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노란상상 그림책 12
소냐 다노프스키 그림, 김시형 옮김, 파울라 카르바예이라 글 / 노란상상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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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마 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공습이 있어서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스라엘 언론은 공습으로 하마스 사령관과 지도부를 '제거'했다고 하더군요.
사람은 곰팡이도, 해충도 아닙니다.
'제거 대상'이 아니죠.
아직까지도 계속되는 전쟁과 분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 속에 살아 왔는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그림책은 사진과는 또 다른 결로 참혹한 전후의 도시를 보여줍니다.
마치 작가는 전쟁이 있던 곳에 다녀온 듯합니다.

쓰러진 전봇대, 한쪽 벽만 남은 건물들, 찌그러진 유모차와 자전거 등 뭐 하나 성한 것이 없습니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분쟁 없이 서로 함께 도우며 살면 안 되는 것인지...

2. 이런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살아남았습니다.
콘크리트 바닥을 뚫고 나오는 들풀처럼 생명력이 강합니다.

엄마와 아빠는 폐허 속에서도 희망을 붙잡습니다.
"그래도 슬퍼하지 말자. 우리에겐 차가 있으니까."
아빠는 빨래감이 줄었으니 괜찮다고 아이들을 위로합니다.
시간이 흘러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지만, 가족들은 어떻게든 힘을 내 봅니다.

빨래비누도, 빨래판도 없지만, 옷을 입은 채로 강에 들어가서 빨래를 합니다.
입은 채로 말리면 그만이었죠.
그래도 가족들 사이에서는 잔잔하게 미소가 피어납니다.

온가족이 불편하게 차 안에서 부둥켜 자지만, 표정들은 평온합니다.
폐허가 된 건물 위로 조용히 떠오른 달이 숨죽여 그들을 비춥니다.

3. 하루하루가 슬펐지만, 아이들이 먼저 힘을 냅니다.
놀이를 시작한 것이죠.
또 어떤 아이는 비둘기의 조심스러운 부리의 콕콕거림에 웃음을 터뜨립니다.

어떤 요리사 아저씨의 맛있는 요리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때만큼은 배고픈 것도 잊은 듯합니다.

폐허 속에서 찾아낸 모든 것이, 아이들에게는 놀잇감이 됩니다.
이제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파티'를 열어야겠습니다.

그들은 살아있었습니다.
그것이 진짜 파티 같기도 했습니다.

"언제나 삶을 사랑하고 생존하여 살아냄을 긍정하는 것을 멈추지 마십시오."(자크 데리다)

살아 있는 것이 승리입니다.
웃는 사람이 승자입니다.

전쟁은 인간의 선함을 압도하지 못합니다.
인간은 폐허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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