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 우체부 배달희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9
부연정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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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자신도 모르게 후회할 말과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전하지 못한 진심은 어떤 것이었을까? 먼저 읽은 청소년과 학부모 독자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는 소설이라기에 눈길이 갔다. 이 소설의 저자는 <소리를 삼킨 소년>으로 제10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을 하며 청소년문학 작가로 데뷔했다. 전작인 <소리를 삼킨 소년>에서 만나봤던 작가의 세계가 너무 좋았기에 기대하는 마음으로 눈물 흘릴 각오를 하고 읽었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판타지 설정 속에서 이야기는 흡입력있게 전개되었고 주인공 달희와 주변인물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읽고 있는 독자 역시 한뼘더 성장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저승 우체부 배달희>는 하고싶은 말이 있어도 잘 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열네 살 소녀 ‘달희’가 죽은 이들의 마지막 편지를 전하는 저승 우체부가 되면서 다양한 이별 사연을 마주하고 점차 성장해 가는 이야기이다. 처음에 달희는 저승 우체부를 할 수 있는 자질이 자신에게 없다고 생각하고 주저했다. 하지만 저승 우체부라는 특별함을 부여받은 달희는 달라지려고 노력했고 결국 그 특별함을 증명해내고 만다.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후회를 많이 해왔던 터라 달희는 더이상 후회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저승 우체부 일을 훌륭하게 해내는 달희의 모습을 보면서 독자들에게도 진심을 표현하는 일에 망설이지 말라고 용기를 주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후회할 행동과 말을 했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청소년 시기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가족들에게 솔직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부모가 되었지만 여전히 성장 중인 자신에게 힐링을 선물한 것 같아서 따뜻함이 밀려온다. 이 책은 청소년들을 위한 소설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성장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표시했던 문장들을 공유하면 아래와 같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심장 밑바닥에 깔린 설렘까지 완전히 숨길 수는 없었다. 81억 인구 중에 단 한 명만 가능하다던 저승차사의 말은 그날 이후 그림자처럼 줄곧 나를 따라다녔다. 아무에게나 일어나지 않을 특별한 일. 이것은 조연이 아니라 주인공에게 어울리는 일이었다.

p45

나는 여전히 저승 우체부라는 역할이 무서웠다. 어이없는 실수를 할까 봐 걱정됐고, 차사와 한 주무관을 실망시킬까 봐 두려웠다. 내가 특별한 아이라는 말은 여전히 믿을 수 없었기 에 이제라도 도망가고 싶었다.

p65

이사는 의외로 효과가 있었다. 자신을 보며 혀를 차는 사람도, 괜찮냐고 묻는 사람도 없는 낯선 곳이 의외로 위안이 되었다. 어쩌면 세희에게 필요한 건 적당한 거리감과 무관심이었는지도 몰랐다.

p78

민재가 눈을 부라리며 으름장을 놓았다. 내가 특별한 사람이란 자신감과 내가 아니면 이 일을 할 사람이 없다는 사명감은 평소와 다른 용기를 부여했다. 그래서 나는 민재의 날 선 눈빛을 피해 도망가는 대신 당당하게 대꾸했다.

p120

언니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보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내 마음이 전해지리라는 것을 믿으니까. 역시 오늘은 어제까지완 다른 하루였다. 세상은 좀 더 아름다웠고, 또 좀 더 특별했다. 아니, 차사의 말처럼 어쩌면 내가 특별한 것일지도 몰랐다.

p139

그런데 알고 보니 후회는 나만 하는 게 아니었다. 편지를 배달하며 만난 망자들은 나와 비슷한 후회를 안고 있었다. 좀 더 사랑한다고 말할걸,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걸, 몇 번 실패했다고 꿈을 포기하지 말걸,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걸.

p153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아 서둘러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으면 어떤 실망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차사는 내가 나 자신을 특별하다고 여기게 만들었다.

p167

나는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세희 언니가 느꼈던 후회, 민재가 품었던 자책감, 김씨 아저씨가 간직했던 미안함, 그런 것들이 뭉뚱그려진 감정일 것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부드러운 손길로 지우의 등을 쓸어내렸다. 그것이 내가 저승의 편지를 배달하며 배운 위로법이었다. 서툰 말보다 따스한 체온으로 마음을 전하는 것.

p202

'어쩌면 나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닌지도 몰라.'

나의 시선. 내가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순간 나는 내 삶의 주인공이 되었다.

p207

특별한 존재를 상징하는 황금색 키. 나는 더 이상 선택받은 존재가 아니었지만 차사는 내게 카드 키를 내밀었다. 누군가의 선택이 나이라 내 힘으로 특별함을 쟁취했다.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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