 각국 정부의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유도
5)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
- 저금리의 수수께끼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시장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20년 4월 부터 미국의 시장 금리 (국채 10년 수익률) 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아직도 경제 성장률을 고려한 적정 금리에 비해서는 지나치게 낮다. 정상화 과정에서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금리는 수많은 경제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금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저축과 투자이다. 저축이 투자보다 많았기 때문에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선 중국의 고성장 과정에서 저축이 소비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고, 이것이 주요 자금 공급원이 되었다. ... 소득 불균형도 저축 증대에 기여했다. 2000년 이후 세 번의 경제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소득 불평등 정도가 심화했다. 소득이 높은 계층의 한계 소비 성향은 낮다. 또한 기성세대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저축을 늘렸다.
- 이러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장 금리가 적정 수준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쌍순환' 성장 전략이 상징하는 것처럼 중국 정부는 소비 등 내수를 확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 문제는 과다한 부채와 거품 영역에 있는 자산 가격에 있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 가계, 기업 등 각 경제 주체의 부채가 대폭 증가했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일부 자산 가격에 거품이 발생했다.
- 2023년 전후 또 다른 경제 위기?
자산 가격 거품 붕괴와 더불어 부채 위기가 언제 올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또한 부채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위기를 겪는 것은 아니다. 부채 증가는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이다. 부채로 차입한 돈이 부채를 상환할 정도의 충분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생산적으로 사용된다면 부채는 좋은 것일 수 있다.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자금이 생산성이 낮은 곳보다는 생산성이 높은 곳으로 이동시켜 창조적 파괴 (저생산성 산업 및 기업 퇴출과 고생산성 산업 및 기업 생성)를 가능케 하는 것이 부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채는 약정 기간에 따라 이자를 내고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 이것이 부채의 또 다른 특징이다.
2021년 현재는 부채에 의한 성장의 후반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금리 정상화 과정에서 시장 금리 상승이 부채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 앞으로 부채로 인한 성장의 한계가 드러나고, 여기다가 자산 가격의 거품마저 붕괴되면 세계 경제는 1-2년 이내에 다시 극심한 침체에 빠질 수 있다. 특히 가계와 기업이 부실해졌기 때문에 통화 정책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지만, 정부 역시 부채가 많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정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세계 경제는 2020년 이후 침체 현상을 보일 것이다. 수요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인플레이션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공급 측면 물가 상승 요인을 고려하면 세계 경제가 일시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동시 발생)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