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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진 산정에서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평점 :
이 책은 일본의 아름다운 산들을 배경으로, 각기 다른 고민을 안고 등반에 나선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연작 단편집이에요. 아주 잔잔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준답니다.
총 네 편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펼쳐지지만, 모두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자연 속에서 위로를 얻는 여정을 담고 있어요.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갈 때마다, 맑은 공기 속에서 천천히 걸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어둠 대신 희망의 빛이 노을처럼 서서히 스며들어, 책을 덮고 나면 산에 올라 직접 노을을 보고 싶어지는 그런 소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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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그녀의 『고백』 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 책이 하나의 비극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의 고백을 나열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됐다면, 『노을 진 산정에서』는 서로 다른 네 개의 산행 에피소드를 옴니버스처럼 묶은 구성이에요.
각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시작과 감정을 만나게 하는 따뜻함이 있어요. 무엇보다, 각 이야기의 절정에서 주인공들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새로운 결심을 하는 순간들이 인상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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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이 인간 내면의 어두운 심리를 예리하게 파고들었다면, 『노을 진 산정에서』는 치유와 따뜻한 위로의 감정을 전해줘요.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밝고 가벼운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에요. 각 단편의 주인공들은 과거의 상처, 인간관계에서의 갈등,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 등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있어요.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이 책에서도 일종의 긴장감이 느껴진다는 거예요. 『고백』에서 느꼈던 그 서늘한 서스펜스가 아니라, 과연 이 인물이 자신의 마음의 산을 넘어설 수 있을까? 하는 조용한 서스펜스 느낌? 중간에 생각지도 못한 반전 요소가 있어서 혼자 놀라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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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마지막 에피소드의 클라이맥스였어요.
산 정상에 노을이 물들 때, 주인공은 그동안 마음속에 묵혀 두었던 아픔을 마침내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돼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하죠.
“지난 괴로운 날들은 괴로웠다고 인정해도 돼. 힘들었다고 입 밖에 내어 말해도 돼. 그리고 그걸 지나온 자신을 그냥 위로해줘. 이제부터 다음 목적지를 찾으면 되는 거야.”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눈앞이 흐려지도록 뭉클해졌어요. 마치 작중 인물이 제게 직접 건네는 위로처럼 느껴졌거든요.
살아가면서 누구나 힘든 시간을 겪기 마련인데, 우리는 종종 그 상처를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채 앞으로 나아가려고만 하잖아요. 그런데 이 문장은 과거의 고통을 부정하지 말고 인정하라, 그리고 그걸 견뎌낸 자신을 다독여주라고 말해줘요.
노을이 붉게 물든 산 정상에서, 주인공이 미소 짓는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듯했고, 저 역시 모르는 사이에 함께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 들었어요.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값어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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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분들께 추천해요!
✔ 『고백』을 읽고 미나토 가나에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보고 싶은 분
✔ 반전과 충격 대신, 잔잔한 감동과 위로를 주는 이야기를 찾고 계신 분
✔ 자연과 산을 좋아하는 분, 여행을 떠나고 싶은 기분을 느끼고 싶은 분
✔ 사람의 마음과 관계에 대한 섬세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
잔잔하지만 강렬한 치유의 순간, 아마 이 여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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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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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go.un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