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파리 둥갈의 모험 - 더 큰 세계를 상상한 호기심 많은 파리 이야기
혀를레이부르 햐르타르손 지음, 라운 플뤼겐링 그림, 최요한 옮김 / 옐로브릭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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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 둥갈의 모험 (혀를레이부르 햐르타르손 지음 / 라운 플뤼겐링 그림 / 최요한 옮김 / 옐로브릭)

드넓은 평원에 활기찬 동산,
'으뜸'이라는 도시가 있다.
아이들은 놀고 뛰고 떠들어대고,
어른들은 쓸고 닦고 일하느라 멈추지 않는다.

뜨거운 태양에 언덕이 타고 땅이 갈라진다.
모든 게 시들고, 건조해진다.
으뜸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
지하수를 찾기 위해 땅을 파는 어른들.

그 사이에 개성이 독특하고 발상이 기발한
으뜸의 토박이 둥갈이 있다.
둥갈의 철칙은 "의문을 가져."
둥갈은 그들이 아는 평원이 세상의 전부가 아닐 거라고 외친다.

잔인한 파리들은
아무도 둥갈의 말을 듣지 않고,
헛소리를 집어치우라고 외치고,
'마의 오름'으로 끌고 가 둥갈을 아래로 민다.

둥갈은 돌풍에 날아가 파리 동산 으뜸에서 멀어진다.
둥갈은, 으뜸 도시는 어떻게 되었을까?

ㅁㅁㅁㅁ
1. 처음 보는 아이슬란드 그림책.
2022년 볼로냐 라가치 상 시 부문 스페셜멘션, 2019년 레이캬비크 아동 문학상 수상작.
어린아이들에게는 조금 어려운 내용일 수 있으나, 소리 내어 읽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2. 보이는 만큼 알고 딱 그만큼 사는 게 인생?
파리들은 보이는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했지만, 둥갈은 달랐다.
둥갈이 자기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도시를 떠난 것은 아니지만, 그가 발견한 세상을 파리들에게 알려준다.
파리들은 둥갈의 말을 믿었을까?
그들은 분노했고 둥갈에게 고함을 질렀다.
때마침 야생마 스텔라가 나타나 똥을 싸지 않았다면, 둥갈은 또다시 추방당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경험하지 않은 걸 잘 믿지 않고, 또 어쩌면 그게 당연하기도 하다.
경험이 모두 진리는 아니고, 보이는 것만큼 산다고 해서 인생이 괴롭기만 한 것도 아니며, 모든 사람이 꼭 경험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열린 마음이 소중하다.
내 가진 지식이 꼭 옳은 것은 아니며, 다른 사람이 더 진리에 가까울 수 있다는 인식, 그게 열린 마음일 거다.
귀를 닫은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는다.
자기주장이 다른 무엇보다 옳다는 사람들 때문에 세상은 경직되고 시끄럽고 혼란스럽다.

3. 둥갈의 철칙은 "의문을 가져."이다.
의문을 가지는 자는 십중팔구 괴롭게 산다.
현실이 못마땅하기 때문에, 세상을 거스르는 삶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그렇다.

둥갈은 모험을 통해 세상이 경이롭고 충격적인 광경과 활기찬 생명으로 가득 차 있다고 깨달았다.
반면, 그는 새, 짐승, 인간들의 위험천만한 공격과 더위, 폭풍, 서리 등 날씨의 변화와 피로와 고통을 견뎌야만 했다.

그래도 의문을 가지는 자는 더 나은 삶을 지향한다.
그것이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밝고 희망찬 미래를 만들 수 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리뷰를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라브리그림책독서모임 #크리스천의그림책공부 #라북연구소 #도서출판라북 #크공 #똥파리둥갈의모험 #옐로브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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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죄종 - 교회를 무너뜨리는 일곱 가지 대죄
권영진 지음 / 세움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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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죄종 (권영진 / 세움북스)

칠죄종, 단어가 낯설지만 가톨릭에서는 칠주선과 더불어 종종 사용되었던 개념이다.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
그 자체가 죄이면서 모든 죄의 근원이 되는 죄악으로, 교회 공동체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7가지 대죄이다.
권영진 목사는 칠죄종의 성경적, 시대적 의미를 살펴보고, 한국교회의 회복을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칠죄종이 교부들의 착상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신약이 기록되었을 때부터 익숙하게 알려졌다고 여러 번 강조한다.
이는 칠죄종이 성경에서 기원되며, 성경 속에서 더욱 명확하게 그 의미를 볼 수 있다는 저자의 의도를 보여준다.
아울러 각 교회와 성도들에게 보내졌던 서신들을 통하여 1세기 초기 교회의 상황을 모르고서는 칠죄종의 의미를 오해할 수 있음도 말하고 있다.

공인된 교회가 아니라 박해 받는 초기 교회 공동체의 존속을 위해 칠죄종을 금기시 했음을 주시하고, 역시 고난에 처한 현대 교회가 칠죄종을 버리고 칠주선을 장려하여 다시금 회복과 부흥의 시기를 맞기 바라는 저자의 바람이 녹아 있다.
그는 외적 탄압보다 내적 부패 때문에 교회가 고난에 처했다고 인식하고, 교회 문제의 핵심을 칠죄종으로 지적하고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저자는 초기 교회의 뚜렷한 계급 구조와 사회의 물질만능주의를 칠죄종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는 듯하다. 
칠죄종을 개인 영성 차원에서만 다룰 수 없고, 오히려 공동체 영성 차원에서 보아야만 하는 이유이다.

예컨대, 저자는 처음 소개하는 '교만'을 권력(힘)을 다루는 방식으로 보았으며,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서 다른 이들을 차별하고 억압하고 신의 위치에서 판단하고 심판하려는 것이 그 본질이라 주장한다.
그는 두 번째 대죄인 '인색'이 차별과 혐오 문제와 깊이 맞닿아 있음을 꿰뚫어보았다. 이 역시 공동체성을 전제로 한다.
가장 공동체와 멀 것 같은 '나태' 역시 공동체 영성 차원에서 볼 수 있다.
저자는 "자신들의 목적과 입맛에 맞게 교회를 바꾸려고 일부러 교회의 전통적 가르침과 사도들의 권위를 거부하는 고의적인 모습들"을 나태의 본질로 보았다.

칠죄종은 칠주선의 반대 개념, 즉 칠주선의 부재의 결과로 정리된 것이기 때문에, 칠죄종과 칠주선의 순서는 정확해야 한다.
-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
- 겸손, 자선, 친절, 인내, 순결, 절제, 근면.
철이 철을 벼리듯, 칠죄종과 칠주선은 서로의 의미를 뚜렷하게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산발적으로 논의되던 칠죄종과 칠주선을 한꺼번에 정리해줘서, 교회 공동체는 물론 여타 다른 기독교 공동체도 아름답게 세워가는 데 큰 도움이 될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서평을 하였습니다.

#칠죄종 #권영진 #세움북스 #라북연구소 #크리스천의그림책공부 #크공 #라브리그림책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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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
탁동철 지음, 나오미양 그림 / 양철북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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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 (탁동철 / 양철북)

학폭 때문에 도시에서 시골로 강제전학 당했던 주인공 장호가 시골 초등학교에 적응하는 이야기다. 양양 속초에서 초등학교 담임을 하시는, 직접 논농사 밭농사 지으며 자연과 함께 사시는 선생님의 글이라서 그런지 도시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낯설지만 생생하다. 양양 삼태기골의 자연이 그대로 보이고 들려질 듯하다. 특히 다양한 의성어는 오감을 자극한다. 으스스스스 눈 떨어지는 소리, 뿌드득꾸득꾸드득 눈밭을 밟는 소리, 츳츳츳 칫칫 청설모 떠드는 소리, 호르르륵 산개구리 밤늦게 우는 소리.

장호는 할아버지와 산다. 엄마도 아빠도 곁에 없다. 부모의 이혼으로 큰고모에게 맡겨진 장호가 학교에서 학폭 문제를 일으켰다. 아무도 그의 편을 들지 않고 사정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오직 한 분, 할아버지만 장호 편을 들었고, 할아버지는 혼자 사는 시골집으로 장호를 데리고 왔다. 학교에 안 가면 벌금을 내야 한다길래 어쩔 수 없이 장호는 학교에 보내진다.

학교에 간 첫날, 장호는 책상 밑에 들어가 웅크리는 일이 생겼다. 장호의 귀에서는 "말하지 마." "너 같은 것, 너 같은 것, 너 같은 것..."이라는 말이 들렸고, 수많은 손가락이 다가왔다. 어른들은 장호를 비난했고 학교 아이들은 그를 조롱했다. 친척들은 윽박질렀고 장호의 마음은 가시로 가득 찼다. 옛 생각에 갇혀 어둠 속에 있던 장호에게 누군가 손을 내밀며 이름을 불렀다. 장호와 싸웠던 두한이와 이름이 비슷해서 자꾸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두찬'이다.

이 학교, 아니 6학년 반은 참 이상하다. 반 아이들이 회의를 소집하면 회의해야 했고, 거기서 결정된 사항은 선생님도 지켜야 했다. 아이들이건 선생님이건 욕을 하면 삽으로 구덩이를 파야 했는데, 이것도 역시 회의에서 결정된 것이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개성 있는 아이들과 장호는 점점 친해지는데...

달력에 'X' 표시를 하면서 빨리 방학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장호는 과연 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었을까?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이런 반에서 학교를 다니고 싶다. 무심한 듯 학생들에게 참 배움을 선사하는 선생님과 서로 지켜주고 도와주는 아이들과의 삶은 평생 남아서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듯하다. 경쟁과 따돌림, 비난과 조롱이 가득한 세상이라고만 비판하면서, 우리는 실제로 어떤 세상을 만들고 있을까? 우선 학교부터 이런 학교로 만든다면 우리네 삶이 아름다운 방향으로 갈 것 같다.

*** 발 췌 ***
"마음속에 이미 있는 것만 배울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22

할아버지 말로는 빗물에 바닥 파이듯 사람 마음에도 구덩이가 있는데, 좋은 것들이 갑자기 빠져나갔을 때 생기는 거라고, 자기 구덩이에 자기가 빠질 수도 있다고 했다. '나 같은 것, 나 같은 것' 하며 스스로 후벼 파서 깊어진 구덩이니까 스스로 채워야 한다는데, 어떻게 채울지 모르겠다. 56

이 세상에 내 편이 생겼다. 나도 더욱 좋은 마음을 가지고 친하게 지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마음먹고 나니 가슴이 뭉클했다. 내 속이 뜨거워졌다. 66

진짜 모습을 알라면 그 친구를 보면 안다는구만, 내 평생에 친구라고는 낡아 빠진 망태기하고 지게뿐이니.... 189

할아버지 선물에는 늘 물건과 말이 한 묶음처럼 따라붙는다. 이야기를 품은 물건이라야 귀해지는 거라면서. 191

할아버지 말로는 누구나 가슴에 가시 하나쯤 간직하고 살아가는 거라고, 그게 독이지만 힘이 될 수도 있다고 했는데, ... 196

발췌 글을 정리하면서 보니, 할아버지의 말씀 속에 천금 같은 지혜들이 녹아 있다. "주는 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사람은 영혼의 크기가 점점 쪼그라져서 콩알만 하게 된다"는데, 나누며 살아야겠다, 자꾸만 웅크리는 사람들에게 손 내밀며 살아야겠다, 이런 다짐을 해본다.

* 책을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감동적으로 읽고 나눕니다.

#장호 #양철북 #탁동철 #나오미양 #라북연구소 #라브리그림책독서모임 #크리스천의그림책공부 #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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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본 적 없는 자이언트 젤리피시를 찾아서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25
클로이 새비지 지음, 이현아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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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본 적 없는 자이언트 젤리피시를 찾아서 (클로이 새비지 글 그림 / 이현아 옮김)



몰리 박사는 해파리를 정말 좋아한다.
그에게는 꿈이 있다.
아직까지 아무도 본 적 없는 자이언트 젤리피시를 만나는 꿈.
몰리 박사는 몇 년 동안의 준비 기간 동안 열심히 연구했고, 드디어 자이언트 젤리피시가 있다는 북극으로 모험을 떠난다.

몰리 박사는 자이언트 젤리피시를 찾으러 가는 길에, 외뿔고래, 흰돌고래 벨루가, 범고래, 북극곰을 만난다.
춤추듯 하늘거리는 오로라도 본다.
위험을 무릅쓰고 거대한 얼음덩어리 근처까지 다가가기도 한다.
몰리 박사와 대원들은 점점 지쳐가는데...

몰리 박사는 자이언트 젤리피시를 찾을 수 있을까?



ㅁㅁㅁㅁㅁ
1. 미지의 세계는 인간을 매혹시킨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무도 본 적 없는, 닿은 적 없는, 가진 적 없는 것들을 향해 나아간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지만, '처음 길'이라 어느 정도가 철저한지 알 수 없다.
개인 작업복과 도구, 측정 장비, 실험 기구, 그림과 지도, 식량 등을 준비하고, 몇 달이 걸리는 탐험을 해야 한다.
미지의 세계로 발을 들이는 사람은 한 사람(팀)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훨씬 많다 해도, 이러한 모험은 분명 가치가 있다.
북극점에 처음을 깃대를 꽂은 사람은 한 사람, 로알드 아문센일 수 있어도, 그 발걸음에는 수천수만 사람의 노력이 켜켜이 쌓여 있다.

2.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가는 길에 유혹하는 것들도 많다.
신기하고 아름답지만 그건 꿈이 아니고, 찾아야 할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꿈을 이루는 기쁨과 환희와 감동이 없다.

무엇을 향해 가야 하는가?
보지 말아야 할 것들에 정신 팔리고 딴 길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몰리 박사와 대원들은 가까이 있는 자이언트 젤리피시를 보지 못한다.
그들이 자이언트 젤리피시를 찾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 헛발질이다.

3. 박사와 대원들이 아무리 열심히 찾아 헤매도, 자이언트 젤리피시가 나타나지 않으면 볼 수 없다.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것 같지만, 보지 못하는 것들이 더 많다.
어린 왕자가 말했듯이,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으니까.
그래도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한계를 넘어서고자 노력하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어느새 눈앞에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호기심 많은 자이언트 젤리피시처럼.

4. 자연을 표현한 그림은 숨 막힐 듯이 아름답다.
꼼꼼하게 그려낸 배 속의 장면들은 재미를 준다.

요토 카네기 일러스트레이션상 최종 후보작, 워터스톤즈 아동 도서상 수상작, 월스트리트저널 올해 최고의 어린이책, 아마존 올해 최고의 어린이책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가진 책이다.

*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라북연구소 #크리스천의그림책공부 #라브리그림책독서모임 #크공 #도서출판라북 #아무도본적없는자이언트젤리피시를찾아서 #주니어RHK #클로이새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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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홀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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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홀 (카를로 로벨리 / 이중원 감수 / 김정훈 옮김)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책들은 알게 모르게 나에게 던져졌다. 세 번째 책이 나에게 왔을 때, 저자 이름을 기억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또 네 번째 책이 나에게 왔다. 책에게 선택당했다고나 할까. 블랙홀만큼 신기한 일이다.

이번 책은 화이트홀에 대한 책이지만, 그동안 로벨리가 천착해 온 '시간'에 대한 내용도 인상적으로 보았다. 시간은 흐르지 않고, 과거와 미래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그의 말은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워낙 쉽게 설명되어 있어 이해가 가능했다.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그의 이론도 완벽하게 확실하지는 않기에.

블랙홀과 연결된 화이트홀이기에, 이 책의 처음은 블랙홀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화이트홀에 대한 기존의 내 생각은 블랙홀과 화이트홀이 웜홀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론과 가깝다. 블랙홀로 들어가 웜홀을 지나면 화이트홀로 나가는 것. 그렇게 순간 이동, 시간 여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상상. 이 이론은 <콘택트>나 <인터스텔라> 같은 영화에도 잘 표현되어 있다. 이와 달리, 로벨리는 블랙홀 자체가 화이트홀로 바뀐다고 한다. 그 변화(도약) 사이에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이 적용되지 않는 시공간은 양자 역학이 담당한다(루프 양자 중력). 이에 대한 연구와 증명은 앞으로 수많은 학자들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 이론이 증명된다면, 우리는 두 가지 사실에 대해 답을 얻을 수 있다.

하나는, 빅뱅은 우주의 기원이 아니고, 이전 우주의 재탄생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블랙홀이 바운스를 통해 화이트홀로 도약할 수 있다면, 빅뱅은 빅바운스(Big Bounce)일 가능성도 있다. 우리 우주가 처음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또 하나는, 지금까지 중력을 통해서만 그 존재를 드러낸 '암흑 물질'의 일부가 화이트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주의 비밀을 한꺼풀 벗겨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주에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가 꽉 차 있으니까.

이론물리학의 새로운 이론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 외에도 삶과 연구에 대한 로벨리의 철학을 엿볼 수 있어 더 좋았다.

아인슈타인처럼, 최고의 과학자는 자신의 주장을 자주 철회하는 사람이라는 말은 놀랍다. 세상에는 자기주장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별만큼 많은데 말이다. 자기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 만약 그렇다면 맞는 생각을 받아들이면 된다는 생각은 세상을 훨씬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자기주장에만 매몰되어 불통하고 대립하는 자들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작금의 현실에 한탄스럽다.

로벨리는 "의사소통의 진정한 목적은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사물에 가까이 다가가고, 사물과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대상이 사물이든 사람이든 의사소통을 하려는 이유는 관계를 맺기 위함이다. 서로 사랑하기 위함이다. 연구도 그렇다. 로벨리는 자신이 연구하는 블랙홀, 화이트홀과 관계를 맺고 사랑한다. 로벨리가 연구할 때 기쁨이 넘치는 이유다.

저 멀리, 우리가 도달할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는 것들을 연구하는 것이 세상을 사랑하기 위해서라면, 연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개인적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화이트홀 #카를로로벨리 #쌤앤파커스 #라북연구소 #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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