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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일기
소피 퓌자스.니콜라 말레 지음, 이정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4월
평점 :
#서평단 #도서제공
『내면일기』는 제목 그대로,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내면의 목소리들을 모은 책이다. 보부아르, 카프카, 실비아 플라스, 롤랑 바르트, 조지 오웰 등 이름만으로도 한 시대의 무게를 짊어진 이들이 남긴 ‘일기’라는 사적인 형식을 통해, 독자는 그들의 가장 연약한 순간과 가장 인간적인 고백을 마주한다.
이 책은 단순한 기록의 집합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외면하거나 잊고 지내는 감정들—슬픔, 절망, 사랑, 고독, 환희—을 다시 끄집어내어 묻는다. 당신의 하루는 어떠했느냐고. 당신은 지금 어떤 생각을 품고 사느냐고. 그렇게 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기 안의 말 못할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위로와 함께.
아니 에르노는 말한다. “나는 항상 ‘나의 일기 속 여성’에게 놀란다”고. 일기 속 여성은 단순히 감정을 토로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스스로 서사화하는 주체이며, 누구의 시선도 없이 자신의 언어로 삶을 기록해온 작가다. 『내면일기』 속 87인의 일기는 그렇게 각기 다른 목소리로, 그러나 닮은 심장 박동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딘가에서 본 듯한 슬픔이나 너무도 익숙한 외로움이 불쑥 고개를 든다. 그때 우리는 알게 된다. 누군가의 내면을 읽는 일이 결국은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것을. ‘기록’이라는 행위가 얼마나 위대한 사유의 여정인지도.
『내면일기』는 감상용 책이 아니다. 이는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특히 스스로를 자주 잃어버리는 이들에게 건네는 하나의 손길이다. “당신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나요?”라고 묻는.
가끔은 말보다 글이, 그리고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것을 들려주는 법이다. 『내면일기』는 그런 침묵의 언어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살아 있는 문장’들을 건넨다. 그것은 가슴 깊이 스며들어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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