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mp Up 펌프 업 - 끊임없이 동기 불어넣기
서상훈 지음 / 지상사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나는 자기개발서를 많이 보기도 하고, 또 좋아하기도 하는지라 이책을 읽기 전에도 이것저것 많이 읽어봤었다. 가끔 자기개발서를 싫어하거나 모르는 분도 만나본 거 같은데 나는 자기개발서를 정말 좋아한다. 혹자는 자기개발서란 다 같은 거라면서 여러권 읽어도 큰 차이점은 없다거나, 자기개발서는 자기랑 안 맞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다. 허나 나는 여러권의 자기개발서들을 읽어보기도 하고  부분부분 필요한 부분만 들춰볼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다른 걸 느꼈으므로 자기개발서가 좋다. 책을 읽을때 평소 내가 생각하는 걸 작가도 그렇게 생각할때는 위로를 받기도 하며, 나랑 다른 논지가 보일때는 아 이럴수도 있겠구나 싶어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끔이지만 내가 신념과 반대가 되면 비판을 하기도 하고 새로운 걸 볼때면 그런 아이디어를 낸 작가에게 감탄이 나올때고 있다. 암튼 자기개발서는 읽을때마다 간단히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좋다.

  그럼 이번에 읽은 자기개발서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아마도 작년쯤에 받은 서평이벤트로 받은 거 같고 표지가 별로라 손이 안 간 거 같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표지나 제목으로 책을 고르는 책장겉만보고 판단하는 악취미가 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읽는 게 어디냐며 위안을 삼으며 책을 읽어보았다. 양장본이라 가늠쇠가 있다는 점이 맘에 들었지만 반대로 양장본인터라 북커버에 끼우기 힘들었다. 아- 그날 아침 책을 북커버에 끼운 거 생각하면 사서고생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이 책은 간단하게 말하면 희망이란 풍선에 펌프질을 하는 거고 그 펌프질을 하는 방법과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포도만큼, 키위만큼, 사과만큼, 멜론만큼, 수박만큼~ 불어넣기라는 목차만 봐도 펌프질의 단계를 알 수 있다. 자기한테 필요한 단계에 바로 갈 수도 있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첨부터 나아갈수도 있단 말이다.

   나는 단계별로 읽지 않고 첨부터 읽으면서 왜 이 책은 한권인데 뭔가 이렇게 다른 사람 얘기가 많지 싶어 투덜거렸다. 자기 얘기를 하다말고 갑자기 다른 사람 얘기를 하는 뜬금없는 전개랄까, 책을 읽는 초반엔 상당히 짜증이 났다. 내가 한권으로 된 자기개발서를 읽는 것이지 여러권의 책이 분철된 책을 읽는 게 아닌데 왜 이 사람은 이렇게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끌어다 책에 써놓는거지 자기가 한 말에 대한 확신을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 받을 정도로 자기 글에 자신이 없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뒤에 어떤 사람은 그런 저자를 오히려 한권의 책을 읽으면서 여러권의 책을 읽은 효과를 낸다며 칭찬하는 글을 볼때는 '하~ 난 그것땜에 짜증났는데 칭찬하다니, 별사람도 다 있군' 싶었다. 

  그 외에 자기개발서에서 갖추고 있는 기본형식을 잘 따르고 있는 거 같다. 1.생각을 변화하게 만들기, 2.변화해야하는 이유대기, 3.변화를 권하고 응원하기, 4.변화추구를 위한방법, 5. 변화한 후에 좋은점 줄줄이 늘어놓기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다른 책보다 2%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 첫번째 이유는 앞에서 투덜거렸던 인용구가 많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전에 어디선가 리뷰를 쓸때의 인용구는 전체의 30%정도가 좋다고 본 거 같다. 그 이상되면 자신의 주관적인 감상부분이 없는 단순히 요약문의 느낌이 들어서라고 적혀있었던 거 같다. 이 책 속에 있는 인용구들은 작가가 추구한 게 무엇인진 모르겠으나 인용의 정도를 넘어서서 요약문집을 읽는 거 같다. 그럼에도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책을 읽었던 이유는 단순히 책은 끝까지 읽어봐야 아니까라는 생각에서였다. 끝까지 읽었던 덕분에 건진 것도 있지만 아쉽게도 처음의 생각을 바꾸진 못했다. 

  2% 부족하다고 느낀 두번째 이유는 책의 포맷이 전형적인 자기개발서의 형식을 따라서 나타난 문제점인 거 같다. 너무 전형적이라 재미가 없다. 원래 사람이란 책을 읽으며 어느정도 앞으로의 전개상황을 예상하면서 읽어나가기 마련인데, 한치의 오차도 없고 생각한대로 이야기가 풀어져나가니 심심하고 주의력이 떨어진다. 작가도 그 생각을 했었을진 모르겠지만 그래서인지 책의 한챕터가 상당히 짧다. 두장짜리나 세장짜리가 서너번정도 이어지면 한챕터가 끊나고 다른 소주제로 넘어간다. 단순한 것도 좋지만 이래서야 독자가 설명에 빠져 변화를 생각하고 시도하기도 전에 저만치 달아나버리는 셈이지 않은가. 책이 독자랑 같이 가지 않고 저혼자 놀고 있다. 친절히 아는 것 많은 사람이 아는 거 자랑하려고 열심히 이책저책에서 인용해봤자 상대는 아무것도 모르니 이해는커녕 이야기를 따라가기에도 바쁘기만하니 자기개발서론 말짱 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건진 것도 몇 가지 있다. 삶과 변화엔 지속적인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거, 그리고 그로 인해 주어지는 모든 것을 기쁘게 맞이해야한다는 거다. 이 책 첫챕터에는 우리가 변화해야하는 이유가 나온다. 그 이유는 우리가 자신을 더 잘 알고 우리를 조금만 친절하게 바꾸면 사람들은 우리를 더 잘 대해주고 우리 자신 또한 더 행복할 거라고 한다. 내가 변하는 것이 나를 위해서라는 느낌이 드는 좋은 구절이었다. 그런 첫챕터에서 받은 느낌을 끝까지 끌고 갔더라면 더 즐겁게 읽었을텐데...자신의 이론을 뒷바침할 것을 타인에게서 구하려고만 드는 작가에게 실망하고 책에서 다른책 요약문이 보이면서 슬슬 나는 첫구절에서 베어문 즐거움을 토해갔다. 희망풍선에 바람을 넣는 것에 그 정도와 방법이 그리 어렵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서 구하지 못하고 타인한테서 내가 발전해야하는 명분을 구하려하는 것은 자신감이 없거나 불쌍한 사람이란 느낌만이 든다. 

  책을 읽음으로써 내가 빛나려는 것이 아닌 내 내면을 더 빛나게 갈고 닦으려는 것인데, 남에게 내가 갈고 닦은 것을 보여주고자 함은 스스로가 자랑스럽다는 긍지보단 남에게 잘보이고자 나를 갈고닦았으니 이제 그 평가를 해주십사-하는 느낌이 든다. 긍지란 스스로 드높이는 것이고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자신감 중에 하나다. 나는 책을 읽는 것 그 자체가 즐겁고 재밌기도 하지만 그런 긍지를 가지기 위해 나의 부족한 점을 발견하고 고쳐나가려고 책을 읽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타인에게 의존하려는 측면을 보고는 갑자기 이 책을 읽는 보람도 없어져버렸고 이 책이 싫어졌다. 암튼 이 책을 다 읽고 희망을 풍선에 빗댄 점과 그 풍선에 펌프질로 바람을 불어넣는다는 새로운 착상을 알았다는 사실과 초반의 즐거움만은 즐겁게 기억해야겠다. 나쁜 건 오래 간직하면 나도 나빠질테니까 그만 잊고 즐겁게 또 다른 책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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