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
탁동철 지음, 나오미양 그림 / 양철북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장호 (탁동철 / 양철북)

학폭 때문에 도시에서 시골로 강제전학 당했던 주인공 장호가 시골 초등학교에 적응하는 이야기다. 양양 속초에서 초등학교 담임을 하시는, 직접 논농사 밭농사 지으며 자연과 함께 사시는 선생님의 글이라서 그런지 도시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낯설지만 생생하다. 양양 삼태기골의 자연이 그대로 보이고 들려질 듯하다. 특히 다양한 의성어는 오감을 자극한다. 으스스스스 눈 떨어지는 소리, 뿌드득꾸득꾸드득 눈밭을 밟는 소리, 츳츳츳 칫칫 청설모 떠드는 소리, 호르르륵 산개구리 밤늦게 우는 소리.

장호는 할아버지와 산다. 엄마도 아빠도 곁에 없다. 부모의 이혼으로 큰고모에게 맡겨진 장호가 학교에서 학폭 문제를 일으켰다. 아무도 그의 편을 들지 않고 사정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오직 한 분, 할아버지만 장호 편을 들었고, 할아버지는 혼자 사는 시골집으로 장호를 데리고 왔다. 학교에 안 가면 벌금을 내야 한다길래 어쩔 수 없이 장호는 학교에 보내진다.

학교에 간 첫날, 장호는 책상 밑에 들어가 웅크리는 일이 생겼다. 장호의 귀에서는 "말하지 마." "너 같은 것, 너 같은 것, 너 같은 것..."이라는 말이 들렸고, 수많은 손가락이 다가왔다. 어른들은 장호를 비난했고 학교 아이들은 그를 조롱했다. 친척들은 윽박질렀고 장호의 마음은 가시로 가득 찼다. 옛 생각에 갇혀 어둠 속에 있던 장호에게 누군가 손을 내밀며 이름을 불렀다. 장호와 싸웠던 두한이와 이름이 비슷해서 자꾸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두찬'이다.

이 학교, 아니 6학년 반은 참 이상하다. 반 아이들이 회의를 소집하면 회의해야 했고, 거기서 결정된 사항은 선생님도 지켜야 했다. 아이들이건 선생님이건 욕을 하면 삽으로 구덩이를 파야 했는데, 이것도 역시 회의에서 결정된 것이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개성 있는 아이들과 장호는 점점 친해지는데...

달력에 'X' 표시를 하면서 빨리 방학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장호는 과연 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었을까?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이런 반에서 학교를 다니고 싶다. 무심한 듯 학생들에게 참 배움을 선사하는 선생님과 서로 지켜주고 도와주는 아이들과의 삶은 평생 남아서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듯하다. 경쟁과 따돌림, 비난과 조롱이 가득한 세상이라고만 비판하면서, 우리는 실제로 어떤 세상을 만들고 있을까? 우선 학교부터 이런 학교로 만든다면 우리네 삶이 아름다운 방향으로 갈 것 같다.

*** 발 췌 ***
"마음속에 이미 있는 것만 배울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22

할아버지 말로는 빗물에 바닥 파이듯 사람 마음에도 구덩이가 있는데, 좋은 것들이 갑자기 빠져나갔을 때 생기는 거라고, 자기 구덩이에 자기가 빠질 수도 있다고 했다. '나 같은 것, 나 같은 것' 하며 스스로 후벼 파서 깊어진 구덩이니까 스스로 채워야 한다는데, 어떻게 채울지 모르겠다. 56

이 세상에 내 편이 생겼다. 나도 더욱 좋은 마음을 가지고 친하게 지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마음먹고 나니 가슴이 뭉클했다. 내 속이 뜨거워졌다. 66

진짜 모습을 알라면 그 친구를 보면 안다는구만, 내 평생에 친구라고는 낡아 빠진 망태기하고 지게뿐이니.... 189

할아버지 선물에는 늘 물건과 말이 한 묶음처럼 따라붙는다. 이야기를 품은 물건이라야 귀해지는 거라면서. 191

할아버지 말로는 누구나 가슴에 가시 하나쯤 간직하고 살아가는 거라고, 그게 독이지만 힘이 될 수도 있다고 했는데, ... 196

발췌 글을 정리하면서 보니, 할아버지의 말씀 속에 천금 같은 지혜들이 녹아 있다. "주는 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사람은 영혼의 크기가 점점 쪼그라져서 콩알만 하게 된다"는데, 나누며 살아야겠다, 자꾸만 웅크리는 사람들에게 손 내밀며 살아야겠다, 이런 다짐을 해본다.

* 책을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감동적으로 읽고 나눕니다.

#장호 #양철북 #탁동철 #나오미양 #라북연구소 #라브리그림책독서모임 #크리스천의그림책공부 #크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