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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를 쓰다, 인생을 걷다 - 하루 한 장 나의 잠언을 위한, 미꽃체 필사 노트 ㅣ 미꽃 성경 필사 1
최현미 지음 / 시원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서평단 #도서제공
『지혜를 쓰다, 인생을 걷다』는 단순히 좋은 문장을 모아놓은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성경의 잠언 1장부터 31장까지를 하루 한 장씩 따라 쓰도록 구성된 필사 노트로, 읽는 행위보다 ‘쓰는 행위’에 중심이 놓여 있다. 책을 처음 펼쳤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책이 독자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 들기보다 조용히 시간을 내어 함께 걷자고 제안한다는 느낌이었다.
책은 총 31일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마다 잠언의 핵심 구절들이 손글씨로 인쇄되어 있다. 이 문장들을 그대로 따라 쓰는 공간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으며, 그 아래에는 묵상과 감사의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여백이 이어진다. 하루 분량이 과하지 않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고, 한 장을 다 쓰고 나면 자연스럽게 책을 덮게 된다. ‘더 써야 한다’는 압박이 아니라, 오늘은 여기까지면 충분하다는 안정감이 남는다.
잠언의 문장들은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말의 태도, 인간관계, 부지런함과 게으름, 분노와 절제, 지혜로운 선택에 대한 이야기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처음에는 익숙한 교훈처럼 느껴지는 문장들도, 손으로 직접 써 내려가다 보면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눈으로 읽을 때는 스쳐 지나갔던 단어들이, 손을 통해 천천히 옮겨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어떤 날은 문장이 마음에 걸리고, 어떤 날은 문장 옆에 적은 나 자신의 메모가 더 오래 남는다.
이 책에서 좋았던 점은 필사가 끝난 뒤 반드시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는 강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백은 있지만, 반드시 채워야 할 의무는 없다. 그날의 상태에 따라 한 줄만 적어도 되고,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그런 느슨함 덕분에 솔직한 생각을 적을 수 있었다. 감사 노트 역시 형식적인 긍정이 아니라, 하루를 돌아보며 떠오른 아주 사소한 감정까지도 적어볼 수 있는 공간으로 느껴졌다.
디자인과 구성 역시 책의 성격과 잘 어울린다. 과하지 않은 장식, 차분한 손글씨, 넉넉한 여백은 필사에 집중하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빠르게 완독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속도를 늦추고, 하루의 리듬을 정리하는 데 가까운 책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이 책을 펼치는 시간만큼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향하게 된다.
『지혜를 쓰다, 인생을 걷다』를 끝까지 쓰고 나니, 무언가를 성취했다기보다는 필사를 하는 동안 나 자신과 짧은 대화를 이어온 기분이 들었다. 잠언의 문장은 변하지 않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나의 상태는 매일 달랐고, 그 차이가 고스란히 필사 노트에 남아 있다. 이 책은 읽고 나서 내용을 요약하기보다, 다시 펼쳐보고 싶은 페이지가 남는 책이다.
삶을 단번에 바꿔주지는 않지만, 하루를 조금 더 정직하게 돌아보게 만드는 책. 필사라는 조용한 행위를 통해 지혜를 ‘아는 것’에서 ‘겪는 것’으로 옮겨주는 책. 『지혜를 쓰다, 인생을 걷다』는 그런 방식으로 독자의 시간 속에 천천히 스며든다.
* 이 리뷰는 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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