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재와 거장 - 위대한 창의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데이비드 W. 갤런슨 지음, 이준호 외 옮김, 박성원 감수 / 글항아리 / 2025년 2월
평점 :
#인디캣서평단 #도서제공
데이비드 W. 갤런슨의 『천재와 거장: 위대한 창의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는 예술적 창조성이 언제,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분석한 독창적인 연구다. 일반적으로 예술가의 창작은 타고난 재능과 영감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갤런슨은 경제학적 방법론을 활용해 실증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창작의 유형을 나누었다. 그는 예술가들이 점진적으로 기량을 연마하며 완숙한 경지에 이르는 ‘노대가형’과 젊은 시절 급진적 혁신을 이루는 ‘젊은 천재’으로 구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갤런슨은 경매 기록, 미술사적 평가, 전시 이력 등을 분석하며 창작의 정점이 언제 도래하는지를 연구했다. 그에 따르면, 렘브란트, 세잔, 마티스와 같은 예술가들은 생애 후반부에 걸작을 완성하는 반면, 피카소, 라파엘로, 뒤샹과 같은 예술가들은 젊은 나이에 급진적 변화를 주도하며 혁신적인 작품을 창조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예술 창작의 흐름을 단순한 직관이 아니라 데이터와 논리로 해석하려 했다는 것이다. 창의성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방식이 개인의 자질뿐만 아니라 시대적·사회적 맥락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의 연구는 미술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접근 방식에는 한계도 있다. 모든 예술가가 명확히 한 가지 유형에 속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그리고 문학이나 음악과 같은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같은 모델이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피카소 역시 젊은 시절 급진적인 스타일 변화를 주도했지만, 말년에는 점진적인 탐구를 지속했다. 또한, 예술가의 창작 방식이 시대적·문화적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에도, 갤런슨은 이를 개인적 창작 패턴의 문제로만 설명하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재와 거장』는 예술 창작 과정을 이해하는 새로운 틀을 제공하는 도전적인 작품이다. 창작이란 막연한 영감과 재능의 산물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른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탐구했다는 점에서 특히 가치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내가 예전부터 궁금했던 주제—예술가들은 어떻게, 그리고 언제 걸작을 만들어내는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공했다.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개념들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읽는 내내 나의 시각을 확장시켜 주는 경험이었다.
#인디캣서평단 #천재와거장 #데이비드w갤런슨 #OldMastersandYoungGeniuses #DavidWGalenson #글항아리 #예술 #미술 #book #review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