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변화 중에서 한국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는 부문이 있다. 바로 낮은 출생률로 인한 과령화가 그것이다. 세계에 유래 없이 출생률 1.0명 미만을 기록하더니, 2020년 코로나의 영향으로 결혼과 출산이 더 줄어 머지않아 0.8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언론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전대 미문의 저출생과 고령화의 속도는 우리가 필연적으로 맞이할 수 밖에 없는 '미래 한국'의 모습이며 이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산업의 변화가 다가올지 그리고 어떠한 준비를 해야할지 고민해야만 하는 시대이다. 경제학자이자 미래에셋 투자 연금센터 김경록 대표가 이 책을 통해 거시 경제의 흐름을 이야기해주고 고령화와 기술 혁신의 만남이 만나게 될 '메가 트렌드' 에 주목해야 함을 피력하고 있다.
Chapter 01. 제조업의 함정
-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이만큼 좋을 순 없다' 고 할 정도로 제조업을 통해 가난을 극복하고 부를 이루었다. 이런 경험과 자신감은 우리만 가졌던 게 아니다. 일본 독일, 미국, 영국, 심지어 아르헨티나도 20세기 초에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하지만 '이쯤이면 우리도 선진국' 이라고 말하던 그때가 변곡점이었다. 이후 미국과 독일은 다시 날아올랐으나 대부분의 국가가 정체하거나 오히려 거꾸러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계속 날 수 있을까?
- 제조업 국가의 운명
인구가 어느 정도 되는 나라들은 제조업으로 성장하면서 비슷한 길을 걸었다. 제조업으로 성장한 나라들은 하나같이 제조업 쇠토로 혹독한 어려움을 겪었다. 다만 이 난관을 극복한 국가도 있는가 하면, 난관의 문턱에서 주저앉은 국가도 (일본, 대만) 있다.
제조업이 지닌 경쟁력의 원천은 기술력과 가격이다. 그런데 제조업을 중심으로 국가 경제가 성장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임금과 땅 등 요소비용이 증가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일본, 대만, 한국 등 어느정도 수준에 이른 국가의 기업들이 요소비용이 싼 중국, 베트남 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제조업이 성장하던 초기에 우리나라 기업들은 글로벌 가치사슬의 맨 밑단에 위치했다. 기술력이 달리고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기업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우리나라 제조 기업들은 가치사슬의 정점으로 옮겨갔다. 가치사슬의 정점으로 향할수록 1인당 부가가치는 높아지지만 해당 기업의 국내 투자와 고용은 줄어든다. 글로벌 현지 생산을 늘리는 만큼 국내 고용유발계수가 낮아져 기업이 성장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용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 쿼바디스 코리아
우리나라는 전 세계 경제 규모로 볼 때는 소규모이지만 개별 국가들과 비교하면 결코 작지 않다. 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국가는 전 세계에 7곳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핀란드, 스웨덴 같은 강소국을 우리의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하는데 인구 700만-1,000만 정도인 나라들의 운영 구조를 따라할 수는 없다. 10명의 인력을 유지하는 기업과 1,000명의 인력을 유지하는 기업은 전략부터 달라야 한다. 우리는 5000만명이 잘 먹고 잘 사는 경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IMF 외환위기를 통한 구조조정의 '약발'은 거의 소진됐다. 우리도 장기 저성장 압력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고령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환경 변화가 가세하고 있다. 부정적인 요소와 긍정적인 요소가 혼재해 있는데, 부정적인 요소가 더 지배적인 상황이다. 제조업 국가의 함정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강력한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 미국은 1980년대의 고통을 구조조정과 혁신으로 돌파했다. 여기에 기축통화의 지위를 공고히 하면서 슈퍼파워 위치를 되찾았다. 이를 위해 미국은 오랜 세월 동안 판을 만들고 판을 바꾸는 전략적 작업을 해왔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1) 제조업이 성장의 병목 구간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유연한 환율 정책을 통해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2) 기업 규제를 강화하거나 국유화의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
3) 기축통화국이 아니면서 기축통과국 흉내를 내면 안 된다.
4) 제조업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5) 큰 산업으로서의 서비스 산업을 새롭게 키워나가야 한다.
Chapter 02. 제로 모멘텀 사회
- 금리, 소득, 인구의 성장이 멈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장을 이끌던 주요 모멘텀이 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금리는 제로 수준까지 떨어져 추가로 하락할 여지가 없다. 2000년부터 20년간 1만 달러에서 3만 달러까지 줄기차게 오르던 개인소득의 증가세는 더뎌지고 있다. 만 15세에서 65세까지 생산가능인구와 총인구 증가세가 멈췄다.
- 소득은 관성적으로 꾸준히 증가한다는 선입관을 버려야 한다. 개인소득 둔화에 소득 양극화가 겹쳐지면 소비 수요는 더 줄어든다. 일본의 1990년대처럼 소득 정체와 양극화된 소비 시장에 대응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 ... 핵심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제로 모멘텀을 넘어 지속적으로, 그리고 강하게 감소하는 마이너스 모멘텀을 따를 것이다. 이는 과거 우리나라 경제를 위기에서 끄집어낸 구원자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오히려 인구 구조는 우리나라가 저성장을 탈출하려고 몸부림칠 때마다 발목을 잡을 것이다.
- 지난 20년간 금리, 소득, 인구 (가구 수) 세 변수는 주택 시장에 매우 우호적이었다. 금리는 지속적으로 떨어졌고, 소득은 급속하게 증가했으며, 가구 수 역시 인구 수만큼 늘어났다. 하지만 앞으로 이들 변수는 제로 모멘텀 혹은 마이너스 모멘텀으로 전환될 것이다. ... 단기적으로 보면 저금리와 유동성, 그리고 가격이 상승하던 관성으로 주택 가격이 어느 정도 오를 수는 있지만 가격을 끌어올리는 펀더멘털 요인은 이제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 균형된 시각으로 자산 배분을 바꿀 필요가 있다.
1) 국내 부동산에 너무 쏠린 가계 자산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2) 부동산 투자의 관점을 단기 가격 차익 관점에서 현금흐름과 자본 차익으로 바꿔야 한다 :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현금흐름과 자본 차익 둘을 목표로 투자하는 균형된 시각을 갖는게 필요하다. 단기적 가격 차익을 얻는 시장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3) 금융이라는 수단을 통해 국내 아파트 집중을 분산해야 한다.
4) 국토 균형 개발을 주문하고 싶다.
금융 상품을 통해 부동산의 유동성을 높일 뿐 아니라 국내 주택과 상가 등에 쏠려 있는 것을 다양한 자산으로 그리고 글로벌로 분산해야 한다. 제로모멘텀 시대의 생존 전략은 지금까지 나를 성공으로 이끌었던 부동산 자산을 재배분하는 데 있다.
Chapter 03. 저성장, 고부채의 그림자
- 우리는 선배 제조업 국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저성장의 문턱에 들어섰다. 고성장의 부산물이 부실 자산이라면 저성장의 부산물을 '고부채'다. 저성장과 고부채가 결합될 미래에는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 영국과 이탈리아가 그랬듯, 외부 충격에 국가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 ... 미래는 미리 이미 정해졌다. 우리나라는 '고성장 고부채 사회 -> 외환위기를 통한 구조 변화 -> 저성장 고부채 사회 -> 새로운 형태의 위기 내재' 의 길을 밟을 것이다. 특히 약한 고리를 통해 위기가 표출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 약한 고리가 바로 외환 시장이다.
- 우리는 악어의 입 앞에 서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독일 중 어느 길을 따라갈까? 부채를 늘리는 고령화라는 힘은 일본과 비슷하지만 일본처럼 높은 정부 부채를 감당할 여력은 없다. 그래서 다소 울퉁불퉁한 제3의 길을 밟을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 부채 비율이 높아지면 국가 신용도에 경고등이 켜지고 그래서 다시 긴축 재정으로 돌아가 부채 비율을 낮추지만 곧 다시 부채 비율이 증가하는 과정이 반복될 것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장기 저성장이다.
2) 사회보장 지출의 증가다.
3) 과감한 복지 개혁을 감행하기 어렵다.
4) 경제 위기에 따른 적자 급증이다.
5) 숨은 부채다.
6) 민간 부채의 정부 이전이다.
- 내일의 금맥을 찾아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고령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는 반면 출생아 숫자가 급감하면서 '수축 사회' 에 대한 걱정이 많다.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의 여러 부문이 과거의 확장일로에서 수축 국면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버가 보여준 '내일의 금맥'을 찾는 관점을 갖출 필요가 있다.
1) 우리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확장되고 있음에 주목하자.
2) 확장되는 부문을 찾자.
3) 고령화라는 도전 과제는 기술 혁신으로 이겨내자.
- 수축 사회 프레임에 빠지지 말자. 인구 감소로 수축하는 영역이 분명히 있을 테지만 이로 인해 사회 전체를 '수축' 이라는 프레임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수축 사회가 온다고 해서 무작정 수비로만 대응하면 우리는 정말로 수축하게 된다. 수비를 아무리 잘하더라도 경기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다. 수축 사회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확장 부문에 대한 투자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는 제조업 국가라는 운명 속에 고령화를 맞이해야 하는 우리나라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