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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가위바위보 문명론
이어령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2005년 4월 일본 신조사에서 발행되었던 책을 우리말로 옮긴 것입니다.
왼쪽에서부터 시작하면 한글로, 오른쪽에서부터 시작하면 일본어로 된 가위바위보 문명론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글과 일어 합본으로 되어있어 어학공부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삽화나 그림, 사진 등을 비교해보니 같은 사진도 왠지 다르게 느껴지네요.
편집과 디자인의 차이일테죠.
무언가를 결정할 때, 서양 아이들은 동전을 던지지만 아시아 아이들은 가위바위보를 한다.
앞이냐 뒤냐 그 단면만으로 결정하는 동전은 '실체'이며 '독백'이다.
하지만 상대의 손과 만났을 때 의미가 생기는 가위바위보는 '관계'이며 '대화'이다.
가위바위보는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또한 동시에 손을 내미는 평등한 게임이다.

가위바위보는 강한 것보다 약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가르쳐준다.
부드러운 '보'가 딱딱한 '바위'를 이기는 가위바위보의 '덕'이 동아시아 평화의 엔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갈망하는데도 국제 분쟁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상대보다 먼저 공격하는 쪽이 유리해지는 '선제공격'이라는 전술이 있기 때문이다.
전쟁과 달리 가위바위보에서는 먼저 내는 쪽이 패배한다.

사자도는 동물도보를 모사한 것인데 원화에는 없는 풀숲과 암석, 흐르는 물 등이 추가되어 있다.
욘스톤은 사자 외의 모든 것은 노이즈로 간주해 배제했지만,
소시세키는 사자뿐 아니라 그 주위에 있는 환경과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사자의 꼬리가 여우 꼬리처럼 그려져 있는 것보다 오히려 이 그림이 아시아적 특성을 더욱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세계인들은 갇힌 채로 계속해서 위를 향해 한없이 속도를 올리는 엘이베이터로 인한 현기증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라. 승강기라 불렸던 예전처럼 지면을 향해 내려오는 것이다.
그리고 문명의 현기증과 구역질을 치유해줄 새로운 여행을 떠나자.
길은 시작과 끝이 없다.
끝나는 곳이 시작하는 곳이다.
이어령의 가위바위보 문명론 / 마로니에북스 / 이어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