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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행복 -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정원을 걷다 ㅣ 열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모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5월
평점 :
#서평단 #도서제공
삶과 글 사이, 가장 조용하고 단단한 연결
햇살 아래 피어난 초록 식물처럼, 이 책은 조용히 피어나는 사유의 정원이다. 『모두의 행복』은 단순히 울프의 글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산문 속에서 ‘정원’이라는 공간을 빌어 인간 내면의 평온, 여성적 시간, 그리고 글쓰기의 윤리를 다시 길어 올린다.
책은 울프의 여러 산문과 일기, 편지에서 ‘정원’에 관한 언급들을 뽑아 재구성한다. 그녀의 덜 알려진 텍스트들이 어루만져지듯 등장한다. 이 선택은 꽤 세심하고도 사려 깊다. 정원이란 본디 시간을 들여 가꾸는 곳이며, 버지니아 울프에게 있어 그것은 여성의 삶과 글쓰기의 은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울프는 종종 자신의 글을 ‘씨앗’으로, 생각을 ‘흙’으로 표현했다. 그런 그녀의 언어를 따라 이 책은 자연과 내면, 세계와 고요를 하나의 선형으로 꿰어낸다. 눈에 띄는 점은, 그녀의 글을 단순히 ‘자연예찬’으로 소비하지 않고, 정원이라는 공간에 깃든 정치적·성적 함의를 함께 짚어낸다는 점이다. 울프에게 정원은 단순한 안식처가 아니라, 여성들이 사회적·문화적 침묵을 돌파하며 사유를 확장하는 장소였다.
“그녀의 언어는 자라나는 식물 같다. 땅을 딛고 있지만, 늘 빛을 향해 고개를 든다.”
책의 디자인 또한 이 메시지를 섬세하게 반영한다. 표지에 그려진 뜨거운 태양과 튼튼한 잎사귀들은 울프의 문장이 가진 생명력과 그 고요한 폭발력을 상징한다. 독일어 부제 Eines jeden Glück, 즉 “모든 이의 행복”은 울프가 바라본 글쓰기의 궁극적 목적—‘개인의 사유가 타인의 안식을 낳을 수 있음을 믿는 것’—과 닿아 있다.
에세이의 결마다 실린 짧은 울프의 인용들은 마치 하나의 씨앗처럼 자리잡는다. ‘무언가를 가꾸는 일은 세계에 대해 쓰는 일과 같다’는 문장은 특히 인상 깊다. 울프의 문장을 따라 걷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자기 안의 정원을 발견하게 된다. 수풀로 뒤엉킨 감정들, 메마른 땅처럼 갈라진 기억들, 그리고 여전히 무성한 가능성들까지.
『모두의 행복』은 버지니아 울프를 사랑했던 이들에게는 새로운 방식의 재회이고, 처음 그녀를 만나는 이들에게는 사유의 첫 문을 여는 열쇠가 된다. 책장을 넘길수록 우리는 ‘모든 이의 행복’이란 사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한 줄의 문장, 한 송이 꽃, 그리고 한 사람의 사유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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