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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가 ‘시인’이자 동시에 ‘사색가’라는 점이다. 그의 시는 단순히 자연을 노래하는 문장이 아니라,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번에 읽은 『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는 그러한 헤세의 면모를 잘 드러내는 시집이다. 제목부터가 이미 하나의 철학적 은유다. 구름은 잠시 머물렀다가 흘러가고, 바람은 붙잡을 수 없지만 늘 곁에 존재한다. 결국 이 둘은 덧없음과 지속, 자유와 흔들림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동시에 품는다.
책 속에서 헤세는 자연을 응시하면서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하늘과 숲, 강과 계절은 그에게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는 나무의 뿌리에서 인간의 뿌리를, 흘러가는 강물에서 시간의 흐름을 읽어낸다. 이처럼 자연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태도는 단순한 낭만적 서정이 아니라 존재론적 사유에 가깝다. 삶은 유한하고 덧없지만, 바로 그 덧없음 속에서 우리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멈춤의 가치’였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또 다른 목표로 달려가야 한다는 압박 속에 있다. 그러나 헤세의 시는 전혀 다른 길을 보여준다. 그는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을 따라 눈길을 두고, 바람에 흔들리는 잎을 바라보며 사유한다. 그 사소한 관조 속에서 오히려 삶의 본질이 드러난다. 어쩌면 삶의 의미란, 거대한 목표를 이루는 순간보다도 순간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감각하는가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는 화려한 시적 기교보다는 투명한 언어를 택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문장은 더 오래 마음속에 남는다. 시집을 덮고 난 뒤에도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고,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잠시 멈추어 서게 된다. 그것이 헤세의 시가 지닌 힘이다.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무게를 온전히 받아들이도록 만들어 주는 힘. 그 안에서 우리는 고요한 위안을 얻는다.
* 이 리뷰는 리뷰의숲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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