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에 詩 한 편 새겨야 할 때 - 하루 한 줄, 마음을 달래는 필사책
김정한 지음 / 빅마우스 / 2025년 11월
평점 :
#서평단 #도서제공
『마음에 詩 한 편 새겨야 할 때』는 제목 그대로, 시를 ‘읽는 책’이기보다 ‘마음에 새기는 책’에 가깝다. 작가는 하루에 한 줄, 혹은 한 편의 시를 따라 쓰는 필사라는 방식을 통해 독자가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도록 이끈다. 요즘처럼 빠르게 소비되는 문장과 이미지에 익숙해진 일상 속에서, 이 책은 일부러 속도를 늦추게 만든다. 페이지를 넘기는 행위보다, 펜을 들고 문장을 옮겨 적는 시간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시 필사’가 단순한 글쓰기 연습이나 힐링 도구로 소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록된 시와 문장들은 지나치게 감상적이거나 교훈적이지 않고, 오히려 담담하게 마음의 상태를 건드린다. 기쁠 때보다 지치고 무너질 때, 혹은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아 있을 때 더 잘 스며드는 문장들이 많다. 그래서 이 책은 “위로받고 싶을 때 읽는 책”이라기보다, “내 마음을 정확히 들여다보고 싶을 때 펼치게 되는 책”에 가깝다.
구성 또한 부담스럽지 않다. 하루 한 줄, 한 페이지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해야 한다는 압박이 없다. 어느 날은 한 페이지만 펼쳐도 충분하고, 어떤 날은 여러 페이지를 넘기며 오래 머물러도 괜찮다. 필사 공간이 함께 제공되어 있어 독자는 자연스럽게 독서의 주체가 된다. 눈으로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손을 통해 문장을 옮기며 문장의 리듬과 의미를 몸으로 느끼게 된다.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점은, 필사를 하다 보면 문장보다 내 상태가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같은 문장을 써도 어떤 날은 유난히 오래 멈추게 되고, 어떤 문장은 한 글자도 쉽게 써지지 않는다. 그 차이가 바로 그날의 마음 상태라는 걸 이 책은 조용히 알려준다. 그래서 이 책은 ‘나를 달래는 책’이면서 동시에 ‘나를 들키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마음에 詩 한 편 새겨야 할 때』는 바쁜 하루를 완전히 바꿔주지는 않는다. 대신 하루의 결을 조금 다르게 만들어준다. 잠들기 전, 혹은 하루를 시작하기 전 짧은 시간 동안 펜을 들고 한 문장을 따라 쓰는 그 행위 자체가 작은 의식처럼 느껴진다. 특별한 목표 없이도, 잘 써야 한다는 부담 없이도 괜찮다. 중요한 건 완성도가 아니라, 그 문장을 쓰고 있는 ‘나’의 존재다.
시를 좋아하지만 멀어졌던 사람, 혹은 시가 어렵게 느껴졌던 사람에게도 이 책은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조용하고 단정한 구성, 과하지 않은 문장들, 그리고 필사라는 물리적인 행위가 시와 독자 사이의 거리를 자연스럽게 좁혀준다. 마음이 복잡할 때, 말로 정리되지 않을 때, 이 책은 설명 대신 한 줄의 문장을 건넨다. 그 한 줄이 어떤 날은 충분한 위로가 되고, 어떤 날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이 된다.
결국 이 책은 ‘읽고 남기는 책’이 아니라 ‘쓰고 남는 책’이다. 필사가 끝난 페이지에는 시의 문장뿐 아니라, 그날의 나의 마음 상태까지 함께 남는다. 시간이 지나 다시 펼쳐보면, 문장보다도 그때의 내가 먼저 떠오를 것 같은 책. 그래서 이 책은 한 번 읽고 끝내기보다는, 곁에 두고 오래 천천히 함께하기에 더 어울린다.
* 이 리뷰는 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음에시한편새겨야할때 #빅마우스 #시집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