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영어가, 한국어로 이미 구성되어버린 스스로를 재발명하는 도구이기도 했다. 샘표 간장이나 아씨 만두를 굳이 영어로 쓰고 로고를 다시 디자인하는 과정을 거쳐 리브랜딩하는 것처럼, 너무 익숙한 말에서 스스로를 구출해 나의 새로운 면을 꺼내 쓰는 것은 때로 전율을 일으킬 정도로 신나고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가끔 멍청한 농담을 하고 술 취한 사람처럼 굴더라도, 나이지만 약간 다른, 그러나 여전히 나인 스스로를 만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위인을 만나는 것보다 즐거운 일이다. - P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