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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트 : 음식으로 본 나의 삶
스탠리 투치 지음, 이리나 옮김 / 이콘 / 2024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탠리 투치라는 배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섬세함과 진정성을 기억할 것이다. 그는 단순히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넘어, 디테일에 대한 열정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독보적인 아티스트다. 하지만 『테이스트 : 음식으로 본 나의 삶』을 읽으며, 나는 그가 단지 영화와 연기뿐만 아니라 음식에도 진심인 사람임을 깨달았다.
이 책은 단순히 요리에 대한 회고록이 아니다. 투치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인생 이야기를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풀어낸 일종의 미각 중심 자서전이다. 그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자라며 가족과 함께한 따뜻한 식사 시간, 어머니와 조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전통 레시피를 이야기하며 독자를 그의 주방으로 초대한다. 투치의 글은 마치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처럼 생생하다. 특히 어린 시절, 주방에 퍼지던 토마토 소스 냄새와 식탁에 둘러앉아 나누던 순간들은 그의 기억 속에서도 특별히 사랑받는 장면임이 분명했다.
또한, 그의 영화와 음식의 관계를 다룬 부분은 팬으로서 정말 흥미로웠다. 투치가 영화 빅 나이트에서 공동 각본, 감독, 주연까지 맡으며 이탈리아 음식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풀어냈을 때, 그는 단지 연기가 아닌 자신의 삶의 일부를 녹여냈다고 느껴진다. 이 책에서 그는 빅 나이트 촬영 중 음식 장면 하나하나를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 과정이 단순히 영화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과 음식, 그리고 예술 사이의 깊은 연결을 표현하는 작업이었음을 고백한다.
그의 가족 이야기는 이 책의 가장 따뜻한 부분이다. 그는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그와 함께한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음식을 통해 그들과 쌓은 추억을 사랑스럽게 풀어낸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가족과 함께 집에서 요리하며 보낸 시간은, 불확실한 시기를 함께 버텨낸 그의 이야기를 더욱 공감하게 한다. 그가 투병 중이었을 때에도 음식이 그의 회복과 삶의 중심에 있었다는 이야기는 마음을 울렸다.
투치의 글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그의 유머와 솔직함이다. 그는 요리의 성공담뿐 아니라, 요리를 망쳤던 순간들도 가감 없이 털어놓으며 독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이를 통해 그가 단지 ‘완벽한 셀러브리티’가 아닌,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인간이라는 점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단지 음식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음식이라는 렌즈를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탐구한다. 투치에게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사랑과 추억, 가족과 예술, 그리고 인간관계를 엮는 강력한 끈이다.
책을 덮으며 나는 스탠리 투치를 단순히 존경하는 배우가 아니라, 삶을 진심으로 대하는 인간으로서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그의 팬이라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 그러나 그의 팬이 아니더라도, 삶과 음식, 그리고 사랑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찾고 있다면 이 책은 당신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