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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면 ㅣ 뚝딱뚝딱 누리책 9
마달레나 마토소 그림, 이자벨 미뇨스 마르틴스 글, 이상희 옮김 / 그림책공작소 / 2016년 8월
평점 :
1. 시간이 흐르면 변화가 생깁니다.
사람은 자라기도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점점 늙어갑니다.
아이는 자라고, 입고 있던 옷들은 상대적으로 작아집니다.
연필은 짧아지거나 닳고, 지우개는 점점 닳아 없어집니다.
카펫은 낡아서 희미해지고, 책은 점점 바래지겠고요.
새 것은 시간이 흐르면 헌 것이 됩니다.
낡은 차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새 차가 될 수는 없겠죠.
닫혀 있는 한 계에서는 '무질서'의 정도가 커집니다.
열역학 제2법칙인데요.
세상의 물질들은 이 법칙을 따라 소멸해 갑니다.
2. 그렇다고 변화가 늘 엔트로피(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이지는 않아요.
열려 있는 세계는 상호간에 교류가 있기 때문에, 무질서도가 항상 증가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끓인 물을 그대로 놔두면, 다시 뜨거워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열을 받아들이면 물은 다시 끓을 수 있겠죠.
작가의 말처럼 "모든 것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통해 우리는 흐르는 시간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라지는 것 대신 다시 생기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이 세상은 생명을 이어갑니다.
식물도 씨앗에서 싹을 틔우고, 잎이 나고 성장하지만, 물이 없으면 시들고, 말라서 먼지처럼 될 때가 오겠지요.
하지만 마른 나뭇가지에서 새 잎이 나오고, 아무것도 없는 듯한 땅에서 다시 새싹이 올라옵니다.
시곗바늘이 늘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처럼 계절은 바뀌지만 순환하고, 그에 맞춰 자연계도 자기만의 사이클을 유지합니다.
3.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회적 가치도 변합니다.
"촌스럽던 것이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멋있던 것이 우스꽝스러워지기도 하지."
똑같은 옷인데, 유행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죠.
요즘 젊은이들이 복고풍의 옷을 입고 다니는 걸 보면서, 저는 어색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유행따라 사는 것도 제멋"이라지만,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어요.
나이 먹은 티를 내네요.ㅋㅋ
유행은 돌고 돈다는데, 지금 유행이 지난 옷들을 잘 놔두면, 유행이 될 때 다시 입을 수 있을까요?ㅎㅎ
유행과 상관없이 나에게 좋은 것들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과 센스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4. "산은 언제나 그 자리지만...
나무들은 사라지기도 하지."
전 세계적으로도 나무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고, 이미 많이 사라졌죠.
사막화가 진행되는 곳도 많고, 아마존 밀림이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나무 대신 건물숲이 무성한 도시가 점점 확장되고 있어요.
시골에서는 살기가 힘들어 인구수가 줄고요.
삶의 가치들이 바뀌지 않으면 삶의 패턴도 변하지 않겠죠.
"오솔길이 도로가 되"어 버리면, 달팽이 같은 동식물의 터전이 줄어들 것입니다.
자연의 일부로서 다른 존재들과의 공존을 적극적으로 꾀하는 세대가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5. "하지만 어떤 친구들은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항상 우리 곁에 있어!"
친구들도 세월이 지나면 죽거나 떠날 수 있어요.
반려동물들도 마찬가지고요.
작가의 이 말은 소망을 담은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이를 먹어도 우정이 변치 않으면 좋겠다는 소망 말이죠.
아프거나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들어있는 듯합니다.
변하는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사랑도 변하는데, 우정도 변할 수 있겠죠.
하지만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을 가지고 있으면, 더 그런 가치를 붙들고 살겠지요.
언제까지나 사랑을 붙들고 살았으면 좋겠네요.
가족에 대한 사랑,
공동체에 대한 사랑,
동족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사랑.
시간이 흘러도
사랑은 항상 우리 곁에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