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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영어 필사의 기적 - 영어와 삶을 동시에 변화시키는 100일의 여정
Brett Lindsay 지음, 정시윤 옮김 / 시원스쿨닷컴 / 2026년 1월
평점 :
#서평단 #도서제공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다. ‘하루 10분’, ‘기적’ 같은 말은 워낙 많이 봐왔고, 영어 공부 책에 늘 따라붙는 수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며칠간 실제로 써보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이건 영어 실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려 주겠다는 책이라기보다는, 매일을 다시 붙잡게 만드는 작은 루틴에 대한 책에 더 가깝다.
하루 분량은 정말 많지 않다. 문장 몇 개를 읽고, 듣고, 따라 쓰는 게 전부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정도면 오늘은 이걸로 충분하다”는 기분이 든다. 영어 공부를 하다 보면 늘 계획이 커지고, 못 지킨 날에 대한 죄책감이 쌓이는데, 이 책은 그런 감정을 거의 만들지 않는다. 하루를 망쳐도, 다음 날 다시 펼치기 쉬운 구조다.
필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건 속도의 변화였다. 눈으로 읽을 때는 그냥 지나갔던 문장이 손으로 옮기면 자꾸 멈춘다. 관사 하나, 전치사 하나가 왜 여기 있는지 생각하게 되고, 문장이 입 안에서 한 번 더 굴러간다. 영어를 ‘이해했다’고 착각하던 문장들이 사실은 그냥 스쳐 지나갔다는 걸 그때 알게 된다. 필사는 느리지만, 그 느림 덕분에 문장이 남는다.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문장의 내용이 전부 ‘삶의 말’이라는 점이다. 감사, 성장, 근성, 행복 같은 주제들은 영어 공부와는 상관없어 보이지만, 막상 쓰다 보면 영어보다 그 문장이 담고 있는 의미가 먼저 와닿는다. 어떤 날은 영어 문장을 쓰다가 그 문장 내용 때문에 잠시 펜을 멈추게 된다. “이 말, 요즘의 나한테 하는 말 같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순간 영어는 공부가 아니라 매개가 된다.
물론 이 책이 완벽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문장들이 다소 교훈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고,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는 메시지가 너무 반듯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날조차 책을 덮게 되지는 않는다. 공감이 되지 않아도, 그냥 쓰게 된다. 공감은 나중 문제고, 일단 쓰는 행위 자체가 하루를 정리해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을 하면서 영어 실력이 눈에 띄게 늘었느냐고 묻는다면, 단기간의 극적인 변화는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영어를 대하는 태도는 달라졌다는 점이다. 부담스럽지 않고, 도망치고 싶지 않고, “오늘은 이것만 해도 괜찮다”는 기준이 생겼다. 그리고 그 기준이 생각보다 오래 간다.
『하루 10분 영어 필사의 기적』은 영어를 잘하고 싶은 사람보다는, 영어를 다시 시작하고 싶은 사람에게 더 어울리는 책이다. 이미 여러 번 포기해봤고, 계획표에 지쳐본 사람에게. 이 책이 말하는 기적은 아마도 영어 실력 그 자체가 아니라, 다시 시작하게 되는 힘일 것이다. 매일 10분, 그 정도의 자리는 누구에게나 남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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