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터 -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
글렌 벡 지음, 김지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처음에는 아니 표지를 열기 전까지만 해도 스웨터에 관한 여러 사람들의 에피소드가 엮인 수필형식의 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는 나의 기대와는 상관없이 올풀린 스웨터마냥 쫙쫙- 돌이킬 수 없게 나가버렸다. 


나는 작은 남자아이로 빵집 주인인 아빠의 빵대신 가게 비닐봉지를 더 자주 접하고 있다.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그 비닐 장화를 신고 학교에 가야하는 게 죽어도 싫지만 아빠는 내 신발이 젖는 것을 걱정하시니 별 수 없이 오늘도 아빠가 안 보일때까지 죽어라 뛰어가서 벗어던지는 수밖에... 어느덧 크리스마스다. 아직도 손기술에 재주가 많으신 할아버지 덕택에 재밌는 것을 많이 해봤지만 이번 크리스마스만큼 아찔했던 적은 없었다. 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선물 알아맞추는 방법을 전수해주시고 매년 하는 것이 었지만 이번만큼은 꼭꼭 숨겨둔 엄마 덕분에 힘들었다. 결국 힘겹게 찾아낸 것은 빨간 스웨터. '이런, 빨간 것 빼곤 제가 바라던 거랑 비슷하지도 않잖아요! 너무 해요, 그렇게 착한 아이로 지냈는데...' 하느님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지만 별 수 없었다. 아빠가 죽은 뒤로 우리 집 형편은 자전거를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으니까...결국 크리스마스 당일, '아~ 스웨터네요~' 라고 짐짓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엄마 기분을 맞추려 했지만 난 고작 13살이다. 티가 안 날래야 날 수가 없었다.
  엄마와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외할아버지댁에 가는 길은 검은 융단이 덮인 밤하늘마냥 정적이 흘렀다. 외할아버지 댁에 도착해서도 감출 수 없는 이 기분때문에, 내가 다 망쳐버렸다. 피곤한 엄마를 앞세워 집에 가는 차에 탔고... 도착한 곳은 병원. 엄마가, 엄마가. 이 세상에 나만 남겨놓고 가버렸다. 난 나를 용서할 수 없었고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그날 나를 말리지 않은, 없어져버린 엄마까지도 미워하기에 급급했다. 난 아직어린애일 뿐이었다. 게다가 모든 것은 내 책임이지 않은가! 할아버지와 함께 하긴 했지만 전처럼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 사춘기라고 치부해버리기엔 내게 세상은 신마저 날 버린 지옥이었다. 할아버지,할머니의 노력따위 눈에 들어올리 없는 그때 학교에서 새 친구를 사귀었다. 모든 것을 가진 아이. 그 아이와 그 아이네 집은 정말 완벽해서 거기서 살고 싶었다. 그리로 가서 새 삶을 시작했으면 했다. 그리고 그럴 수 있을 줄 알았다. 적어도 그 옥수수밭에서 길을 잃기 전까진...

단숨에 읽어버린만큼 그날의 나와 파동이 맞아서 어느정도 공감이 되었고 덕분에 간만에 못할 짓도 좀 했던 것 같다. 가족의 소중함과 또 현재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것을 배웠던 것 같다. 가끔은 이런 류의 소설도 괜찮은 것 같다. 공부하느라 너무 실용서적 위주로만 봤는데...이런 책은 잠시 잊었던 감성을 깨워준다.

P. 164  이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라면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하지만, 혼자라고 느끼면 어떤 일도 극복하기 어려워. 그래 그래서 인간은 항상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하지. 하지만 인생은 혼자 가는 길인 걸.

P. 185  누군가를 믿고 마음을 주면 반드시 상처를 받게 된다. 마음을 놓기만 하면 번번히 실망을 안겨다주지 않았던가. 또 다시 그런 일을 당할 수는 없었다. 난 단지 상처받기 싫은 겁쟁이일뿐이야. 또 다시 상처받고선 다시 일어설 기력이 없어. 차라리 내가 먼저 떠나겠어...이런 마음이겠지.

P. 235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가면서 부딪히는 가장 어려운 일은 말이다, 자신이 그 여행을 이어갈 합당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스스로 믿는 거란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어느 누가 나를 사랑할 것인가. 그 뜻이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어른이 더 많은 걸...그래서 어른이 사랑받기가 아이보다 몇배나 더 힘든 것이다. 아이는 자기애적 존재니까.

간만에 편견에 사로잡혀 읽은 책이 편견의 벽을 뛰어넘어 내게로 다가오자 주체할 수 없는 환희가 휘몰아쳤다. 하지만 결국에 남는 것은 공허함과 허전함. 역시 난 실용서적이 좋다. 막 비판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가장 빠른 방법이니까. 하지만 그 깨달음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 믿는다. 공감이라는 것은 타인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것이고 그래서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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