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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
조니 선 지음, 홍한결 옮김 / 비채 / 2025년 7월
평점 :
*도서제공
나는 식물을 잘 못 키우는 사람이다.
물을 줬는지 잊고,
또는 너무 신경 쓰다가
뿌리를 썩게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언젠가부턴
초록잎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데
조니 선의
『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를 읽다가
뜻밖에도 식물 이야기에
마음이 머물렀다.
죽고, 들이고,
다시 살아나는 그 과정이
실패라기보다는
삶의 일부처럼
담담하게 그려져 있었다.
이 책은 번아웃 안에서
그가 잠시 멈춘 시간 동안
자신이 중요하게 여긴 것들을
모은 조용한 기록이다.
조금 괴짜 같기도 했지만
그의 시선은 흔들리지 않고 명확하다.
그 점이 더 끌렸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마음에 드는 구절마다 인덱스를 붙여가며
조용히, 천천히
책 속으로 쑤욱 들어갔다.
무엇보다,
“좋은 일이 생기면 기뻐하기보다는
오히려 앞날을 걱정한다.”
나는 문득 멈춰 앉아
그 구절을 다시 읽었다.
‘어? 나도 그랬는데.’
혹시라도 잘못해서 망치면 어쩌지,
그래서 그 순간이
없던 일이 되어버리면 어떡하지—
그런 불안함을
애써 감추지 않고
조심스럽게 꺼내 보여주는 그의 글이
나에게는
안도의 숨처럼
다가왔다.
나는 가끔
나의 빈자리가 있는 어떤 공간에서
나만 허전함을 느끼는 게
참 슬프다고 생각했다.
조니 선도
자신이 떠났을 때
그 자리에 큰 구멍이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자신이
정말로 중요한 사람이었다는
흔적이 남기를 바라며.
그 마음이
이기적이라 해도
왠지 이해됐다.
하지만 결국
세상은 나 하나쯤 없어도
아무 일 없이 잘 굴러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라는 사람이
누군가의 마음속에
조금은 남아 있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이 세계는 나 없이도
무심히 잘 돌아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내 하루를
성실히 살아가기로 한다.
그게
어쩌면
내 자리를 만드는
가장 단단한 방식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