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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 밤을 지키는 야간약국
고혜원 지음 / 한끼 / 2025년 3월
평점 :

감동적인 영화 한 편을 본 듯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 이 책을 완독하고 나니 너무 빨리 읽어버렸나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남았다. 각자의 위치에서 애쓰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고단함을 묵묵히 지켜봐주고 여유까지 처방해주는 야간 약국.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어려움이 있지 않던가. 그 이면에 숨겨진 가슴 아픈 이야기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들. 살아갈 힘이라는 것을 서로에게 주고 받는 이들을 보며 힐링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이 소설의 작가는 고혜원 님이다.

이 소설도 출간되기 전에 영상화 문의가 쇄도했다고 한다. 그만큼 흡입력있고 공감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의 시간을 붙잡으려 애쓰는 사람들이 밤에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구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문장이 "낮에는 나 말고도 도와줄 사람 많잖아."였다고 한다. 그래서 야간약국이라는 소재가 탄생했고, 야간에도 애쓰는 이들의 이야기에 미스터리를 가미해 재미와 감동을 주는 소설로 엮어냈다.
야간약국 운영시간은 '연중무휴, 일몰부터 일출까지'이다. 어두운 밤 내내 환한 불을 켜고 언젠가 누군가를 기다려주는 곳. 알게 모르게 어딘가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야간약국은 삶이 고달픈 이들에게 다시 힘을 내어 내일을 살아갈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곳이 아니었을까.
이 책에서 울림이 있었던 몇몇 문장을 공유하면 아래와 같다.
수술이 다 끝나니까, 이제 앞으로 나을 일만 남았던 거죠. 그러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여태 무리하고 있었구나 싶고. 약사 쌤 말처럼 이 시간이 나한테는 필요했구나 싶고. 제가 계속 달렸다면 저는 멈추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을 거에요.
보호는 자신이 꽤나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불행을 달고 다니던 사람이었는데, 그럼에도 운이 좋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계속 옆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계속 이 약국의 문을 열 힘을 줘서, 지치지 않게 해줘서, 누군가를 믿을 수 있게 해줘서 말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보호의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똑같이 그 시선에 다쳐요. 사람들은 대개 피 나면 어디 아프냐, 괜찮냐고 묻는데, 피가 안나면 괜찮냐고 안 묻거든. 화상도 그렇잖아요. 안에는 홧홧거리고 따갑고 아픈데, 밖에는 티가 잘 안나.

