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의 동물수첩 - 인생에 꼭 한번, 사막여우와 카피바라에게 말 걸기
박성호 지음 / 몽스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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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하나의 세계처럼 보이지만,
사실 수많은 세계의 문들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배우려는 열정을 지닌 사람만이
그 문을 열어볼 수 있죠.” (91쪽)

(도서 협찬 받았습니다)
이 책은 그런 문들을 열어가며
낯선 세계와 그 속의 동물들을 마주한
기록이에요.


EBS 〈세계테마기행〉을 한 번이라도
보신 분이라면,
자가님을 분명 기억하실 거예요.


사막여우, 카피바라, 매너티, 퍼핀, 코끼리거북 등
세계 곳곳에서 만난 귀엽고 신비로운 동물들의
이야기가 섬세하게 기록되어 있어요.


호기심 어린 눈빛, 귀를 쫑긋 세운 호기심,
무심한 듯 초연한 몸짓 속에 담긴 순수함이
읽는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집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저자가 말하는 ‘동물과 교감하는 순간이
마음을 단순하게 만든다’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저는 강아지조차 무서워하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결혼 후 이사를 하고,
외로운 하루하루를 보내던 시기에
시댁에서 돌보던 마당냥이 ‘아리’를 만났습니다.


그 시절
세상과 담을 쌓고 경계 태세로
하루를 버티던 저를,
아리는 솜사탕처럼
부드럽게 녹여주었어요.


말 한마디 통하지 않아도
문만 열면 기다렸다는듯이
나를 쫒아오는 눈빛과 몸짓만으로
위로를 주던 그 시간은,
제 인생을 바꾼 보물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시작된 세계여행에 대한 부러움과 갈증이
끝으로 가면서
많이 해소되었어요.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웠던 건,
여행을 사랑하는 저자가
귀엽고 멋진 다양한 동물들과 교감하며
지내서인지 문장 하나하나
저를 멈춰 세우는 순간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슬란드 스나이페르네스 반도에서
서리 위에 선 말들을 만났을 때 남긴 기록 중,


“차가운 얼음별이 뿌려진
우주 위를 걷는 것만 같았다.”
처럼 문장을 읽는 것만 해도
제가 하늘 위를 걷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책 속에서
어린 왕자 속 최애인 사막여우의 귀여움,
하얗고 짤막한 다리를 가진 온순한 아이슬란드의 말

매료되는 저자의 마음이 깊이 이해됩니다.


동물과 마주하는 순간,
복잡했던 감정이 차분해지고
오래 잊고 있던 순수함이 깨어나는 경험.


책 속 문장들이 제 기억 속
아리와의 시간과 겹쳐져,
읽는 내내 마음이 말랑해졌어요.


《여행가의 동물수첩》은 저에게
지구 곳곳 낯선 생명을 기록한 여행기가 아니라,
지치고 피로한 마음을
순수의 힘으로 정화시켜주는 책입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맥주 한 캔과 함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을
잔잔하게 보고 싶어집니다. (책에서 추천하심)
오감을 만족시키는, 그런 책이었어요.


동물수첩이지만
어쩌면 작가가 걸어온 인생길에서
차곡차곡 쌓아 올린 깨달음을
조용히 건네는 한 편의 에세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책

정말 추천드려요.


📘 #여행가의동물수첩
#박성호 지음 | #몽스북 | 2025.08.01.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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